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윤여정 美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가능성

입력 2021-03-1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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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미나리’ 윤여정. 사진제공|판씨네마

영화 ‘미나리’ 윤여정. 사진제공|판씨네마

“섬세한 연기 최고”…“압도적 경쟁자 없다”

클로스·사이프리드·콜맨 등과 경쟁
30개 여우조연상 흐름도 무시 못해
심사위원단 구성 변화 영향 미칠듯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지만 “이미 승자가 된 것 같아 혼자 축하주를 마셔야 겠다”고 말했다. 자신이 한국배우 최초로 미국 아카데미상 여우조연상 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듣고 윤여정(74)은 겸손함 속에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OTT(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애플TV플러스의 드라마 ‘파친코’ 촬영을 마치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15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돌아온 그의 상기된 표정을 AP통신은 그렇게 전했다.

외신들은 “역사적”이라는 수식도 달아 주었다. 윤여정과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각본상(정이삭 감독)·음악상, 또 다른 주역 스티븐 연의 남우주연상 등 모두 6개 부문에 후보로 이름을 올린 영화 ‘미나리’의 수상에 대한 최고조의 기대감으로 비친다.

“연기의 섬세함을 봤다”

물론 “실제 수상을 예측하기란 쉽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전제한다. 그러면서도 그들 역시 윤여정과 스티븐 연, ‘미나리’의 수상이 또 하나의 “역사”가 될 것이라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윤여정은 4월26일 열리는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힐빌리의 노래’의 글렌 클로스, ‘맹크’의 아만다 사이프리드,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등과 경쟁한다. 글렌 클로스와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대중적 인지도와 연기력을 갖춘 할리우드 스타이다. 올리비아 콜맨은 2019년 ‘더 페이버릿’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저력을 지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포진 안에서 윤여정이 빛을 발하길 기대했다. 김형석 평창국제평화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은 “지난해 한국영화 ‘기생충’이 테마로 인정을 받았다면, 한국어 대사가 대부분인 ‘미나리’의 윤여정 등이 후보가 된 건 작품의 더욱 섬세한 부분을 심사위원들이 들여다봤음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최근까지 미국의 여러 비평가협회 등으로부터 30개의 여우조연상을 받은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고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짚었다. 그는 “그만한 화제를 이끌어낸 배우가 없다는 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내다봤다.

아카데미상의 “역사적” 선택은?

또 아카데미상이 인종과 성별 등 다양성을 향한 변화의 길 위에서 올해 연기상 부문의 20여명 가운데 9명의 유색인종을 후보로 올린 것도 시사하는 점이 크다는 시각이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회원과 심사위원단 구성이 달라지면서 윤여정의 수상 가능성 역시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미나리’가 “압도적인 스토리는 아니다”는 점은 배우들과 작품의 수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전 평론가는 ‘미나리’가 “매우 잘 짜여진 이야기, 웰메이드 작품이기는 하지만 압도성은 다소 부족한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번 후보 지명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가 있다는 점에서 “이 정도면 만족하고, 이미 승리한 기분”이라는 윤여정의 겸손함이 결코 지나치지 않다는 시선이 나온다. 김 부집행위원장은 “영어 자막이 들어간 영화가 지난해 ‘기생충’에 이어 작품상 등 후보에 올랐다”면서 “문화적 장벽을 무너뜨리는 아카데미상의 변화를 읽게 한다”고 말했다. LA타임스, 로이터통신, 포브스 등 많은 외신이 “역사적인 오스카 후보 선정”이라고 평가한 것도 이와 일맥상통한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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