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태양의 후예’ 김은숙 작가에 이어 또 다른 흥행 메이커 박혜련 작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KBS2 청춘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

‘페이지터너’는 피아노를 소재로 세 청춘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으로 천재적인 감각을 지닌 피아노 천재와 불도저 같은 성격을 지닌 한 운동선수가 불의의 사고로 인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인생을 살게 되는 청춘들의 성장 드라마다.

‘페이지터너’는 연주자 대신 악보를 넘겨주는 사람을 뜻한다. 연주자보다 호흡이 빨라서도 느려서도 안 되며 악보를 넘기는 소리도 내서는 안 되고 무대에 없는 사람처럼 화려한 옷을 입어서는 더더욱 안 되는 무대 위 유령이다. 이 유령은 연주자와 함께 호흡하는 파트너이자 가장 가까이에서 듣는 첫 번째 관객, 연주를 망칠 수도 있는 악마다. 드라마 속 청춘들도 누군가는 주인공인 연주자, 누군가는 주인공을 도우며 무대에 선다.

박혜련 작가는 ‘논스톱3’(2002), ‘논스톱5’(2004), ‘드림하이1’(2011)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피노키오’(2014) 등 다양한 작품을 제작했다. ‘논스톱’ 시리즈와 ‘드림하이1’을 통해 풋풋하지만 때로는 좌절하며 성장하는 청춘의 이야기를 세련되고 흥미롭게 담아냈다. ‘너의 목소리가 들려’ ‘피노키오’에서는 법과 언론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로맨스와 적절히 조화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보장하는 작가로 자리를 굳혔다.

24일 영등포구 63컨벤션센터에선 ‘페이지터너’ 이재훈 감독과 주연배우 김소현·지수·신재하가 참석한 가운데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세 주연 배우는 박혜련 작가 대본을 극찬했다. 김소현은 박혜련 작가와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후 재회했다. 김소현은 이날 "욕심이 났던 대본이다.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었다. 3부작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서 피아노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도 또래들의 문제를 다 다뤘다. 잘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재회 소감을 전했다.

지수는 "세 인물이 대본 안에 생생하게 담겨 있었다. 상세한 설명, 어려운 단어, 작가의 의도가 대본에 적혀 있어서 역시 다르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SBS 드라마 '피노키오'로 박혜련 작가의 작품을 경험한 신재하는 "역시 대본이 섬세했다. 작가님은 항상 배우를 배려하신다. 지수와 나는 대본을 보고 동시에 '꼭 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해 작품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박혜련 작가의 파트너는 이재훈 감독이다. 이 감독은 ‘페이지터너’를 통해 정식 데뷔하는 신인 연출가다. 이재훈 감독은 “단막극 연출 경험밖에 없었다. 3부작이라 단막극보다 분량이 3배늘었다”며 “밀도 있게 담아낼 수 있어서 좋은 경험이었다. 박혜련 작가의 대본 봤을 때 180분 분량에 맞는 이야기가 적절히 짜여 있더라. 그에 맞게 연출하려고 노력했다”고 박 작가와 호흡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청춘물이다. 일반적인 청춘들의 고민을 담는다. 더불어 학생들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각 부모들마저 성장한다. 그동안 KBS가 선보인 학원물과는 확실하게 다르다. 자신있다”고 ‘페이지터너’만의 차별점도 언급했다.

특히 ‘페이지터너’는 KBS가 꾸준히 투자한 단막극의 일환이자 푹(pooq)과 함께한 크로스미디어 전략과 관련된 새로운 시도이기도 하다. 배경수 총괄프로듀서는 “KBS는 단막극에 그동안 투자해왔다. 3부작 드라마 '페이지터너'는 단막극 정신의 일환이다. 실험적인 시도"라며 "방송된 4부작 '베이비시터'도 원래 '페이지터너'와 같은 맥락에서 기획된 작품이다. KBS는 앞으로도 8부작 등 다양한 형식의 연작을 선보일 것"이라고 ‘페이지터너’가 지닌 의미와 향후 계획을 설명했다.

한동안 시청률 무덤으로 불리던 KBS 드라마는 올해 김은숙 작가의 ‘태양의 후예’로 소생했다. 여기에 박혜련 작가까지 가세한다. 실험적인 도전을 원하는 KBS와 흥행 메이커 박혜련이 어떤 시너지를 발휘할지, ‘페이지터너’가 수작으로써 드라마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지 기대된다.

오는 26일 밤 10시35분 첫 방송되며 매주 토요일 밤 10시35분 방송된다.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