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인터뷰] 김태호 PD가 털어놓는 ‘무한도전 13년’

입력 2018-03-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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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방송을 끝으로 13년간 맡아온 MBC ‘무한도전’을 떠나는 김태호 PD. 사진제공|MBC

가본 적 없는 길…많은 시행착오도
시청자들이 느끼는 익숙함에 고민
답을 찾기 위해 마침표 아닌 쉼표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정상을 유지한다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경쟁자와 맞서야 하는 동시에 자신과의 경쟁에서도 밀려서는 안 된다.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의 김태호(43) PD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사랑받으려 애쓰는 마음”으로 13년간 ‘어제의 나’와 싸워야 했다.

김 PD는 2006년부터 ‘무한도전’ 연출과 기획을 맡으며 프로그램을 ‘국민예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묵묵히 13년간 한길만 걸으며 성과를 냈지만 이따금 위기의식을 느꼈다. 빠르게 변화하는 방송환경과 플랫폼, 트렌드를 이해하지 못한 채 휩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답을 찾기 위해” 31일 방송을 끝으로 “쉼표”를 찍는다.

김 PD는 13년간 행복과 고통의 감정을 반복했다. 그는 “한 프로그램에 10년 이상 몸담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지만 즐겁지 않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어느새 ‘국민예능’으로 불리고 마니아 팬이 형성되면서, 높아진 시청자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김 PD는 “초기에는 프로그램 색깔과 캐릭터가 신선해 시청자에 이야기를 전달하기가 비교적 쉬웠지만, 5년, 10년이 지나면서 시청자가 느끼는 익숙함에 제작진과 출연자들은 많은 고민을 했다”고 말했다.

“모두가 프로그램이 계속 되어야 하는 이유를 얘기했지만 이를 위한 시스템 개선 과정에서는 상당한 외로움을 느꼈다. 단일 프로그램 연출을 10년 이상을 한다는 게 누군가 가본 적이 없는 길이라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다.”

MBC ‘무한도전’. 사진제공|MBC


김 PD의 영향력은 스포츠동아가 창간 10주년을 맞아 엔터테인먼트 전문가 100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드러난다. 김 PD의 ‘무한도전’은 ‘역대 엔터테인먼트 최고 히트 콘텐츠’를 묻는 질문에서 14표를 얻어 2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김 PD에 대해 “한국 예능프로그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고 리얼버라이어티 장르를 개척했다”고 평가했다. ‘무한도전’에 대해서는 “방송 콘텐츠의 경계를 넘어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 아이콘”이며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전무후무한 예능상품”이라고 했다.

김 PD는 모든 공을 시청자에게 돌렸다. 그는 “프로그램이 씨앗이고 방송환경이 흙이라면, 시청자는 태양이다. ‘무한도전’이라는 씨앗은 햇빛이 비치고 좀 더 온기가 있는 쪽을 향해 자라다 보니 지금의 모습이 됐다”며 시청자들에 감사함을 전했다. 때문에 프로그램 종영 결정에 대해 “시청자에게 가장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지금의 멈춤은 마침표가 아니라 쉼표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 ‘무한도전’이 다시 돌아올 이유를 찾기 위해서는 제작진이나 멤버들에게 더 많은 노력과 변화가 필요한 걸 잘 알고 있다. 저도 준비되는 대로 돌아오겠다.”

김 PD는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이미 했다. 그 형태가 ‘무한도전’ 시즌2가 될지, 새로운 형태의 프로그램이 될지는 미지수. 하지만 오래전부터 ‘휴식기’의 필요성을 피력했던 만큼 일찌감치 ‘포스트 무한도전’을 구상해왔다. 올가을, 김 PD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다시 시청자의 곁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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