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호 인터뷰②] 떠나간 ‘엄마’가 열어준 음악과 삶에 의지

입력 2015-11-19 16: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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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호, 사진|마이다스이엔티

①에 이어

2012년 박명호는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이때 정말 생사가 위급했던 상황으로, 박명호는 “그때 내가 자고 있었으면 틀림없이 죽었다”라고 말했다.

박명호는 “세브란스병원으로 실려 갔는데, 응급실내에서도 정말 촌각을 다투는 사람만 들어가는 칸이 딱 두 칸 있다. 내가 거기 들어가 있었다”며 “그렇게 삶과 죽음의 경계에 있다 나오니 더 폐인이 돼있었고 더 쓰레기가 됐다. 죽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 들더라”라고 당시 정신적으로 심한 공황상태에 빠졌음을 밝혔다.

이어 박명호는 “공황장애가 오면 정말 멘탈이 나간다. 우울하기도 하고 눈물이 나기도 한다. 괄약근에 힘이 풀릴 때도 있다. 그래서 익숙한 지역이 아니면 가기가 힘들다. 거의 동네에만 있든가 사전에 미리 가서 적응을 한다”라고 그 이후 일상 생활자체가 뒤바뀌었음을 알렸다.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시작을 한게 패션블로그 할배와 삼촌이었다. 박명호는 “매일 나가고 자꾸 사람들을 보려고 하고 있다”라고 다행히 삶에 대한 의지는 되찾았았다고 말했다.

다만 음악의 경우는 정말 그만두려고 했지만 이를 다시 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였다. 이는 박명호의 신곡 ‘엄마’의 가사에도 드러난다.

박명호는 정말로 사실 그대로를 가사로 썼고, 그 중에는 ‘잠시 후 엄마 친구들이 그러더라, 자네가 막내인가, 티비에 나온다던 그 딴따라 막내, 엄마가 날 그렇게 자랑스러워 했대, 그래서 엄마 위해서 나 다시 이렇게 랩해’라는 가사가 등장한다.

박명호는 지난해 모친상을 당했다. 박명호의 어머니는 당시 종합검진을 받았지만 유일하게 대장암 검사만 하지 않았고, 이게 화근으로 대장암이 퍼져 생을 마감하게 됐다.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박명호는 끝내 눈물을 참지 못했다. “어머니는 정말 착하신 분이고 나는 개망나니 짓을 하던 아들이다”라며 연신 서럽고 한 맺힌 눈물을 흘린 박명호는 “엄마는 그 어떤 신보다 나를 가장 믿어준다. 그래서 앨범 타이틀을 ‘GOD of mom’으로 했다”라고 이번 노래의 각별한 의미를 밝혔다.

이어 “사실 만들기는 만들었는데 엄마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발매를 하는 건 내키지 않았다. 이 노래는 재기를 위한 그런 것도 아니다. 정말 엄마를 위해서 쓴 곡이다. 그런데 김창환 프로듀서가 너무 좋다고 계속 설득해서 나오게 된 거다”라고 말했다.

말 그대로 박명호의 눈물의 사모곡인 ‘엄마’였지만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건 악플이었다.

박명호는 “댓글 중에 ‘니 XX’라는 게 있었다. 정말 그 댓글보고 너무 울었다. 정신이 확 가더라. 그 댓글에 우리 어머니는 그런 사람 아니라고 직접 글을 달았더니 나중에 지우더라. 법적으로 쫓아가려고도 했다. 사람이 실수는 할 수 있지만 이건 묻지마 살인과 다를 게 없다”라고 악플러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래도 박명호는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 노력하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데일리룩을 선보이는 이유도, SNS를 하는 이유도 다 사람들과 소통하고 그를 통해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이다.

박명호는 “데일리 패션하면서 삶이 좀 나아졌다. 패셔니스타로 성공하는 영화 시나리오도 쓰고 있다”라고 말해 지금의 활동에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다고 앞으로 패셔니스타 박명호의 모습만 만날 수 잇다는 것은 아니다. 올해 초 DH엔터테인먼트를 정리하고 마이다스 이엔티와 계약을 하면서 다시 김창환 프로듀서와 손잡은 박명호는 “앞으로 꾸준히 음악해서 후배들을 이끌면서 하고 싶다”라며 이후 프로듀서로서, 랩퍼로서 활동도 약속했다.

박명호, 사진|마이다스이엔티


한편으로는 한동안 현역에서 멀어져있었던 박명호가 과연 현재 힙합씬에 적응을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동안 연습생들 레슨도 하고 있었다는 박명호는 꾸준히 힙합씬을 관찰해왔고, ‘옛날 랩’과 ‘요즘 랩’의 차이를 세 가지로 정리했다.

첫째는 비트이다. 박명호는 “옛날 랩은 24비트가 많고 요즘은 16비트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발성이다. 박명호는 “사운드가 바뀌다보니 그루브가 바뀌고 발성이 바뀐다. 그리고 연출력이 극대화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은 가사다. 예전에는 메시지 중심적이고, 선동적인 내용이나 서정적인 분위기였다면 요즘은 잘난 체 하는 내용의 가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박명호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건 가사다. 박명호는 “가사가 어떤 내용에 따라 그런 분위기로 갈 수밖에 없다. 또 비트와 플로우, 그루브도 달라진다”라며 “예전 랩퍼들이 스웨그가 담긴 가사를 쓰라면 쓸 수 있겠지만 요즘 랩퍼들은 아마 메시지적인 가사를 쓰긴 힘들 것이다”라고 밝혔다.

더불어 박명호는 달란트, 즉 재능의 차이도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달란트, 재능이 있으면 아티스트의 한계가 넘어간다. 지금 스웨그가 힙합신의 주류인데, 지드래곤이 최고이다. 그 재능을 우리나라에선 아무도 못 따라 간다”라면서도 “타고난 거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 게 후천적인 노력이다. 안 해서 안 되는 거지, 하면 된다”라고 덧붙여 후배 뮤지션들의 많은 노력도 당부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현재 힙합씬에는 박명호가 끼친 영향이 알게 모르게 상당하다. 하지만 그의 이름은 ‘레전드’, ‘대부’라고 불리는 여타 뮤지션에 비해 조금 낮아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에 박명호는 “나는 내가 노력을 안했기 때문에 그렇게 봐도 상관없다. 그건 내가 노력을 해서 다시 재평가 받으면 되는 거다”라며 “지금 내가 나와도 몇 명이나 좋아하겠나. 옛날에 좋아했었는데 그건 과거다. 과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 내가 해야 할일은 꾸준히 음악을 하면서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들고, 또 그 아티스트들과 무대에 서서 보여주는 거다. 이게 내가 하고 싶은 거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어 “난 (개인적인)욕심 없다. 욕심이 있다면 어떤 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프로듀싱한 팀의 백 코러스를 해서 빡 받쳐주는 그런 간지다. 17살 팀 뒤를 42살 랩퍼가 완전 아빠가 자식 도와주는 것 같은 모습이 정말 간지다”라고 후배 양성과 그를 통한 성취에 많은 의의를 뒀다.

끝으로 그는 “랩은 ‘중얼거림’, ‘읊조리다’는 뜻이고, 힙합은 삶이다. 나, 너, 그리고 우리. 나에게 랩과 힙합은 딱 그런 의미다”라고 박명호의 새로운 삶과 힙합이 시작됐음을 알렸다.

박명호, 사진|마이다스이엔티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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