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유지영 감독 “‘수성못’, 내 20대 자화상 같은 영화”

인간은 누구나 실패를 경험한다. 영화 ‘수성못’은 20대가 경험하는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 첫 장편영화로 관객들을 만나는 유지영 감독에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영화의 배경, 제목을 ‘수성못’으로 정한 이유는?

A. 수성못은 제가 가주 갔던 곳이고, 익숙한 공간이에요. 보통 글이 안 써지거나 마음이 혼란스럽거나 어지러울 때 산책을 갔던 곳이죠. 이 영화는 2013년에 구상을 했어요. 그때만 해도 인공산책로가 있거나 그렇지 않고 한적했어요. 그때 제가 메모를 했던 게 있었는데, 수성못이 돌고 있으니까 대구 안에서 맴돌고 있는 것 같았고, 그 위에 둥둥 떠있는 오리는 저 같았죠. 첫 번째 장편은 제가 자란 곳에서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Q. 수성못을 배경으로 촬영하기 힘든 점은 없었나.

A. 영화는 수성못이 한적하게 나오는데, 사람들을 다 통제했어요. 찍는 구간을 정해서 제작부가 통제를 했고요. 일단 대구시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에게 허락을 받고, 수성구청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수성못 자체 산책로 안전을 위해서 차가 못 올라가는데, 저희 관계 차가 올라가게 해주시기도 했고요. 촬영이 있는 날은 시민들에게 양해도 구해주셨어요.



Q. 영화 속 이세영의 사투리 연기에 대해 아쉬움 없었나.

A. 스태프들과 고민했던 게 사투리에 대한 부분이었어요. 영화나 드라마에 대구사투리가 제대로 나온 적이 없어서 대구사투리를 그대로 쓰면 낯설어서 못한다고 생각 하실 거라고 했죠. 근데 저희가 대구 올로케였고, 스태프들도 다 대구사람들인데 오히려 배우가 (대구 사투리를) 연습하는 게 어떻겠냐고 했어요. 근데 생각보다 세영이가 정말 잘 하더라고요. 대구에서 시사회를 했을 때도 다들 놀라셨어요. 근데 댓글을 살펴보니 사투리가 어색하더고 하더라고요. 사실 이게 네이티브거든요. 모르시는 분들은 낯설 수 있지만, 이게 진짜 (대구) 사투리예요.

Q. 이세영을 ‘수성못’ 주인공으로 캐스팅 한 이유는?

A. 영화와 상관없이 이세영이라는 배우에게 평소 관심이 있었어요. 이세영이라는 아역 배우가 연기를 잘 했는데, 쉬는 동안 뭘 하고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렇게 ‘수성못’에서 제일 먼저 연락을 했고 오디션에 와주셨죠. 근데 희정이 캐릭터와 비슷하더라고요. 도도한 이미지에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너무 털털하고 성실하고 대본 준비도 완벽하게 하는 친구였어요. 그래서 정말 마음에 들었죠. 희정이하면 이세영 말고는 생각이 안 났어요.

Q. ‘수성못’은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고 했었는데, 영화 속 희정 캐릭터와 감독님은 얼마나 닮아 있을까?

A. 저도 20대 때 딱 희정이처럼 살았어요. 서울로 가고 싶었는데 다 떨어지고, 지방대를 다니고 있었고, 희정이처럼 편입시험을 쳤어요. 그 설정만 해도 희정이와 같죠. 경주마처럼 달렸던 것 같아요. 서울로 가기만 하면 다 되고, 편입만 하면 다 될 거라고 생각했죠. 무조건 좋은 대학에 편입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면 바로 앞 밖에 못 본 것 같아요. 진짜 제가 원하는 게 뭔지 몰랐죠.



Q. ‘수성못’ 속에 동반자살 이야기를 넣은 이유는?

A. 이 영화를 통해서 말하고 싶었던 게, 벗어나고 싶은 현실을 벗어나지 못하고 열심히는 하지만 실패에서 오는 과정 같은 것들이었어요. 20대는 가장 많이 실패하는 시기라고 생각해요. 희정이가 주인공으로 떠오르면서 그에 맞는 상대역은 죽음을 달려서 가는 인물이면 삶과 죽음의 대비가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죠. 죽는 것도 뜻대로 안 되고, 그런 것들을 영화적으로 살릴 수 있겠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결국은 뭐든지 쉽지 않았던 제 20대의 자화상이었죠.

Q. ‘수성못’을 통해서 관객들이 어떤 것들을 느꼈으면 좋겠나.

A. 삶이 쭉 이어지면서 끝에 죽음이 있으니, 삶과 죽음은 동 떨어진 게 아니잖아요. 그 과정 속에서 실패와 성취가 있는데, ‘수성못’은 어떤 실패의 한 구간에 대한 영화였던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얼마나 열심히 했고, 관객 분들이 보시면서 ‘아 나도 20대 때 저렇지 않았을까’ 공감을 하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영화는 뭔가 꼭 주장하고 싶은 영화였다기 보단, 우리 20대의 단상? 그런 실패 단상의 거울이었던 거죠.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