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1월 ‘중고신인 걸그룹’을 주목하라

입력 2017-01-03 14: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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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에는 '중고신인'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올 시즌을 제외한 최근 5년(현역선수 최초 등록 기준)간 기록이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 이내이면서 해외 프로야구 리그에 소속되지 않았던 선수들까지 신인왕 후보 자격이 주어지는 KBO규정으로 인해 등장한 단어이다.

즉 프로입단은 물론, 1군 무대까지도 경험했으나 규정상 신인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을 중고신인으로 부르는 것이다.

중고신인은 가요계에도 찾아볼 수 있다. 이미 한 번 데뷔를 해 활동을 펼쳤지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인해 재데뷔를 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물론 프로야구와 달리 가요계, 특히 이미지 소비에 민감한 아이돌 시장에서 중고신인이 갑자기 주목을 받는 경우는 드물긴 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례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이미 데뷔 경험이 있는 그룹이나 멤버들은 상대적으로 순수 신인보다 더 여유있고, 완성도 높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한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우연찮게 2017년 1월, 새해 벽두부터 가요계에는 이런 중고신인에 해당하는 걸그룹이 줄줄이 데뷔를 예고해, 프로야구처럼 '중고신인'이 가요계 트렌드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드림캐쳐, 사진=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


먼저 눈에 띄는 중고신인 걸그룹은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의 드림캐쳐다. 지유, 수아, 시연, 유현, 다미, 한동, 가현으로 구성된 드림캐쳐는 과거 걸그룹 밍스로 활동한 지유, 수아, 시연, 유현, 다미에 한동과 가현이 새롭게 합류하면서 재데뷔하는 그룹이다.

1월 13일 데뷔싱글 '악몽'을 발표하는 드림캐쳐의 특징은 그룹의 정체성이 명확하다는 것이다. 음악과 퍼포먼스, 스타일링까지 확실한 콘셉트를 갖춘 드림캐쳐는 기존의 국내 걸그룹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지니고 있다.

사실 콘셉트적인 측면이 강한 그룹은 대중적인 호응보다는 마니아층의 확보에 더 강점이 있는 편이다. 다만 마니아층의 열광적인 지지가 대중적인 관심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만큼, 드림캐쳐의 이런 차별화 전략이 얼마나 '덕심'을 공략 할 수 있을지를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보너스베이비, 사진=마루기획


마루기획의 보너스 베이비도 주목할 만한 중고신인 걸그룹이다. 보너스 베이비는 앞서 걸그룹 마이비로 데뷔해 활동했던 문희와 하윤을 비롯해 채현, 다윤, 가온, 공유가 합류해 결성된 걸그룹으로 1월 1일 데뷔 싱글 '우리끼리'를 발매했다.

보너스베이비의 특징은 현재 가요계 최연소 걸그룹이라는 점이다. 평균연령 16.6세인 보너스베이비는 나이에 걸맞게 귀엽고 순수한 소녀 감성을 앞세우고 있다. 보네스베이비의 경우 드림캐쳐와 반대로 대중적인 호응과 관심에 집중하고 있어 흥미를 끈다.

BP RANIA, 사진=DR뮤직


이밖에 팀명을 새롭게 바꾸고 기존 멤버 혜미, 슬지, 알렉산드라에 라니아의 오리지날 멤버 샘, 새멤버 따보, 지은, 유민이 합류해 컴백하는 BP RANIA도 주목할 만한 중고신인이라 할 수 있다.

그룹자체는 중고신인이 아니지만, 멤버 개인으로 놓고 보면 중고신인인 경우도 있다. 최근 에이프릴에 합류한 윤채경이 대표적이다.

일본에서 걸그룹 퓨리티로 데뷔해던 윤채경은 '프로듀스101'의 출연 이후 프로젝트 그룹 C.I.V.A와 I.B.I의 멤버로 데뷔했으며, 에이프릴 채원과의 콜라보레이션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에이프릴로서 정식 데뷔까지 윤채경은 지금까지 무려 5번의 데뷔를 경험해 '프로데뷔러'로 불리기도 한다.

윤채경, 사진=동아닷컴DB


일반적으로 프로야구에서 기량과 경험을 쌓을 시간이 많은 중고신인이 순수신인보다 한 발 앞선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할 때, 가요계에서는 윤채경이 이에 딱 맞아 떨어지는 중고신인이다.

이미 '프로듀스101'에서 최종미션에 진출해 I.O.I 선발 맴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 윤채경은 '음악의 신2' 등을 통해 꾸준히 팬덤과 인지도를 늘려왔고, 현재는 윤채경 개인의 팬덤과 인지도가 웬만한 걸그룹보다 큰 수준이다.

그녀의 정식 데뷔만을 손꼽아 기다린 팬층이 확고한 만큼, 1월 4일로 예정된 에이프릴의 컴백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개인의 팬덤이 반드시 그룹의 인기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윤채경의 팬들을 얼마나 에이프릴의 팬덤으로 흡수할 수 있을 지가 이번 컴백 활동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믹스 미아·희유, 사진=차이코엔터테인먼트


꼭 중고신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이미 얼굴을 알린 다음 데뷔를 하게 된 걸그룹 멤버도 있다. 걸그룹 믹스에 새롭게 합류한 희유와 미아가 그렇다.

희유는 '모모랜드를 찾아서'를 통해 걸그룹 모모랜드의 예비멤버로 얼굴을 알렸으나, 최종적으로는 모모랜드에 합류하지 못했다. 이후 1월 5일 컴백하는 믹스의 새 멤버로 합류해 정식 데뷔를 준비중이다.

마찬가지로 믹스의 새 멤버인 미아도 유성은의 ‘질투’ 송유빈의 ‘뼛속까지 너야’의 뮤직비디오 주인공으로 출연해 얼굴을 알렸고, 이번에 믹스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다.

프로야구에서 중고신인은 프로에서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갈고 닦을 시간이 있는 만큼 아무래도 순수신인더 뛰어난 활약을 펼칠 가능성이 높은 게 사실이다.

실제 2007년 당시 두산베어스 소속 임태훈을 끝으로, 프로야구의 신인왕은 모두 중고신인이 차지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프로야구의 이런 중고신인 강세가 과연 가요계에서도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올해 1월 가요계를 감상하는 하나의 재미가 될 듯하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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