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와타나베 켄이 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오픈토크 행사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해운대(부산)|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할리우드에서 더 왕성하게 활동하는 일본의 인기배우 와타나베 켄이 미리 준비한 종이에 적은 글을 한국어로 또박또박 읽어 내려갔다.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를 둘러싼 일련의 이슈를 향한 응원의 메시지다.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일본영화 ‘분노’를 갖고 부산을 찾은 그는 7일 오후 2시30분 부산 해운대구 동서대학교 센텀캠퍼스에서 열린 ‘분노’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는 것만큼이나 상당한 시간을 할애해 영화제가 처한 상황을 언급했다.
와타나베 켄은 “여러 모로, 말로 다 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은 영화제라서 올해는 감회가 더 새롭다”며 “영화제에 참여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진 주장과 심정은 서로 다르겠지만, 하나의 일을 지속하는 힘, 그 작업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부산국제영화제처럼 영화인과 관객, 지역이 어우러지는 일은 굉장한 열정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1년간 영화제를 중단할 수도 있었지만 멈추지 않고 지속된 것은 보통의 일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와타나베 켄은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배우. 국내에서는 할리우드 영화 ‘배트맨 비긴즈’ ‘인셉션’, ‘고질라’ 등으로 유명하다.
2013년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로 부산국제영화제를 처음 찾은 그는 2014년 개막식 사회자로 나서 영화제와 각별한 인연을 이어왔다. 이번이 세 번째 부산국제영화제 참여다.
‘분노’를 연출한 재일동포 3세인 이상일 감독 역시 같은 뜻을 드러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상일 감독은 “내 영화의 제목이 ‘분노’라서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게 아닌가 생각해봤다”며 “큰 힘을 가진 사람이 그 힘으로 나를 누르려고 한다면 죽기보다 싫다. 그런 의미에서 부산국제영화제에 깊은 동정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 믿음의 의미 되새기게 하는 걸작 ‘분노’
와타나베 켄과 이상일 감독은 일본영화의 ‘현재’를 대표하는 실력자들이다.
‘용서받지 못한 자’에 이어 3년 만에 함께 완성한 ‘분노’는 묵직한 메시지와 실험적인 구성, 화려한 출연진이 뿜어내는 강렬한 에너지가 어우러진 걸작이다.
와타나베 켄은 “영화는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라며 ‘분노’가 현재 일본의 사회를 엿보게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SNS나 인터넷에 집중해 자기 앞 반경 1미터 안에서 일어나는 일에만 관심 갖지 말고, 인간이 가진 보편적인 감정을 파헤치려는 시도로 완성한 작품”이라고 ‘분노’를 소개했다.
영화는 끔찍한 살인사건이 벌어지고 1년이 흐른 뒤, 서로 다른 장소에서 살아가는 세 종류의 사람들을 비춘다.
세 가지 에피소드를 뒤섞어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누구인가를 추적하게 만들고 한편으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음의 의미를 되새기게도 한다.
와타나베 켄은 이상일 감독과의 두 번째 작업을 두고 “배우가 답을 찾는 과정을 재촉하지도, 포기하지도 않는 연출자”라며 “제3자의 눈에는 힘든 작업으로 보일지 몰라도, 그 고통을 견디면서 얻는 열매가 워낙 많기에 기꺼이 함께하고 싶은 감독”이라고 믿음을 보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강수연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주관적인 해석”이라는 전제와 함께 “영화제와 부산시, 시민, 관객과 영화인의 믿음과 신뢰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무엇이 진정한 것인지 되새기는 기회가 된 영화”라고 평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