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도 물리칠 백신과 같은 영화의 탄생이다. ‘반도’ 이야기다.
9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반도’ 언론시사회에서는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강동원, 이정현, 권해효, 김민재, 구교환, 김도윤, 이레, 이예원이 참석했다.
‘반도’는 ‘부산행’ 그 후 4년, 폐허가 된 땅에 남겨져진 자들이 벌이는 최후의 사투를 그린 액션 블록버스터이다. 국내에서는 1000만 관객을 돌파했던 ‘부산행’을 연출한 연상호의 일명 ‘연니버스’ 중 하나로 일찍이 국내와 해외 영화 관계자 및 팬들에게 관심이 집중된 작품이었다. 이에 ‘반도’는 2020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적으로 초청 받았다. ‘부산행’에 이어 더 확장된 세계관으로 돌아온 ‘반도’는 일찌감치 초청 물망에 오르며 전 세계가 기다리는 영화였다. 공식 초청작을 발표한 티에리 프레모 칸 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연상호 감독에 대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을 잇는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이라고 소개했고 ‘반도’에 대해서는 ‘부산행’의 훌륭한 시퀄이라고 극찬했다.
이로써, 연상호 감독은 국내에서 3회 이상 칸의 초청을 받은 7번째 감독으로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로 모두 초청받은 유일한 감독이다. 또한 ‘부산행’과 ‘반도’처럼 하나의 세계관을 지닌 작품들 중 칸 영화제에 초청 받은 사례가 국내에서는 없어, 연상호 감독은 새로운 기록을 세우게 됐다.
올해의 화제작이라고는 하지만 코로나19가 다시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날 시사회에는 수많은 영화 관련 관계자들이 참석해 모처럼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는 듯 했다. 이러한 가운에 극장 개봉에 대해 연상호 감독은 “7월 개봉을 예정하고 촬영을 순차적으로 해오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상황(코로나19)이 왔지만 예정대로 이어가는게 맞다고 생각했고 준비했던대로 촬영을 했다”라며 “그런데 시국이 이렇다 보니 극장이 북적거리는 것 같다. 대규모 시사회를 하게 돼서 감회가 새로운 것 같다. 이 영화로 침체돼썬 극장가가 활기를 되찾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영화 ‘부산행’으로 K-좀비물의 시작을 열었던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을 만들 때는 K-좀비라는 용어가 만들어질지도 몰랐다. 그런 용어가 생긴 게 나로서는 신기하다”라며 “K-좀비만의 특성을 물으신다면 큰 차이점은 없다. 좀비 자체가 장소에 따라 특성이 달라지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이어 “이번 ‘반도’의 좀비들은 ‘부산행’의 좀비들보다 장소에 따른 콘셉트가 꼭 필요했다. 이번에는 ‘부산행’때 미처 사용하지 못했던 콘셉트도 넣었다. 포인트 동작은 주요 씬마다 넣었다”라고 말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폐허가 된 한국의 모습을 보게 된다. 하지만 주요 장소마다 국내 관객들에게 익숙한 브랜드나 장소가 나온다. 연상호 감독은 “이번 영화로 아포칼립스가 된 한국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낯선 배경이지만 한국인들에게 익숙한 이해하는 코드를 넣으며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부산행’에는 공유가 있지만 ‘반도’에는 강동원과 이정현이 있다. 각각 속편을 출연하는 점, 엄마 역할로 출연한다는 점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고 있지 않을까. 이에 대해 강동원은 “어떤 속편의 주인공을 한다는 것은 배우에게 쉬운 선택은 아니다. 감독님의 비전과 생각이 좋았다. 시나리오 봤을 때 ‘부산행’과 세계관을 공유하기도 했지만 다른 이야기가 되겠다고 생각해 선택했다. 늘 영화를 결정하거나 만들어갈 때 개봉을 기다릴 때 압박이 있다.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시나리오를 보고 두려움이 해소됐고 든든했다. ‘부산행’을 좋아했던 분들에게 실망을 드리지 않게 최선을 다했다. 공유 선배 팬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이정현은 “시나리오만 봐도 이런 캐릭터라고 확실히 알게 됐다. 또한 감독님의 디렉션이 정확했기 때문에 연기하는 데 도움이 됐다”라며 “준이(이레 분)와 유진(이예원 분)을 실제 제 딸이라 생각하고 상상하고 찍었다”라고 말했다.
‘정석’ 캐릭터에 대해 강동원은 “정석은 기본적으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합리성을 따지는 인물, 약간 차가울 수 있는 인물이다. 재난 상황을 맞으면서 인간에 대한 여러 실망감과 염세적인 면도 생겼을 것이다. 그래서 희망을 잃고 살아가다가 다시 폐허로 된 도시로 돌아와서 민정(이정현 분)의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 캐릭터는 전직 군인 출신이지만 히어로 같진 않다. 오히려 민정의 가족이 히어로 같다. 정석(강동원 분)이 이들을 만나며 희망을 찾게 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의 주인공은 배우 이레다. 극 중에서 준이 역을 맡은 이레는 생존을 위한 운전대를 잡은 소녀다. 이레는 극 중에서 화려한 운전 기술로 관객들을 감탄하게 하며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차지한다. 그는 “미성년자라 직접 운전을 연습할 수는 없어서 시뮬레이션이나 선배님들에게 도움을 받아 멋진 씬을 완성했다”라고 말했다. 연상호 감독은 카체이싱에 대해 “아포칼립스가 된 도시 안에서 차를 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어려울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거의 CG작업으로 이뤄졌는데 애니메이션 작업과 비슷한 작업을 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극 중에서 강동원과 이정현 역할의 대척점을 이루고 있는 이들은 김민재와 구교환이다. ‘부산행’의 김의성 같은 역할로 제2의 명존쎄를 부르는 인물이다. 이에 대해 김민재와 구교환은 “김의성 선배의 존재감은 독보적이다”라며 “또한 다른 성질의 인물들이라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영화가 흥행이 되면 김의성처럼 ‘명존쎄’와 같은 공약을 걸 수 있느냐는 질문에 두 사람은 “고민해보겠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날의 분위기 메이커는 ‘유진’ 역을 맡은 이예원 양이었다. 이날 이예원은 “이정현 엄마와 강동원 삼촌이 예전에 그렇게 유명한지는 몰랐다. 그런데 주변에서 사인을 받아달라고 부탁을 하더라. 이정현 엄마 노래가 엄청 인기가 많았고 강동원 삼촌은 진짜 ‘핫’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지금 보면 신기하다”라고 말해 장내를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어 “권해효 할아버지도 정말 잘 해주셨다. 다 잘 챙겨주셔서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라며 “선배님들의 연기를 보면서 ‘우와’ 했다. 이레 언니도 빈틈이 없더라. 연상호 감독님도 잘해주셨다. 감사하다”라고 덧붙였다.
이예원은 “반도라는 한 공간에서 다들 어렵고 힘들게 살아가는데 그런 줄도 천진난만한 귀여움을 잃지 않는 유진 캐릭터를 잘 봐주셨으면 좋겠다”라고 귀엽게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배우들은 관객들에게 건강을 지키며 ‘반도’를 봐달라고 부탁했다. 연상호 감독은 “‘부산행’ 개봉 했을 때 초등학생들이 참 좋아했고 ‘부산행2’가 언제 나오냐는 질문을 많이 들었다. 이후 ‘반도’ 개봉 소식에 저희 부모님과 장인·장모님까지 기대를 하고 계시더라”며 “‘반도’라는 영화를 만들며 가장 신경썼던 점이 보편적인 메시지와 전 연령층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코로나19 상황을 추가해 이런 시국에 전 연령대가 함께 와서 영화를 보시며 추억거리를 만드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에서 예매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반도’에 대한 세계적 관심은 뜨겁다. 개봉하기도 전, 185개국 선판매를 이루며 다시 한 번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반도’는 IMAX를 비롯해 CGV 4DX, Screen X, 4DX SREEN(통합관), 롯데시네마 SUPER 4D, ATMOS까지 6포맷 특수관 개봉을 확정지었다. 7월 15일 개봉.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