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무비리뷰] 세계관 구축하려다 갈 길 잃어버린 ‘사자’

입력 2019-07-25 09: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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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무비리뷰] 세계관 구축하려다 갈 길 잃어버린 ‘사자’

‘홀리 유니버스(Holy Universe)’를 만들려다 이야기의 큰 그림이 없어졌다. 31일 개봉을 앞둔 ‘사자’(감독 김주환)는 벌써부터 후속편을 꿈꾸고 있지만, 글쎄다. 전작 ‘청년경찰’의 흥행과 더불어 대세 배우 박서준과 우도환의 인기를 업고 순항을 한다면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될 것이고 아니면 ‘리얼’이 될 것 같다.


‘사자’는 어릴 적 경찰관 아버지를 잃은 후 신(神)을 미워하며 격투기 선수가 된 용후(박서준 분), 악의 세력이 자라고 있음을 알고 바티칸에서 온 구마사제 안신부(안성기 분), 그리고 뱀을 섬기며 ‘검은 주교’라 불리는 지신(우도환 분)을 주축으로 이뤄진다. 내용은 어느 날부터 손바닥에 ‘성흔’(聖痕)을 갖게 된 용후가 안 신부를 통해 자신이 귀신 들린 자를 치료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악인을 대적하는 히어로로 거듭나는 이야기다.

‘청년경찰’로 560만 관객을 동원한 김주환 감독의 신작인 ‘사자’는 일찍이 ‘세계관’을 그려놓고 시작한 작품이다. 언론시사회에서도 김주환 감독은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안성기, 박서준, 우도환, 최우식과 함께 이 세계관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갈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하며 ‘피의 수녀단’과 ’귀신을 부리는 승려단’ 등의 이야기를 그려놓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세계관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사자’는 시작부터 길을 잃은 듯 하다. 일단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에 대한 큰 그림이 보이지 않는다. 또 영웅이 적대하는 빌런의 매력을 찾아볼 수가 없다는 점이 크게 작용한다. 일반적으로 세계관을 갖고 있는 시리즈물의 빌런들은 악행을 저지르는 이유가 있다. 그런데 ‘사자’ 속 ‘지신’은 그만의 정당성이 없다. 심지어 전사도 없다. 마지막 장면에서 용후와 결투를 벌이는 장면 외에는 영화 절반 이상을 홀로 떨어져 맥락 없는 악인의 모습을 보인다.


또 전체적으로는 오컬트 장르가 깔려있지만 안에는 영웅서사, 부성애, 그리고 믿음이라는 종교적인 메시지까지 있다. 너무 넘친다. 신을 싫어하는 주인공이 악을 대적하며 거듭나는 영웅서사까지는 좋았지만 모든 장르를 넣으려다 오히려 이야기의 힘이 빠져버렸다. 그럼에도 완벽한 격투기 선수로서 모습을 보인 박서준부터 라틴어를 구사하는 구마사제 역의 안성기, 그리고 혹독한 특수 분장을 견뎌낸 우도환의 연기력은 영화를 붙잡아주는 힘이 됐다. 하지만 이 영화의 주인공은 아역배우인 정지훈이다. 악령이 들어간 부마자 연기를 펼친 그는 누구보다 뛰어난 연기를 보여준다.

CG로 처리된 부마자들의 모습과 구마의식이 행해지는 장면들은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주는 장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목적 없는 악행으로 이뤄지고 있는 구마의식의 반복은 지루함을 줄 여지가 보인다. 7월 31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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