표절이든 아니든 피해자는 남는다

입력 2015-07-10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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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소재와 등장인물, 전개 등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각각 소설가와 영화제작사로부터 저작권 침해 소송을 당한 드라마 ‘아이리스’와 ‘왕의 얼굴’. 사진제공|KBS

■ 결과로 보는 표절의 기준

‘아이리스’ 표절 소송 6년 넘게 지지부진
‘선덕여왕’ ‘왕의 얼굴’은 논란서 벗어나
실질적 유사성, 결국 주관적 판단 개입
법적 표절 인정 힘들어 ‘상처뿐인 싸움’


“유사하지만 저작권 침해는 아니다?”

인기드라마들의 ‘통과의례’일까, 저작권 침해 논란이 빈번하다. 하지만 논란의 당사자들 모두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에 가깝다. 법적 공방을 몇 년 동안 이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법적 처벌 기준이 모호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는 측의 승소도 쉽지 않다. 혐의를 벗은 쪽 역시 논란 과정의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2009년 시작된 KBS 2TV ‘아이리스’와 박철주 작가 사이의 표절 관련 소송은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행형이다. 박 작가는 ‘아이리스’의 스토리와 전개가 1999년 자신의 소설 ‘후지산은 태양이 뜨지 않는다’의 160여 대목과 비슷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한 차례 기각과 2012년 원고 패소 판결을 받은 박 작가는 이에 항소한 상태다. 2012년 법원은 소설과 ‘아이리스’ 줄거리를 회별로 분석한 결과에 대해 “드라마의 전체적인 줄거리가 전반적으로 일치한다고 보기 어렵고 등장인물들의 유사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같은 해 방송된 MBC ‘선덕여왕’ 역시 5년 만에 표절 논란에서 벗어났다. 2010년 뮤지컬 ‘무궁화의 여왕 선덕’의 제작사가 MBC와 김영현 박상연 작가를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소송은 1심 패소, 2심 원고 일부 승소 판결로 결과가 엇갈렸다. 5월 대법원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결하면서 논란에 마침표를 찍었다. 소재는 유사하지만 작품 전체 줄거리나 등장인물의 성격이 서로 다르다는 것이었다.

지적재산권 분야의 전문가로 꼽히는 법무법인 강호의 박찬훈 변호사는 “표절 시비를 가릴 때 ‘실질적 유사성’을 따지기는 어렵다. 문자적 유사성 외에도 구성이나 전개 등 비문자적 유사성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하는데, 표절은 원안을 ‘변화’시키거나 ‘발전’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이를 판단하는데도 주관이 개입된다. 결국 법의 잣대로는 표절에 부합되지 않아 저작권 침해를 인정받기 힘들고 승소하는 경우도 드물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가 맡은 영화 ‘관상’과 지난해 11월 방송된 KBS 2TV 드라마 ‘왕의 얼굴’의 표절 논란 역시 비슷한 경우다. ‘관상’의 제작사 주피터필름이 지난해 8월 ‘왕의 얼굴’의 제작사 KBS미디어와 KBS를 상대로 한 드라마 제작 및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은 두 작품 사이에 유사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같은 주제나 소재는 아이디어의 영역에 속해 저작권법으로 보호를 받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그런가하면 SBS ‘별에서 온 그대’는 강경옥 작가의 ‘설희’와 유사성 의혹과 관련해 소송에 휘말렸지만 제3자의 중재로 강 작가가 소를 취하함에 따라 사건이 마무리되기도 했다.

박 변호사는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창작자 입장에서는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명백함에도 판례나 사회적 합의가 미미하고 기준 자체도 모호해 주장을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에 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며 창작자와 콘텐츠 제작 현업 관계자를 위한 실질적인 저작권 관련 교육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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