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리한 눈빛으로 말발굽을 살피는 한국마사회 보건총괄담당 신상경 장제사. 말발굽은 운동선수의 스파이크처럼 경주에서 성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고열의 작업환경 진통제 먹고 이겨내
인터미디에트 1위 한국경마 새 역사
한국마사회 말보건원 소속 신상경(52) 장제사가 8일 서호주 장제사협회가 주관하는 ‘서호주챔피언십 국제장제사대회’에서 우승했다. 국내 장제사로서는 최초의 국제대회 우승이다. 경마 선진국 호주의 장제사를 제치고 거둔 성과다. 그는 2008년 이 대회에 출전해, 2등을 차지했다. 모두가 잘 했다고 했지만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올 초부터 혹독한 훈련과 연습에 돌입해 값진 성과를 얻어냈다. 서호주챔피언십 국제장제사대회는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권위 있는 국제 장제사 대회다.
대회는 노비스, 인터미디에트, 오픈의 3단계 등급으로 구성된다. 신상경 장제사는 중급자 수준의 인터미디에트 대회에 출전했다. 비록 최상급 오픈 등급은 아니지만, 인터미디에트 등급에 출전해 우승한 것만으로도 한국경마에 길이 남을 우수한 성과다.
호주 장제사의 인력 규모는 600∼700명으로 70여명 정도인 한국과는 차이 가 난다. 호주는 파트1 국가로서 경마의 1부리그에 속해 있다. 한국은 올해 파트2 국가에 진입해 이제 2부리그에 들어섰다. 신상경 장제사의 이번 우승은 경마산업의 규모와 발전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장제기술도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준 값진 성과다.
신상경 장제사는 서호주챔피언십 대회 출전을 위해 올 봄부터 훈련에 돌입했다. 2008년 출전경험을 바탕으로, 휴일에도 출근해 대회 준비에 매진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고열의 작업환경에서 몸을 많이 쓰다 보니 손가락이 구부러지지 않을 정도였다. 소염제와 진통제를 먹어가며 연습에 매달렸다. 이러한 열정은 서호주챔피언십 대회에서 결국 보상을 받았다. 명함 꽂이로 활용될 수 있는 그의 작품은 외국인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섬세하게 새겨진 다보탑이 눈에 띄었다. 신상경 장제사는 “한국을 알리면서도 일상생활에서 편히 쓸 수 있는 작품을 고민했다. 예전 프랑스 장제사 친구가 에펠탑을 새기는 것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한국 장제사로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