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가에 울린 총성, 긴급상황 ‘코드제로’
지난 11월 1일, 서울의 한 파출소에 긴급 출동을 알리는 신호, ‘코드제로’가 발동됐다. 범인이 흉기를 소지하고 있어 시민들의 생명이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중요범죄 상황을 의미하는 ‘코드제로’ 신호에 경찰은 긴장감에 휩싸였다.
무전기로 전달된 신고내용은 놀랍게도 주택가에서 누군가가 총을 난사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방탄복까지 갖춰 입은 경찰이 즉시 출동했지만, 사건현장은 뜻밖에도 매우 평온했다. 피해자나 범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현장주변에서 작은 혈흔 하나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112신고를 했던 주민은 한 남자가 지붕 위에서 총으로 누군가를 향해 대여섯 발 정도를 쏘는 모습을 분명히 목격했다고 한다. 골목길로 도망가는 누군가를 향해 완벽한 서서쏴 자세로 끈질기게 조준 사격했다는 남자. 대낮 주택가에서 총기를 난사했다는 그는 도대체 누구일까?
● 그는 어떻게 총기를 가지고 있었나
긴장을 늦추지 않은 채 현장을 수색하던 경찰의 눈에 묘한 모습이 포착됐다. 한 할아버지가 한손에 커다란 총을 든 채로 유유히 사다리를 타고 지붕에서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경찰은 즉시 총기를 압수했고 할아버지의 집을 수색한 결과 무려 77발의 총알이 발견됐다.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총격사건을 일으킨 범인이라는 사실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던 경찰은 그 총의 출처를 알아내기 위해 수사에 착수하면서 또 한 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총기에는 제조사의 모델명과 총기의 일련번호가 새겨져 있는데, 할아버지의 총에서는 아무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여든이 넘은 할아버지가 어떻게 출처가 불분명한 실제 총기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일까? 취재진을 만난 할아버지는, 자신이 훈장까지 받은 6.25 참전 용사라고 했다. 문제의 총기는, 1950년 6.25 전쟁 당시 대동강 근처에서 북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총을 빼앗아 가져왔고, 그 후 전리품처럼 보관해 온 것이라고 했다.
할아버지의 말이 모두 사실이라면 그는 왜 67년 간 전쟁 기념품으로 보관해 오던 총을 지금 꺼내들게 된 것일까? 할아버지는 도대체 왜, 누구를 향해 총을 쏘았던 것일까?
이번 주 SBS ‘궁금한 이야기 Y’에서는 서울의 한 주택가에서 총기난사사건이 발생한 이유를 알아보고, 총기전문가들을 만나 할아버지의 총의 정체는 무엇인지 검증해본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