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주완이 참여하는 ‘윤동주, 달을 쏘다’는 윤동주의 삶을 통해 일제 강점기, 비극의 역사 속에서 자유와 독립을 꿈꾸었던 순수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이 작품으로 서울예술단의 2017년 첫 작품이기도 하다. 인터뷰 전날 처음으로 리허설에 들어간 온주완은 눈이 부은 채로 나타났다. 말을 들어보니 연습을 하다가 한동안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고 했다. “슬픈 게 아니라 아팠다”고 했던 온주완은 리허설을 하며 대본에도 없는 읊조림을 하기도 했다고. 또 평생 울 눈물을 이번 공연에서 다 운 것 같다고도 말해 눈길을 끌었다.
“민족이 아팠던 시대를 대변했던 분이잖아요. 그의 시는 또 현시대의 우리가 그 시대를 볼 수 있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하고요. 그의 탄생 100주년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그를 앞으로도 기억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건 현 세대들의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로서 연기를 하며 그를 기억하고 전달하는 것이 제 몫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니 영광스럽네요.”
3월 21일부터 4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2주간 공연을 한다. 배우들은 2주라는 짧은 공연기간을 위해 두 달이라는 시간을 모두 연습에 쏟는다. 이에 온주완의 주변인들은 “거기에 에너지 낭비 하지 말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고. 결정을 하기 전 그도 망설이기도 했지만 “이걸 잘하길 정말 잘했다. 안 했으면 평생 후회했을 것 같다. 여기서 내가 받는 것들이 정말 많더라”고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윤동주, 달을 쏘다’는 서울예술단의 대표작으로 올해가 네 번째 공연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예술단원이었던 박영수가 계속해서 ‘윤동주’역을 하면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이에 온주완은 부담감도 갖고 있었지만 잘할 거란 믿음이 함께 있었다. 그는 “또 다른 윤동주의 매력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란 자신감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저도 박영수 형이 연기하는 영상을 봤었어요. 그 영상을 본 제가 울고 있더라고요. 뭔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꼭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때부터 제 부담감은 시작됐죠.(웃음)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시인 윤동주의 모습은 소극적이고 내성적이잖아요. 방 안에서 조용히 시만 쓸 것 같고요. 그런데 고증에도 나와 있듯이, 축구와 농구를 좋아하는 청년이었고 웅변대회를 나갈 만큼 용기도 있는 사람이었어요. 영수 형이 섬세한 감성이 있는 윤동주라면, 저는 좀 뜨거운 열정이 있는 윤동주에 집중해서 연기를 하는 것 같아요.”
출연을 결정하고 나서 온주완이 처음 시작한 것은 윤동주의 시를 외우는 일이었다. 학창시절에나 조금 접할 수 있었던 윤동주의 시를 시간이 지나 다시 읽고 외우니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는 “글로만 그의 시를 접하면, 바람이 부는 언덕에 올라서서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을 보고 쓴 시 같다”라며 “하지만 그의 시를 공부하다보면 정말 아픈 시였다. 그게 제일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시를 외우는 것은 정말 쉬워요. 그런데 이걸 해석하고 풀기 시작하면 윤동주가 갖고 있었던 처절하고 분노했던 그 감정을 목소리로 외치기가 정말 힘들더라고요. 어제 전체 리허설을 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정말 힘들어요.(웃음) 몸과 마음이 다 힘드니까 헛웃음도 나오고 제 스스로 아파서 연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관객들도 저를 보면서 그냥 연기가 아니라 ‘진짜 쟤가 마음이 아픈 거구나’라는 걸 느끼시길 바라요.”
또한 그는 자신의 청춘과 윤동주의 청춘을 뒤돌아보기도 했다. 온주완은 “시대가 달랐다고 한 청춘의 열정이나 간절함이 덜 뜨겁거나 더 뜨겁다고는 말할 수 없다. 우리 모두 다 젊은 시절이 있었고 그 시간을 보내며 아픔과 즐거움을 겪었다”라며 “나는 열정이 가득했던 청년 윤동주가 우리와 다름이 없었던 사람을 전달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연기에도 온 힘을 다했지만, 온주완은 서울예술단 단원들과 어울리는 일도 큰 숙제 중 하나이기도 했다. 적어도 수년간 함께 매일 같이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는 단원들 사이에서 어떻게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 이틀 동안 고민을 했다. 온주완은 “‘누가 나를 반겨줄까?’걱정을 많이 했다”라며 “오로지 내 노력이 답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단원들에게 어떤 첫 인상을 남겨야 할지 고민이 많았어요. ‘온주완이 여기 왜 와?’라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그래서 서울예술단에서 주신 공연 전체 영상을 집에서 스무 번을 보고 대사를 외워갔죠. 첫 연습 날, 두 장면 정도 빼고는 대본 없이 연습을 했어요. 제가 연습을 하나도 하지 않고 가면 단원 분들도 저 때문에 고생도 하시고요. 또 제가 정말 이 무대를 서고 싶은 진심을 보여드리고 싶기도 했어요. 아마 다들 좀 놀라셨을 걸요?(웃음)”
특히, 서울예술단의 유명한 삼총사였던 일명 ‘슈또풍’(배우 박영수, 김도빈, 조풍래를 일컫는 말)과 얼른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슈또풍’이 팬들 사이에서는 사랑 받는 삼총사다. 그래서 위화감 없이 빨리 친해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살아야지. (웃음) 우연찮게, 영수 형이 연습 기간에 신혼여행을 다녀오느라 ‘슈’자리가 잠시 비어있었다. 얼른 ‘온또풍’도 하나 만들어야한다는 생각에 금방 친해졌다”라고 말했다.
이제는 객원 배우가 아니라 단원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서로 친하다고. 같이 구내식당에 들어가서 점심을 먹고 ‘가위 바위 보’로 커피를 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단원들이 한 번 하고 갈 사람이라고 생각을 안 해주시니 감사하다”라며 “그래서 더 열심히 하고 싶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온주완은 ‘윤동주, 달을 쏘다’를 연기하면서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한 ‘초심’도 되찾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우로서 자존감도 높아지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고.
“사람이 하나의 일을 오래하다 보면 안주하게 되잖아요. 시스템에 적응이 되면 나태해지기도 하고 도태되기도 하고요. 그런데 무대에 오르면서 사라졌던 초심이 다시 생기더라고요. 아직까지 내게 뜨거움과 연기에 대한 의욕이 남아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배우로서 마음에 다시 불을 지펴 준 게 무대였던 것 같아요.”
21일부터 막이 오른다. 온주완은 “막이 오를 때까지는 아마 계속 힘들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떨며 “연습 중에도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라고 생각하지만 무대에 오르면 내 마음이 뿌듯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 공연이 끝나면 일주일은 집에 누워있을 것 같아요.(웃음) 시를 읊으며 울부짖으니 성대결절도 각오할 만큼 마음을 굳건히 먹고 있죠. 많은 분들이 저를 보며 시인 ‘윤동주’를 많이 느껴보셨으면 좋겠어요. 또 대중배우이다 보니 그 작품이 저로 인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책임감도 있어요. 많이 보러 와주세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서울예술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