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인터뷰] ‘극한직업’ 진선규 “로또 당첨된 기분, 포스터에 얼굴도 나오고”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2017년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랜 무명 시절을 끝내고 영화 ‘극한직업’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한 진선규에게 물었다. “인생 한 방이죠?”
진선규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저는 같은 자리에 있는데 주변 분들이 저를 반전시킨 것 같아요. 요즘 처음 해보는 일이 계속 생기거든요. 영화 포스터에 제 얼굴 나오는 것도 처음이고, 대중들이 저를 알아본 순간도 있었고요. ‘잘 봤어요~’라면서요.”
그러면서 “진해 친구들부터 주변사람들이 더 난리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띠며 답을 이어갔다.
“‘범죄도시’ 속 빡빡이 머리 스타일로 다니면 ‘어!’라면서 알아보시는데 머리카락을 기르고 나서는 잘 못 알아보세요. 물질적으로는 1년 전보다는 개런티가 조금 올랐어요. 그럼 또 주변 사람들이 ‘이제 이사가야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이사 갈 돈 없거든요. 저는 제 집에서 계속 살 거예요. (웃음) 다만, 이전보다는 제 가족이 먹고 살 돈이 생겼고 연극하는 후배들 밥 사줄 정도의 여유가 있을 뿐이죠.”
‘범죄도시’ 이후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극한직업’은 ‘스물’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자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 수사극이다. 진선규는 살벌하게 웃기는 마약반의 절대미각 마형사로 분한다. 진지하게 생긴 진선규의 착한 유머가 큰 존재감을 발현한다.
‘범죄도시’ 속 살벌하게 무서운 사채업자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갈 법도 했지만 진선규는 “위성락을 내 인생 최고의 악역, 그 자체로 두고 싶었다”며 코미디 영화를 차기작으로 한 이유를 전했다.
“위성락은 제 인생을 바꾼 캐릭터잖아요. 비슷한 역할을 바로 또 하면 위성락이라는 최고 캐릭터와 비교될 거 같았어요. 비슷한 걸 반복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재미, 다른 모습을 꺼내놓을 시기라고 판단했죠.”
그러나 정작 진선규는 자신이 한 코미디 연기를 의심했다. 평소 말 개그보단 몸개그를 좋아했기에 객관적으로 반응을 살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가 말장난으로 구성돼 있으니까 저는 객관적으로 못 보겠더라고요. 이게 괜찮게 대사를 한 것인지 뭔지, 저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이죠. 나머지 배우들은 말하지 않아도 정말 재미있게 연기를 했어요.”
이병헌 감독과는 작품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말수가 적은 두 사람은 정적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고, 진선규는 “당시 ‘스물’을 보고 너무 팬이 돼서 팬심을 계속 나타냈었다. 난 대화를 주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둘 다 말 한 마디하고 정적... 그렇게 3차까지 갔었다”고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그때 ‘나중에라도 감독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라고 어필을 했었어요. ‘범죄도시’로 상을 받고 처음 들어온 시나리오가 ‘극한직업’이었죠. 저한테 시나리오가 들어오다뇨!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것도 처음이었고 읽어보니 큰 역할인 거예요. ‘정말 저한테 제안하신 거예요?’라고 되물었었어요. 이병헌 감독이 ‘출연을 제안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켜만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이어 “첫 코미디 영화였고 나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 겁이 났었다. 감독 말만 들었고 연기를 했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겁나기보다는 그냥 좋다. 감독님도 잘생겨서 좋다”라고 끝까지 이병헌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웃음을 선사했다.
“저는 진선규라는 사람이 없어지고 배역만 남길 바라고 있어요. 나와 교차되지 않고 내가 꺼내지 않았던 것을 캐릭터로 보여드리는 과정이 재밌죠. 그래서 촬영 시간 한 시간 전부터 분장하고 앉아있는 습관이 있어요. 해당 캐릭터로 바뀐 제 모습이 너무 좋거든요. 이병헌 감독은 마형사 캐릭터에 감정이 배제되길 바랐어요. 별 것 아닌 일처럼 ‘툭’ 대사를 내뱉는 식이죠. 조기축구회 아저씨 같은 느낌이요. 관객들도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진선규는 “좋은 기회가 온 지금,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맡은 배역에 맞게 하던 대로 연기하겠다”고 다짐, 쏟아지는 관심에 화답했다.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겸손하게. 이제야 저를 꺼내 보일 수 있는 장이 열린 것뿐입니다. 두렵지 않고 행복해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영화 ‘범죄도시’ 위성락으로 2017년 제38회 청룡영화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배우, 오랜 무명 시절을 끝내고 영화 ‘극한직업’의 주인공으로 발돋움한 진선규에게 물었다. “인생 한 방이죠?”
진선규는 “로또에 당첨된 기분이다”라고 소감을 말했다.
“저는 같은 자리에 있는데 주변 분들이 저를 반전시킨 것 같아요. 요즘 처음 해보는 일이 계속 생기거든요. 영화 포스터에 제 얼굴 나오는 것도 처음이고, 대중들이 저를 알아본 순간도 있었고요. ‘잘 봤어요~’라면서요.”
그러면서 “진해 친구들부터 주변사람들이 더 난리다. ‘사람들이 알아보면 불편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는데 전혀! 그 정도까진 아니다”라고 특유의 인자한 미소를 띠며 답을 이어갔다.
“‘범죄도시’ 속 빡빡이 머리 스타일로 다니면 ‘어!’라면서 알아보시는데 머리카락을 기르고 나서는 잘 못 알아보세요. 물질적으로는 1년 전보다는 개런티가 조금 올랐어요. 그럼 또 주변 사람들이 ‘이제 이사가야하는 거 아니냐’라고 하는데 이사 갈 돈 없거든요. 저는 제 집에서 계속 살 거예요. (웃음) 다만, 이전보다는 제 가족이 먹고 살 돈이 생겼고 연극하는 후배들 밥 사줄 정도의 여유가 있을 뿐이죠.”
‘범죄도시’ 이후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극한직업’은 ‘스물’ 이병헌 감독의 신작이자 해체 위기의 마약반 5인방이 범죄조직 소탕을 위해 위장 창업한 ‘마약치킨’이 일약 맛집으로 입소문을 타게 되면서 벌어지는 코믹 수사극이다. 진선규는 살벌하게 웃기는 마약반의 절대미각 마형사로 분한다. 진지하게 생긴 진선규의 착한 유머가 큰 존재감을 발현한다.
‘범죄도시’ 속 살벌하게 무서운 사채업자의 이미지를 그대로 이어갈 법도 했지만 진선규는 “위성락을 내 인생 최고의 악역, 그 자체로 두고 싶었다”며 코미디 영화를 차기작으로 한 이유를 전했다.
“위성락은 제 인생을 바꾼 캐릭터잖아요. 비슷한 역할을 바로 또 하면 위성락이라는 최고 캐릭터와 비교될 거 같았어요. 비슷한 걸 반복할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재미, 다른 모습을 꺼내놓을 시기라고 판단했죠.”
그러나 정작 진선규는 자신이 한 코미디 연기를 의심했다. 평소 말 개그보단 몸개그를 좋아했기에 객관적으로 반응을 살필 수 없었던 것이다.
“영화가 말장난으로 구성돼 있으니까 저는 객관적으로 못 보겠더라고요. 이게 괜찮게 대사를 한 것인지 뭔지, 저 스스로를 의심하는 것이죠. 나머지 배우들은 말하지 않아도 정말 재미있게 연기를 했어요.”
이병헌 감독과는 작품 전부터 친분이 있었다. 말수가 적은 두 사람은 정적을 안주 삼아 술을 마셨고, 진선규는 “당시 ‘스물’을 보고 너무 팬이 돼서 팬심을 계속 나타냈었다. 난 대화를 주도하는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둘 다 말 한 마디하고 정적... 그렇게 3차까지 갔었다”고 당시 상황을 추억했다.
“그때 ‘나중에라도 감독님 작품에 꼭 출연하고 싶습니다’라고 어필을 했었어요. ‘범죄도시’로 상을 받고 처음 들어온 시나리오가 ‘극한직업’이었죠. 저한테 시나리오가 들어오다뇨! 시나리오가 들어오는 것도 처음이었고 읽어보니 큰 역할인 거예요. ‘정말 저한테 제안하신 거예요?’라고 되물었었어요. 이병헌 감독이 ‘출연을 제안할 수 있어서 너무 좋다’고 하시더라고요. ‘시켜만 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이어 “첫 코미디 영화였고 나에 대한 검증이 되지 않은 상태라 겁이 났었다. 감독 말만 들었고 연기를 했고 촬영이 끝난 후에는 겁나기보다는 그냥 좋다. 감독님도 잘생겨서 좋다”라고 끝까지 이병헌 감독에 대한 애정을 표현해 웃음을 선사했다.
“저는 진선규라는 사람이 없어지고 배역만 남길 바라고 있어요. 나와 교차되지 않고 내가 꺼내지 않았던 것을 캐릭터로 보여드리는 과정이 재밌죠. 그래서 촬영 시간 한 시간 전부터 분장하고 앉아있는 습관이 있어요. 해당 캐릭터로 바뀐 제 모습이 너무 좋거든요. 이병헌 감독은 마형사 캐릭터에 감정이 배제되길 바랐어요. 별 것 아닌 일처럼 ‘툭’ 대사를 내뱉는 식이죠. 조기축구회 아저씨 같은 느낌이요. 관객들도 재미있게 봐줬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진선규는 “좋은 기회가 온 지금, 두려움을 느끼기 보다는 맡은 배역에 맞게 하던 대로 연기하겠다”고 다짐, 쏟아지는 관심에 화답했다.
“작품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제 역할을 잘 해내고 싶어요. 겸손하게. 이제야 저를 꺼내 보일 수 있는 장이 열린 것뿐입니다. 두렵지 않고 행복해요.”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