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옥중화’ 이병훈 PD, 대중 예술하는 ‘거장’의 올바른 예

[연예의 법칙] ‘옥중화’ 이병훈 PD, 대중 예술 하는 ‘거장’의 올바른 예

MBC 창사 55주년 특별 기획 ‘옥중화’의 연출을 맡은 이병훈 PD는 명실상부한 사극계의 거장이다. 그는 지금까지 천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만든 연출가로서 ‘허준’, ‘대장금’, ‘동이’, ‘이산’ 등의 작품을 만들어 ‘사극 한류’의 문을 연 인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병훈 PD의 위대한 이유가 손대는 작품마다 히트작이 되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매번 해오던 방식으로 적당히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고, 이름만 빌려주고 후배에게 연출을 일임해도 되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장을 뛰고 더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이병훈 PD의 이런 고민은 27일 오후 열린 ‘옥중화’ 제작 발표회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직업이 있었을텐데 왜 육체적, 정신적으로 이렇게 힘든 직업을 택했는지 후회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내 작품을 보고 좋아하는 시청자들이나 좋은 평가를 받고 나면 그 기운으로 또 새로운 작품을 기획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병훈 PD의 드라마는 제목이나 주인공을 바꿔 ‘새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그동안 수라간, 장악원, 내의원 등을 거쳐 이번 작품에는 전옥서(오늘날의 교도소), 외지부(오늘날의 변호인 제도) 등을 배경으로 전정한 의미의 새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병훈 PD는 ‘옥중화’를 통해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극복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그는 이날 제작 발표회에서 “시청자들이 내 작품을 보고 이전과 똑같다. 예상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을 안다. 그래서 이번에는 실존 인물이 아닌 주인공을 내세워 시청자들이 전개를 예측할 수 없도록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이처럼 이병훈 PD는 지난 작품들을 통해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랐지만 아직도 시청자들을 두려워 할 줄 알고 그 기호에 맞추기 위해 애를 쓰기 때문에 더욱 위대해 지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작품을 만들어 낸 이병훈 PD지만 그는 여전히 대중의 입맛이 무엇인지를 알려고 하고 거기에 맞게 자신을 변주할 줄 안다. 이것이 어쩌면 대중예술을 하는 ‘거장’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