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스노우볼엔터테인먼트
그는 “대본을 보자마자 ‘와 이건 뭐지?’ 했다. 매니저 형한데 ‘이거 완전 미쳤다!’라고 할 정도로 너무 좋았고 무조건 한다고 했다. 다들 알다시피 투병생활로 오랫동안 작품을 쉬지 않았나. 좋은 작품이라면 어떤 역할이라도 하고 싶었다”라며 “무엇보다 가족에 대한 진솔함을 담아내서 정말 좋았다. 가족이지만 다 모를 수 있는, 어쩌면 더 감추고 싶은 마음을 진솔하고 공감가게 그려내서 마음에 끌렸다”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 소재 중 하나가 ‘졸혼’이었잖아요.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에 ‘졸혼’은 어쩌면 너무 아름답게만 표현되는 건 아닌가 생각하는 시간이었어요. 두 남녀가 사랑을 해서 결혼을 한 건데 어느 순간 그 사랑은 잊히고 미워하며 헤어지는 것이 우리 사회에 너무 쉽게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닐까요. ‘김상식’(정진영 분)의 기억이 22세로 돌아가며 내 배우자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일깨워주는 작품 같아서 좋았어요.”
신동욱은 ‘가족입니다’에서 은희(한예리 분)가 다니는 출판사 부대표이자 그의 썸남 ‘임건주’ 역을 맡아 로맨틱남과 바람둥이 그 사이를 오가며 다채로운 매력을 뽐내 뭇 여성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리딩현장을 간 것 외에는 회식 자리 등이 없어 한예리와 친해질 기회가 많이 없었다고. 촬영 첫날부터 한예리와 키스씬을 찍어야 했던 신동욱은 촬영 첫 날 한예리를 하루 종일 바라보며 역할에 몰입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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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욱은 “촬영 첫날부터 한예리와 키스씬을 찍어야 해서 조금 당황스럽긴 했다”라며 “그날 한예리에게 ‘키스 장면을 찍으려면 내가 예리 씨를 많이 봐야할 것 같다. 민망해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고 정말 하루 종일 한예리만 쳐다봤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행히 그 방법이 통했다. 저녁에 키스씬 촬영을 했는데 NG없이 빨리 찍었다. 이후로는 캐릭터로서 은희를 사랑하는데 별 무리가 없었다. 특히 한예리가 촬영장 분위기를 좋게 만들어 더 그랬다. 작품으로 한예리를 봤을 땐 차분한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귀엽고 재미있더라. 한예리 성격 자체가 내가 연기하는데 있어서 큰 도움이 됐다”라고 덧붙였다.
현시대의 가족의 모습을 따뜻하면서도 날카롭게 짚어낸 ‘가족입니다’는 매회 차원이 다른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가까이 있지만, 정작 아는 것이 없었던 가족들이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보듬어가는 과정, 그리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진정한 가족을 완성해 나가는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래도록 곱씹을 울림을 남겼다.
‘가족입니다’를 촬영하며 ‘사랑’이나 ‘가족’에 대한 신동욱의 생각도 변하였을까. 그는 “인류가 풀지 못한 숙제 같다. 물리학 등 과학은 통계나 수치 등으로 이뤄진 사실이고 뚜렷한 결과가 있는 학문이다.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은 여러 시대를 통해 다뤘지만 여전히 확실한 정의가 없다”라며 “그런데 이 드라마를 통해 ‘가족’도 사랑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았다. 나도 여전히 가족이 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하겠더라. 아마 시대가 지나도 ‘가족은 이런 거다’라고 말할 사람이 많이 없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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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영 후 아쉬움은 없는지 묻자 신동욱은 ‘낭만닥터 김사부2’ 당시 만났던 선배 한석규와의 일화를 꺼냈다. 그는 “내가 정말 존경하는 배우이자 롤모델인 한석규 선배가 연기를 다 하시곤 ‘(내 연기가)마음에 안 들어 죽겠어’라고 속상해 하시더라. 근데 그 말이 왜 그렇게 와 닿는지 모르겠다”라며 “나 역시 내가 하는 연기가 언제나 만족스럽지 않다. 그래서 내가 나오는 장면을 잘 보지 못한다. 보게 되더라도 영혼이 탈탈 털린 상태가 된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작품 자체가 아닌 배우로 가는 길에 대한 아쉬움은 없을까. 2010년부터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을 6년간 투병했던 신동욱은 불가피하게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연기를 할 수는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지만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히 병을 치료 중이지만 많이 호전된 모습을 보인 신동욱은 자신의 모습을 통해 같은 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지금이라도 연기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해요. 앞으로 좋은 작품을 하면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저는 이런 제 모습을 보시며 같은 상황에 처하신 분들이 용기를 얻으셨으면 좋겠어요. 약을 먹고 치료를 적극적으로 하면 좋아질 수 있어요. 당장 아파서 그렇지, 정말 호전이 됐고요. 여전히 약을 먹어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에 감사해요. 제 모습이 몸이 아프신 많은 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신동욱에게 ‘가족입니다’는 어떤 드라마로 기억될까.
“필통 안에 든 펜들도 내가 좋아서 산 것들인데 그것마저도 제가 마음에 들어서 더 자주 쓰게 되는 펜이 있잖아요. 배우에게도 자신이 고른 작품들은 모두 소중하지만 어떤 이유로 더 애정이 가는 것이 있기 마련이더라고요. ‘가족입니다’는 좋은 작가님과 배우들, 그리고 감사한 시청자들을 많이 만난 작품 같아요. 그런 드라마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아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