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처럼!’…‘직캐머’ 눈에 들어라!

입력 2015-09-14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직캐머’의 눈에 들면 뜬다?! 열성 팬이 촬영한 직캠 영상으로 화제를 모은 여자친구는 방송 카메라뿐만 아니라 직캐머들의 피사체가 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일부 악용하는 직캐머도 있지만 직캠은 새로운 스타 등용문이 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고가 카메라로 걸그룹 중 한명 집중 촬영
경제력을 지닌 30∼40대들이 직캠 주축
새 ‘스타 등용문’…선정적 직캠 부작용도

그룹 EXID에 이어 여자친구가 ‘직캠’으로 일약 스타가 되면서 그 생산자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일부는 이들을 ‘직캠족’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가요계 관계자들은 이들을 ‘직캐머’라 부른다. 관객이 가수의 무대를 직접 찍은 영상이란 의미의 ‘직캠’에 ‘∼을 하는 사람’을 뜻하는 영어 접미사 ‘-er’을 붙인 말이다.

최근 공개무대 현장에선 수십명의 직캐머들이 객석을 차지한 풍경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들은 방송장비 못지않은 고가의 카메라를 지지대에 세워놓고 우수한 화질로 무대를 촬영한다. 직캠은 솔로가수가 아니라 주로 걸그룹을 대상으로 하며, 팀 전체를 찍지 않고 멤버 한 명을 집중적으로 카메라에 담는다. 그 연령대는 1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하지만 경제력을 지닌 30∼40대가 주축이라고 걸그룹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EXID 하니의 직캠을 촬영한 사람은 40대 남성으로, EXID 뿐만 아니라 걸그룹의 모습을 전문적으로 찍어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개하는 전문 직캐머다. 이 직캐머는 걸그룹 팬들 사이에선 파워 블로거로 통한다.

걸그룹 ‘여자친구’ 무대 한 장면. 사진출처|유투브 영상 캡쳐


‘장안의 화제’인 여자친구의 빗속 투혼 직캠을 찍은 이는 30대 남성이다. 여자친구 사인회나 공개방송 등을 자주 찾아 소속사와 팬클럽 관계자들 사이에선 낯익은 인사다. 개인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직캐머는 여러 모로 여유가 있어 강원도 인제까지 찾아가 여자친구의 직캠을 찍었다.

직캐머는 가수 측이나 팬들에게는 고마운 존재다. TV에서 볼 수 없는 군부대나 대학행사, 지역축제 등 ‘작은’ 무대까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직캐머들은 다양한 문화적 현상도 만들어낸다. ‘직캠 여신’이 탄생하고, ‘직캠 마케팅’이 생겨났다. ‘직캠 여신’이란 EXID 하니처럼 직캠으로 뜬 스타들이나, 직캐머들의 단골 ‘타깃’이 되는 걸그룹 멤버를 말한다. 스텔라 민희가 요즘 주목받는 ‘직캠 여신’이다.

직캠이 ‘스타 등용문’이 되면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특히 방송출연 기회를 잡기 어려운 작은 기획사들에게 직캠은 그 무엇보다 유용한 홍보수단이 된다. 밤비노, 퍼펄즈 등이 ‘직캠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길거리 공연에 나서는 걸그룹 중 일부는 직캠을 유도하려는 의도도 드러낸다. 하지만 EXID나 여자친구 같은 ‘대박 직캠’은 의도한다고 되지 않는다. 그야말로 ‘얻어 걸리는’ 것이다.

직캠 형식의 뮤직비디오도 탄생했다. 6월 말 AOA ‘심쿵해’ 뮤직비디오는 팀 전체를 촬영한 본편 뮤직비디오 외에 멤버수와 동일한 7개의 카메라가 동원돼 각각의 카메라가 멤버 1인만을 집중촬영한 ‘멀티 앵글 뮤직비디오’를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팬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멤버만을 볼 수 있는, 직캠 효과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악성 누리꾼이 있듯, 악성 직캐머는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특정 신체부위를 집중적으로 촬영해 선정성을 부각시키거나 신체가 노출되는 찰나의 순간을 포착해 무한반복시키는 ‘움짤’을 만들기도 한다. 팬들은 이 같은 영상을 발견하면 게시판에 ‘항의’하거나 소속사 측에 ‘신고’해 삭제되도록 하지만 이미 SNS 등을 타고 널리 퍼진 영상물을 삭제하기란 어렵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