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우성 “박근형 선배님과 나눈 ‘부자의 정’…행복했어요”

입력 2019-01-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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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정우성은 영화 ‘증인’을 만나 “숨이 확 트이고, 나도 모르게 치유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극중 아버지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못해 “따뜻함 속에서 대리만족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은 영화 ‘증인’을 만나 “숨이 확 트이고, 나도 모르게 치유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극중 아버지와 보내는 평범한 일상은 실제로 경험하지 못해 “따뜻함 속에서 대리만족을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영화 ‘증인’으로 힐링한 배우 정우성

“극적 캐릭터 벗어나 일상 교감…숨통 확 트였죠
난민문제 목소리…비판의 시선도 존중하려 노력


시간이 흐를수록 배우 정우성(45)을 설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연기하는 배우, 때로는 제작도 하는 기획자, 스스로 “잘생겼다”고 서슴없이 말하는 위트 넘치는 스타, 후배들이 ‘닮고 싶어 하는’ 선배이기도 하다.

그런 정우성이 최근 난민 문제에 시선을 쏟으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의도와 달리 일부 악의적인 시각의 공격에 시달리면서도 자신의 가치관인 ‘인류애적’인 관점으로 난민 관련 이슈에 꾸준히 목소리를 낸다. 영화에서는 욕망 가득한 검사(더 킹)가 되고, 그런 욕망 탓에 무너지는 형사(아수라)도 됐다가, 미래를 살아가는 인물(인랑)로도 나서지만 어디까지나 만들어낸 인물일 뿐이다. 현실에서 그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려 한다.

“가르침도 중요하지만 깨우침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2일 정우성은 새 영화 ‘증인’(감독 이한·제작 무비락) 개봉을 앞두고 마주앉은 자리에서 말했다. “누구가의 행동을 바라보면서 바람직하다고 느낄 때도 있고,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깨우칠 때도 있다”며 “세상 모든 대상들이 나를 긍정적으로 이끌어준다는 생각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고 했다. 그에게 나이나 경력은 중요치 않은 듯했다.

“경력과 나이가 많다고 해서 그게 절대적인 지혜나 이해로 통하는 건 아니다. 다른 시간대에, 다른 인생을 살았으니 우리는 각자 겪는 경험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어린 친구라도, 그 친구가 가진 온전한 경험이 있고 이해와 갈등이 존재한다. 그러니 나이나 경험을 떠나 개개인의 시선으로 상대방을 바라보고 존중하려 한다.”

영화 ‘증인’에서의 정우성(왼쪽)과 박근형.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증인’에서의 정우성(왼쪽)과 박근형.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증인’에서 보인, 정우성다운 얼굴

사실 개봉할 영화를 두고 마련된 인터뷰였지만, 이처럼 배우의 가치관에 대한 이야기가 더 활발히 오간 것은 ‘증인’이 담은 메시지와 ‘인간’ 정우성의 지향을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 정우성은 사뭇 ‘정의로운’ 얼굴로 나선다. 다양한 세계를 극적인 캐릭터로 살아온 정우성에게 단연코 가장 ‘어울리는’ 얼굴이다. 오래 쌓은 진가가 이번 영화를 통해 아낌없이 드러난다.



“‘증인’을 접하고 숨이 확 트이는 기분이었다. 숨통을 조이는 극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교감 속에 자신을 돌아보는 인물이다. 시나리오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정말 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들었으니까.”

‘증인’은 살인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자폐 소녀와 사건에 연루된 용의자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의 이야기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지만 낡은 백팩을 메고 버스를 타는 변호사 순호가 정우성의 역할. 파킨슨병으로 쇠약해가는 그의 아버지는 아들을 볼 때마다 선볼 여자의 사진을 내밀며 결혼을 재촉한다. 아버지와 마주앉아 멸치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마시는 일상적인 아들의 모습은, 정우성이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낯선 연기였다.

“아버지(박근형)와 펼치는 ‘생활연기’는 정말 친근했다. 내가 실제 아버지와 관계에서 갖지 못한, 아들로서 내 아버지와 나누고 싶었던 시간이었다. 따뜻함 속에서 대리만족을 했다.”

실제로는 어떨까. 정우성은 “(아버지에게)나는 무뚝뚝한 편”이라고 했다.

“음…. 아버지를 잘 모르고, 아버지도 나를 잘 모른다. 워낙 어릴 때 밖에 나와 혼자 생활했으니까. 아버지는 엄마의 희생을 당연히 여기는 약간 재미없는 남편이었던 것 같다. 잘 모르는 아버지와 관계를 영화로나마 표현할 수 있었으니 내겐 엄청난 장면일 수밖에 없다.”

배우 정우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우성.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소통…영화의 메시지, 정우성의 지향

영화에서 정우성은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던 소녀의 이야기에 서서히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편견으로 시작해 소통을 이뤄가는 과정. 정우성이 살아온 삶과도 맞닿아 있다. 그는 “나는 편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제도권 교육에서 벗어나 고등학교를 자퇴한 사실부터 그렇다고 했다.

“사회가 원하는 요구조건에 맞지 않았다. 물론 그런 요구가 얼마나 정당한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지만 말이다. 모두 저마다 이유가 있는 거다. 각자의 이유 안에서 사회 구성원으로 얼마나 당당하게 성장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본다. 소통도 마찬가지다. 상대를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게 가장 좋은 소통인 듯하다.”

영화에서 정우성은 소녀로부터 몇 번의 질문을 받는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이냐’는 물음이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가 뭔지 잘 모르겠다. 다만 영화의 영향력, 배우의 책임감에 대한 생각은 확실히 갖고 있다. 영화 ‘비트’는 내게 큰 영향을 줬지만 영화라는 건 정말 무섭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줬다. 어린 친구들이 ‘형 때문에 담배를 피운다’는 말도 많이 했으니까. 그럴 때면 내 손이 민망했다. 책임의식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정우성은 자신을 움직이게 하는 건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더 보탠다면 그를 행동하게 하는 건 세상을 향한 궁금증인 것 같다. 정우성은 최근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와 민족문제연구소 임헌영 소장의 대담집 ‘대화’를 읽고 있다고 했다.

“얼마 전 민족문제연구소에 갔다가 받아서 읽고 있다. 우리보다 앞선 세대에, 우리가 따라야 하고 궁금해 해야 할 좋은 선배님들이 많이 계셨다는 걸 차츰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 정우성

▲ 1973년 3월20일생
▲ 1989년 경기상고 1학년 중퇴
▲ 1991년 모델 활동 시작
▲ 1994년 ‘구미호’로 연기 데뷔
▲ 1997년 영화 ‘비트’, 제17회 한국영화평론가상 신인상
▲ 2015년 유엔난민기구 친선대사
▲ 2017년 ‘강철비’, 춘사영화제 남우주연상
▲ 2019년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개봉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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