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에스앤코
코로나19 시국 속, 그 어느 때보다 공연계가 힘들어지고 있는 가운데 ‘캣츠’ 40주년 공연에 참여하고 있는 브래드 리틀(올드 튜터러노미 역), 댄 파트리지(럼 텀 터거 역), 조아나 암필(그리자벨라 역)은 자리를 띄워 앉기를 하며 마스크를 쓰고 공연을 보는 관객들을 보며 감탄과 감동의 순간을 느끼고 있다.
세 배우에게 있어서 ‘캣츠’는 영광의 무대이기도 하지만 올해는 복권당첨과도 같은 행운이기도 하다. 코로나19로 고국에서 설 무대가 많지 않은 것. 그래서 어느 때보다 세 배우는 “한국에서 ‘캣츠’를 하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다”라는 말을 자주하기도 했다.
<이하 배우들과의 일문일답>
Q. 뮤지컬 ‘캣츠’ 40주년이 되어서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브래드 리틀(이하 ‘리틀’) : 아마 지금 공연하는 배우들 중 ‘캣츠’가 만들어졌을 때 태어난 사람이 5명도 안 될 거다. 그 만큼 이 공연이 오래되었다는 건데 아직까지 그 의도와 열정이 유지되고 젊은 세대들의 배우들도 이 공연을 즐기는 것도 멋진 일이다. 이런 역사적인 공연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도 영광스럽다.
조아나 암필(이하 ‘암필’) : 40주년이라는 것 말고도 감사할 것은 많다.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뮤지컬 산업을 굳건하게 지키며 유지하게 해준 한국 관객들께 감사 드린다. 이와 반대로 고국에 있는 친구들은 무대에 설 수가 없는 점은 씁쓸하다.
댄 파트리지(이하 ‘파트리지’) : 40년간 하나의 예술의 수명이 이렇게 길다는 것은 놀랍다. 앞으로도 계속될 ‘캣츠’라는 작품으로 이런 시국에 참여하게 돼서 감사하다.
Q. 코로나19 가운에 연습과 공연을 한국에서 했다. 어느 때보다 무대에 설 때 염려와 감사함이 교차할 것 같다.
파트리지 : 공연을 해서 즐겁지만 그 마음을 누리면 안 될 것 같기도 하다. 고향에서는 코로나19로 무대에 서지 못하는 친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위해 잘 해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여러 생각과 감정이 생겨 힘들었고 마음을 다잡지 못할 때도 있었다. 지금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 친구들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있고 그들의 마음과 열정을 내 원동력으로 삼아 공연하고 있다.
리틀 : 일하는 내내 동료들이 내게 “넌 행운아다”, “운이 좋다”라고 했던 말이 단어로 떠오른다. 일상적인 일을 하고 있으면서도 행운을 안고 있다는 이 아름다움은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공연을 통해 한국인들의 하나되는 것에 더 놀라고 있다. 내가 이 역할을 맡고 연습을 하면서 한국의 코로나19 상황은 점점 안 좋아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새 다시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가 되지 않았나. 정말 대단한 거다.
파트리지 : 나로선 한국에서 공연을 한다는 것이 엄청난 것이다. 모든 국민들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하나가 돼서 지키고 있는 행동 수칙들이 정말 놀랍다. 한국의 방역 수준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됐다.
Q. 코로나19로 공연 자체도 변화가 있었다. 예를 들어 선지자 고양이 ‘올드 튜터러노미’ 역을 맡은 브래드 리틀은 관객석 복도에서 등장하기 때문에 얼굴에 ‘메이크업 마스크’를 쓰고 등장한다.
리틀 : 그렇다. 사실 고양이 메이크업과 같은 모양의 마스크를 쓰는 것과 달라져야 했던 안무들은 실제 공연 일주일 전에야 정해졌다. 공연을 하는 동안 코로나19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몰라 순간에 대처해서 결정을 지어야 했다. 그런데 이 결과물이 참 놀랍다. 여전히 하나의 예술로 하고자 하는 목표가 달성이 되고 있다. 비록 내 표정 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깝지만 유행병이 돌고 있는 이 시점에 이 작품이 가진 예술성, 이야기의 기승전결에 필요한 요소들이 다 지켜지고 있다는 것은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캣츠’를 보러 오셨으면 좋겠다.
파트리지 : 저 또한 브래드 리틀이 복도에서 무대까지 걸어오는 모습을 보는 것을 즐기는 편이다. 마스크를 쓰고도 관객들과 교류가 가능한 것을 보면서 놀랐다. 그래서 나 역시 ‘럼 텀 터거’를 연기하며 햇살처럼 환한 미소를 관객들에게 보내려고 하고 있다. 그 때 관객들이 느끼는 전율을 좋아한다. 긴장감 안에 서로의 교류를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조심하는 상태에서 믿고 즐기기까지 기분이 참 좋다.
리틀 : 이번 공연에 바뀐 것이 또 하나 있다면 인터미션 중 관객과의 ‘허그 타임’이다. 서로 안아주는 시간 대신 내가 무대 위에서 관객들과 인사하며 여러 감정을 나눈다. 매일 관객이 달라지기 때문에 나의 반응도 조금씩 다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관객이 있다면 1열 정도까지 와서 나를 유혹하는 분이 계셨다.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거기에 반응해주는 것이 내 몫이다. 그래서 부끄러운 고양이인척 했다. 이전 ‘허그 타임’은 여전히 그립지만 지금은 또 지금대로 관객들과 상호교류를 하는 것이 좋다.
사진제공=에스앤코
Q. 40년간 ‘캣츠’가 사랑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또 40주년이라 특별해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파트리지 : 남녀노소가 모두 즐기며 뭔가를 하나씩 느낄 수 있는 공연이라고 생각한다. 세트, 의상 등 볼거리도 많고 참 잘 만들어진 공연이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오면 온전히 다른 세상을 구경할 수 있다. 정말 대단한 작품이다. 노래도 너무 좋고 훌륭한 요소들이 결합이 돼 공연이라 40년간 지속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암필 : ‘캣츠’가 오랫동안 사랑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말 많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무엇보다 탄탄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T.S 엘리엇의 시를 바탕으로 기승전결이 아름답게 표현된 이야기가 사랑 받는 요소가 아닐까 싶다.
리틀 : 40년간 공연을 하면서 시대에 맞춰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이번 프로덕션은 오리지널 버전과 거의 흡사하다. 이번엔 ‘그라울 타이거’가 돌아온다. 그 캐릭터가 있었던 버전과 없었던 버전을 모두 보신 분들은 늘 그를 그리워하셨는데 이번에 그를 볼 수 있다. 덧붙여 이 뮤지컬을 가장 많이 이해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한국 관객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사실 고전의 특성상 원어 자체가 이해하기가 힘들어 영어를 구사하는 이들도 이 극 자체를 완벽하게 이해하지는 못할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언어를 사용하시는 분들은 한글로 해석이 된 자막을 보며 관람을 하시기 때문에 공연을 하는 우리보다 더 정확한 의미를 파악하실 수 있으실 것 같다. 누가 우리에게 한국어 자막을 번역해서 다시 알려줬으면 좋겠다. 하하.
Q. ‘캣츠’의 넘버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단연코 ‘메모리(Memory)’다. 배우로서 이 노래를 부르며 느끼는 매력은 뭘까.
암필 : 워낙 훌륭한 아티스트들이 많이 불렀던 노래라서 부담이 되는 곡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버전이 다르기 때문에 두려움을 안겨주는 곡이다. 이 곡 같은 경우는 그리자벨라의 여정 안에서 의미가 커지는 곡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관객들의 공감을 위해 그리자벨라로서 첫 발을 딛는 순간부터 관객들을 매료시키려고 노력을 해요.
리틀 : 아마도 조아나 암필은 역대 가장 겸손한 그리자벨라 같다. 사실 ‘메모리’를 잘 부르는 사람들은 정말 많다. 그런데 조아나 암필이 이번 공연 연습 중 ‘메모리’를 불렀을 때 모든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감탄을 넘어 감동의 눈물을 흘리더라. 그는 이야기 전달자이자 노래에 색을 입히는 사람이다. 진정한 아티스트가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마스터다.
Q.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장면이 있나
리틀 : 감성에 빠지지 않고 말하자면 공연 중 모친상을 당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그 날, 무대에 있을 때 조아나가 ‘메모리’를 부르는데 그만 울어버렸다.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게 불러줬던 ‘메모리’는 배우 생활에 있어서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관객들이 보지 못하도록 등을 돌리며 어머니에게 ‘안녕’ 이라고 작별인사를 했다.
파트리지 : 어릴 때 ‘미스터 미스토펠리스’ 넘버를 듣고 반했다. 이 역할은 정말 훌륭한 댄서 분들이 맡는데 내가 프로 배우가 돼서 이들과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 마법사 고양이 ‘미스토펠리스’가 나오는 장면은 ‘캣츠’의 기승전결을 풀어나가는데 핵심이다. 이 캐릭터가 얼마나 놀랍고 어떻게 고양이들을 도와줄 것인지 비밀이 담겨있는 장면이기도 해 이 장면이 나올 때마다 행복하게 연기한다.
리틀 : 우리가 지금 이 인터뷰 자리에 나와 있지만 모든 캐스트가 하고 있는 일들은 매우 훌륭하다. 특히 ‘캣츠’는 무용이 정말 중요한데 이 자리에 있진 않지만 이들의 안무 실력은 늘 우리의 입을 떡 벌리게 한다. 몸으로 표현할 수 있는 최대치를 보여주기 때문에 존경할 수밖에 없다.
Q. 12월 6일까지 서울 공연이고 이후에는 대구로 간다. 기대감이 있을 것 같다.
암필 : 서울도 좋지만 새로운 도시 대구에서 공연을 할 생각을 하니 정말 좋다. ‘캣츠’를 사랑해주시는 대구 팬들이 기대를 갖고 기다려주셨으면 좋겠다.
파트리지 : 한국 관객들에게 늘 놀라워하는 중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팬들이 아닐까 싶다. “공연 잘 봤다” 등 응원의 메시지가 늘 가득해 기분이 좋다. 다른 도시에서도 좋은 공연 보여드리겠다.
브래드 : 대구로 돌아가게 돼 기쁘다. 나는 대구에서 콘서트도 했고 ‘지킬 앤 하이드’, ‘캣츠’ 등을 하기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고. 벌써부터 대구 팬들을 만날 생각에 기분이 좋다.
12월 6일까지 서울 잠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된다. 이후 대구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