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잘 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긴 했지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어요. 전체적인 영화 톤이 잔잔하고 어둡고 차갑지만 따뜻한 엔딩이 제 취향에도 맞았고요. 분석할 여지가 많은 캐릭터라는 것도 좋았어요. 연구하고 공부하고 파고들 여지가 많은 작품이었죠. 그동안 학생 역할과 학원물을 많이 해서 더 욕심나는 것도 있었고요.”
‘뷰티풀 데이즈’는 아픈 과거를 지닌 채 한국에서 살아가는 ‘여자’와 14년 만에 그녀를 찾아 중국에서 온 ‘아들’, 그리고 마침내 밝혀지는 그녀의 숨겨진 진실에 관한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장동윤은 극 중 ‘여자’(이나영)의 아들이자 조선족 대학생 젠첸 역할을 소화했다. 그의 대사 대부분이 조선족 말투와 중국어. 크랭크인을 한 달 반 정도를 앞두고 ‘뷰티풀 데이즈’에 캐스팅된 장동윤은 곧바로 대림동으로 향했다고 고백했다.
“처음에는 완벽하게 소화하지 못할 거면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 하지만 생각을 바꿨죠. 부딪혀 보기로. 무작정 대림동으로 향했고 한 슈퍼마켓 아주머니를 통해 한 분을 소개받았어요. 촬영에 들어가기 전까지 그 분과 매일 같이 밥 먹고 대화하고 대사를 녹음하면서 연습하고 준비했죠. 확실히 언어뿐 아니라 정서 분위기 태도 사고방식 등 전반적인 생활 방식을 익히는데 큰 도움을 받았어요. 촬영 현장에서는 극 중 룸메이트로 나온 단역 배우분의 도움이 컸어요. 건국대 영화학과 전공인데 실제로 조선족 동포시거든요.”
“첫 영화인데 이나영 선배님과 함께 한다니…저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고 영광이었어요. 선배님이 어떻게 연기하는지도 궁금했는데 정말 많은 감정을 주시더라고요. 모성애가 느껴졌어요. 연기에 많이 도움 됐죠. 그리고 대선배님이고 톱스타이시잖아요. 저는 완전히 신인이고요. 그런데도 저를 많이 존중해주시고 수평적으로 대해주시는 느낌을 받았어요. 처음에 긴장을 많이 했는데 ‘편하게 하세요’라고 많이 배려해주시더라고요. 감사했죠.”
장동윤에게 첫 영화 ‘뷰티풀 데이즈’는 어떤 의미로 남았을까. 그는 “나를 완전히 지우고 연기할 수 있었던 작품”이라고 정의했다.
“이전에는 내가 가진 매력에 캐릭터를 섞어서 만드는 스타일이었어요. 예를 들어 ‘게임회사 여직원들’ 곰개발에는 제가 많이 들어가 있어요. 그런데 매번 그렇게 하다 보면 캐릭터와 내가 섞일 때 매력적이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뷰티풀 데이즈’를 만났어요. 이 작품을 통해 생각이 많이 바뀌었죠. 저를 많이 지우고 연기하는 경험을 했는데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도 그런 스타일로 연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국경원 기자 onec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