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타인은 지옥이다’ 촬영감독 “지옥 공간, 개인적으론 즐거운 작업”

입력 2019-09-18 11: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타인은 지옥이다’ 촬영감독 “지옥 공간, 개인적으론 즐거운 작업”

OCN 드라마틱 시네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 연출 이창희) 남동근 촬영감독이 작품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다음은 남동근 촬영감독 일문일답이다.

1. 고시원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의 촬영이,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에서 어떤 계획을 세웠나.

원작을 통해 처음 만난 고시원의 이미지는 눅눅하고 폐쇄적이며, 동시에 관리되지 않은 채 방치된 오래된 감옥 같았다. 좁고 답답한 폐쇄성, 제작진들도 현장에서 느꼈던 불편함, 그 안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중요했다. 무엇보다 작품의 주요 스토리가 한정된 공간에서 펼쳐지기 때문에, 최대한 다양한 시각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명제를 안고 촬영을 시작했다. 예를 들어 시청자들이 지루하지 않게 느껴지도록, 컷, 사이즈, 렌즈, 기법, 움직임 등을 다양하게 활용했다.

2. 드라마 속 고시원이 놀랍도록 리얼하다는 평이다. 세트장 역시 몹시 리얼하게 구현되었다고 들었는데, 좁은 공간을 앵글에 담아낸 노하우가 있다면?

이미 알려진 것처럼 에덴 고시원 내부는 특별히 제작된 세트다. 실제 참고했던 고시원 사이즈와 동일하다. 그만큼 좁고 한정된 공간이라 카메라의 위치나 동선 등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필요에 따라 벽과 천장을 떼어내고 촬영했는데, 마치 서문조(이동욱)의 대사처럼 “분해, 해체, 조립”하는 과정의 반복이었다. 미술팀, 촬영팀, 까다로운 촬영에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배우 등 모든 스태프의 노력이 응축된 결과, 리얼한 영상이 나왔다.


3. 첫 방송에서 고시원의 방과 복도를 위에서 아래로 하나의 앵글에 담아낸 장면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의도가 있었나.

심리 스릴러라는 장르의 서스펜스를 잘 살리려면 우선 인물들의 관계를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예를 들어, 첫 회에서 아무런 이유 없이 종우(임시완)를 죽이겠다고 읊조리는 홍남복(이중옥)과 이를 눈치 채고 불안에 떠는 조폭 안희중(현봉식), 서로 다른 의도와 심리 상태를 한 앵글에 담는 것이다. 레일을 설치해 각 방을 통과하면서 롱테이크로 찍었다. 아무것도 모른 채 고단한 하루를 마치고 잠든 종우와 방문 밖의 홍남복, 그리고 겁에 질린 안희중의 상황이 한눈에 보여 극적 긴장감이 살아났다. 살인마들이 모여 있는 고시원에 입실한 종우의 불안한 미래를 가장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4. 캐릭터들의 존재감이 강렬한 작품이다. 각 캐릭터를 영상으로 담아낼 때 차별화한 지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렌즈와 색감을 다르게 써서 전개에 따라 달라지는 캐릭터의 심리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먼저 종우의 경우, 초반에는 일반적인 밝은 톤의 조명을 사용했지만, 히스테릭하게 변화하는 시점부터는 어두운 색조나 그림자를 강조하고 극단적 클로즈업을 사용했다. 서문조의 치과 밀실 세공 장면에서는 차가운 아쿠아 블루를 사용했다. 평범한 치과 의사가 아닌 냉정하고 잔혹한 살인마란 걸 상징하기 위해서다. 두 인물이 처음으로 만나는 고시원 옥상에서는 의도적으로 붉은 조명을 사용했다. 종우에게 펼쳐질 심상찮은 미래를 은유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5. ‘타인은 지옥이다’가 중반부 전개에 들어섰다. 남은 이야기를 더 리얼하고, 보다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방법을 귀띔해 달라.

원작의 캐릭터를 재해석한 서문조의 반전이 공개됐고, 드라마에서만 볼 수 있는 디테일들이 스토리에 새로운 변주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옥 같은 공간이었지만, 촬영 감독으로서 너무나 즐거운 작업이었는데, 주인공의 심리 변화에 반응하는 영상을 따라가며 시청하는 것도 또 다른 재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는 촬영분이 마지막 10회에 나온다. 시청자들도 그 이유를 함께 느껴주셨으면 좋겠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