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손예진-이병헌, 두번째 영평상 영예…최우수작품상 ‘밀정’

입력 2016-11-08 19: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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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예진과 이병헌이 생애 두번째 영평상을 받았다. 2002년 ‘클래식’으로 신인여우상을 받았던 손예진과 2005년 ‘달콤한 인생’으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이병헌. 두 사람이 나란히 영평상을 찾아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제36회 영평상 시상식이 8일 오후 6시 30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됐다. 이날 행사의 진행은 배우 김성균과 엄지원이 맡았다.

‘스틸 플라워’로 신인 여우상을 수상한 정하담은 “큰 상을 받아서 정말 기분 좋다. ‘스틸 플라워’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지만 긍지를 잃지 않는 역할이었다. 그 인물을 연기하는 것 자체로도 좋았다. 소중한 기억이다. 앞으로도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면서 “좋은 사람들과 연기해서 이렇게 좋은 상을 받은 것 같다. 나도 좋은 사람이 되어서 좋은 연기를 하고 싶다. 멋진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눈물의 소감을 밝혔다. 신인남우상은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신인 감독상은 영화 ‘우리들’ 윤가은 감독에게 돌아갔다. 윤가은 감독은 “크고 영예로운 상을 받아서 감사하다. 영광이다. 여기 올 때까지도 실감이 안 났다. 작품으로만 만난 배우들과 감독님들 앞에 서니 더 실감이 안 난다”고 고백했다.

그는 “2년 전에 ‘우리들’을 준비하다가 촬영을 중단한 적 있다. 불가능한 프로젝트처럼 느껴졌다. 적은 예산과 사투하는 동시에 첫 장편을 만드는 것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자질 부족으로 인한 괴로움을 느꼈다”며 “오늘 생각해보니 포기하지 않고 완주해 천만다행인 것 같다. 힘이 되어 준 영화 관계자들과 스태프 배우들에게 감사하다. 앞으로 어려움이 닥쳐도 영평상에서 주신 상을 생각하면서 달리겠다.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영화비평가연맹 한국본부상은 담백한 흑백 영상미학이 돋보인 ‘동주’의 이준익 감독에게 안겼다. 이준익 감독은 “예전에는 평론가들의 평론 중에 칭찬만 듣고 지적에 대해서는 변명하고 빨리 잊고 싶어했다. 몇 년 전에 ‘좋은 소리만 듣고 살면 망가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객기를 부렸다가 안 좋은 소리를 더 많이 듣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소원’으로 재작년에 엄지원이 상을 받고 지난해에는 ‘사도’로 상을 받고 올해 3번 연속으로 상을 받게 됐다. 평론가들의 따끔한 지적을 받아들여서 받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부끄러운 것을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것’이라는 ‘동주’ 속 문성근의 대사를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동주’의 각본을 쓴 신연식 감독은 각본상을 거머쥐었다. 신연식 감독은 “처음 이준익 감독에게 ‘동주’를 제안 받았을 때 내 연출작을 촬영 중이라서 바빴다. 바쁜 와중이었지만 ‘시나리오를 1주일 안에 쓰겠다’고 했다. 내가 ‘동주’를 안 썼으면 빚도 못 갚고 이 상도 못 받았을 것”이라고 벅찬 마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이준익 감독을 비롯해 배우 강하늘 박정민 그리고 모그 감독 등 제작진과 배우들 스태프 모두 감사하다. 요즘 현실이 참 힘든데 죽도록 노력해서 현실을 이겨내는 작품을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신인평론상은 최우수상 없이 우수상으로 손시내 당선자를 배출했다. 올해의 화제작이었던 ‘부산행’은 기술상을 ‘아가씨’는 촬영상을 수상했다.

‘비밀은 없다’는 여자연기자상과 감독상 2개 부분을 쓸었다. ‘비밀은 없다’로 여자연기자상을 받은 손예진은 “영화를 시작하고 2002년에 처음으로 상을 받았는데 영평상 신인상이었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영평상의 가치를 몰랐다.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기만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영화 평론가에게 좋은 말을 듣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때 받은 상이 값지다는 것도 깨달았다. 오랜만에 영평상을 받아서 뿌듯하고 감사하다”며 “‘비밀은 없다’의 연홍은 나에게 연기적인 도전을 한 캐릭터다. 이 상 덕분에 자신감을 가지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내가 상을 받은 것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이경미 감독이 감독상을 받아서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앞으로 관객과 평단 모두에게 사랑받는 훌륭한 배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비밀은 없다’를 연출한 이경미 감독은 “‘비밀은 없다’는 개봉한지 얼마 안 되어서 내려왔다. 끝났구나 싶었는데 평론가 분들이 지지해줬다. 그래서 영평상은 나에게 더욱 특별하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훌륭한 작품이 많아서 영평상에서도 나에게 이 상을 주기까지 고민이 많았을 것 같다. 영화만이 가진 영화적인 언어에 대해 끝까지 고민했다. 그 부분에 대한 응원과 지지라고 생각한다”면서 “끝까지 울지 않는 강한 여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배우 입장에서 힘들었을텐데 함께해준 손예진에게 감사하다. 김주혁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한해 ‘내부자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협녀, 칼의 기억’ ‘매그니피센트7’ 등 수많은 작품을 극장가에 내건 이병헌은 ‘내부자들’로 남자연기자상을 품에 안았다. 그는 “10년 전 ‘달콤한 인생’으로 받았을 때와 상 모양이 같다. 배우 인생에서 값지고 의미 있는 상을 두 번씩이나 받아서 기쁘고 뜻깊다”고 소회를 전했다. 더불어 그는 “관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국내에서든 국외에서든 그 마음 잊지 않고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남겼다.

또한 충무로를 이끄는 거장 임권택 감독이 한국영화에 기여한 업적이 인정돼 공로영화인상을 받았다. 임권택 감독은 “적지 않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처음에는 철없는 영화를 나이 들어가면서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족적이 보이는 영화를 통틀어도 내 스스로는 늘 ‘함량 미달’이라고 느꼈다”고 털어놨다.

그는 “영화를 마감하는 나이에 들면서는 완성도 높은 영화를 만들지 못하고 영화 인생을 마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열심히 해왔다. 거듭나고자 많은 노력을 해왔다. 내 영화 인생에서 끊임없이 노력한 것을 공로로 인정해 상을 준 것 같다”고 감사를 표현했다.


김지운 감독이 연출한 ‘밀정’이 음악상과 최우수 작품상의 주인공이 됐다. 먼저 음악상을 받은 모그 감독은 “오늘 일찍 왔다. ‘동주’를 함께한 이준익 신연식 감독과 앉아 있다가 김지운 감독님이 오셔서 순간 내가 ‘밀정’이 된 느낌이 들었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영평상에서 의미 있는 상을 받아서 기쁘다. 좋은 작품을 할 수 있게 판을 만들어준 영화사 대표님과 좋은 디렉션을 준 김지운 감독에게 감사하다. 송강호 선배와 특별 출연 해준 이병헌 등 ‘밀정’의 배우들과 스태프가 떠오른다.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김지운 감독은 최우수 작품상을 받고 “한국에서 작품상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수상 소식을 듣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밥 딜런의 긴 침묵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잔인하고 폭력성이서 작품상을 못 받나 싶었다. 덜 잔인하게 만들까 했는데 이렇게 작품상을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평상을 기준으로 그해 영화를 찾아보곤 했다. 내 영화가 영평상에서 작품상을 받아서 더 의미깊다. 더 좋은 영화 제작자가 되라는 의미로 알겠다. 이경미 감독이 부럽다. 다음에는 감독상에 다시 한번 도전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한국영화평론가협회가 주최하는 영평상은 1980년부터 매년 그해의 우수한 영화 및 영화인을 선정해 상을 수여하고 있다.


<2016년 제36회 영평상 부문별 수상자(작) 명단>

▲ 최우수작품상: ‘밀정’(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영화사 그림 제작)
▲ 감독상: 이경미 ‘비밀은 없다’
▲ 공로영화인상: 임권택
▲ 각본상: 신연식 ‘동주’
▲ 남자연기상: 이병헌 ‘내부자들’
▲ 여자연기상: 손예진 ‘비밀은 없다’
▲ 신인여우상: 정하담 ‘스틸 플라워’
▲ 신인남우상: 해당사항 없음
▲ 신인감독상: 윤가은 ‘우리들’
▲ 촬영상: 정정훈 ‘아가씨’
▲ 기술상: 곽태용, 황효균 (특수분장) ‘부산행’
▲ 음악상: 모그 ‘밀정’
▲ 국제비평가연맹한국본부상: 이준익 감독 ‘동주’
▲ 신인평론상: 손시내
▲ 독립영화지원상: 김동령, 박경태 감독
▲ ‘영평 10선’ 한국영화평론가협회(영평) 선정 10대 영화(무순) : 비밀은 없다/ 동주/ 곡성/ 아가씨/ 부산행 / 내부자들/ 밀정/ 터널/ 우리들/ 아수라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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