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홍승범 “다큐로 사이코패스 공부…캐릭터 욕 들을 때 기뻐”

홍승범 “다큐로 사이코패스 공부…캐릭터 욕 들을 때 기뻐”

배우가 시청자에게 짧은 순간을 이용해 깊은 인상을 남기는 방법으로는 역시 악역만 한 것이 없다.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는 주인공을 막아서고 화면을 순간적으로 장악해야만 하는 것이 바로 악역이기 때문.

이런 면에서 보면 MBC 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에서 염지홍 캐릭터를 맡은 홍승범의 악역 도전은 분명 성공적이다. 그는 이 작품에서 허준호를 추종하는 모방범으로서 천진함 속 악역 본능을 보여줬다.

“‘이리와 안아줘’가 방송될 때 포털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실시간 반응은 본 적 있지만 제 이름을 검색해서 나온 기사의 댓글은 못 봐요. 무서워서요. 그래도 드라마 실시간 반응에서 제 캐릭터에 대한 욕이 나올 때마다 굉장히 기뻤어요. 처음에 굉장히 걱정했었거든요.”
홍승범이 맡은 염지홍은 극 중 희대의 사이코패스인 윤희재(허준호)를 추종하고 그의 방식으로 채도진(장기용)-한재이(진기주)를 위협하는 역할이었다. 올 블랙 패션으로 무장하고 미소를 지은채 망치를 들고 있는 모습은 꿈에 나타날까 무서울 정도의 임팩트였다.

“캐릭터에 대해서는 관련 다큐멘터리들을 많이 봤어요. 사이코패스들의 성향이나 생각을 알 수 있는 인터뷰 등도 봤죠. 그 후에 허준호 선배님이 연기하는 윤희재와 달리 제 캐릭터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어요. 해맑음 속의 무서움을 보여주려고 했죠. 아마 제가 허준호 선배를 따라 하려고 했으면 정말 어색하지 않았을까요?”

홍승범은 이번 경험이 자신에게 큰 자양분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실제 그의 성격인 “해맑고 남과 어울려 대화하는 걸 좋아하는 걸 역이용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신인의 실험치고는 꽤 영리했고 성공적인 결과를 맺은 셈이다. 또한, 대 선배인 허준호와 호흡을 맞춰본 것도 대단한 공부가 됐다.

“제게는 분명 어려운 선배님인데도 실제 촬영장에서는 굉장히 편하게 해주셨어요. 저의 연기에 실제 반응을 보여주시니까 부담도 덜고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제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만들어 주셨죠.”
모든 작품이 끝난 지금, 꽤 의미 있는 성과를 얻었지만, 아직 홍승범은 그 자리에서 안주해야 할 때가 아니다. 우연히 선 연극무대에서 느낀 떨림 때문에 들어선 고집을 부려 들어선 배우의 길이다.

“작품을 무대에 올렸을 때 보여주는 사람들의 반응이 좋아서 늘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러다가 군대에 가는 날 침대 위에 ‘난 연기를 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부모님께 남기기도 했어요. 원래 한 번 정하면 끝까지 가는 타입이라 앞으로도 후회 안 할 거예요.”

그렇게 앞만 보고 달렸기에 소기의 성과를 거둔 이 작품이 그에겐 더욱 각별하다. 어쩌면 그도 의심하고 있었을지 모를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한 작품이니까.

“처음 캐스팅됐을 때는 주변 사람들도 ‘네가 악역을 한다고?’라는 반응이었어요. 그러다가 방송이 시작되고 난 뒤에 ‘잘 어울리는 것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때 정말 감사했죠. ‘서늘함과 무서움이 같이 묻어 나온다’는 말씀에 몸 둘 바를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제 걱정보다 ‘조금은 캐릭터를 표현했구나’라는 보람이 있네요.”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