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드라마 ‘옥중화’(극본 최완규 연출 이병훈)의 기막힌 ‘떡밥’ 회수 능력이 갈수록 빛을 발하고 있다.
‘옥중화’는 극 초반에 뿌려두었던 ‘떡밥’들을 하나 둘씩 회수하기 시작했다. ‘떡밥’은 1회부터 등장했다. 옥녀(진세연 분)의 어머니 가비(배그린)가 유품으로 남긴 쌍가락지와 뒤꽂이가 바로 옥녀의 출생의 비밀을 풀 중요한 열쇠였던 것. 이후 잠시 극 전개에서 자취를 감췄던 쌍가락지와 뒤꽂이는 옥녀가 자신의 뿌리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강렬하게 재등장했다.
쌍가락지는 가비가 동궁전 나인이었다는 증거임과 동시에 한상궁(이승아)과 인연을 만들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했다. 뿐만 아니라 뒤꽂이는 선대왕인 중종이 승은을 입은 궁녀에게만 하사하던 것임이 밝혀지며 옥녀가 옹주임을 증명하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그런가 하면 박태수(전광렬)의 유품 또한 미리 준비되어 있던 떡밥이었던 것이 밝혀졌다. 과거 박태수는 손자인 성지헌(최태준)에게 막대한 양의 황금과 명나라 황제의 칙서(임금이 특정인에게 알릴 일을 적어서 내리는 글)를 유산으로 남긴 바 있다.
이에 옥녀와 지헌은 황금으로 얻은 거금을 부모의 원수인 윤원형(정준호)과 정난정(박주미)에게 대적하기 위한 비밀 상단을 조직하고, 중소상단을 규합하는데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칙서의 존재는 시청자들의 기억에서 흐릿해졌다.
그러나 뒷방에 묵혀져 있던 이 ‘칙서’는 지난 41회, 강력한 무기가 돼서 돌아왔다. 윤원형·정난정을 비롯한 소윤 세력의 계략에 의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대윤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방안으로 떠오른 것.
이처럼 ‘옥중화’는 극 초반, 전개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놓은 장치들을 중요한 사건의 해결 수단으로 사용하며 강력한 임팩트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 같은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떡밥 회수’ 능력은 극에 개연성을 강화하며 자칫 흐트러지기 쉬운 50부작의 긴 흐름을 하나로 묶는 튼튼한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 ‘옥중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몰입도를 더하며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러한 이병훈·최완규 콤비의 촘촘한 구성력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옥중화’에 남은 ‘떡밥’은 하나다. 옥녀 어머니의 도피를 도운 종사관 이명헌(박주영)의 “가슴에 맺힌 한은 뱃속의 아이가 풀어줄 것입니다”라는 한 마디. 과연 옥녀가 이명헌이 남긴 말처럼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한을 통쾌하게 풀어줄 수 있을지 ‘옥중화’의 향후 전개에 궁금증을 수직 상승시킨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