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논란 SBS ‘조선구마사’…여론 이어 광고까지 등 돌렸다

입력 2021-03-25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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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제공|SBS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진제공|SBS

기업들 잇단 광고 중단…지자체는 지원 철회
‘박계옥 작가’ 불매 조짐도…혼란 더 커질듯
SBS 월화드라마 ‘조선구마사’의 역사 왜곡 논란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첫 방송부터 시청자 관련 비난이 쇄도하는 가운데 광고나 제작을 지원하는 기업들이 이를 철회하는 등 일파만파 파문이 커지고 있다.

‘조선구마사’는 조선 태종 시대를 배경으로 한 퓨전 사극 장르를 표방한 드라마. 태종의 아들인 충녕대군이 조선의 기생집에서 구마 사제에게 월병과 중국식 만두, 피단(오리알을 삭힌 요리) 등을 대접하는 장면과 일부 설정 등이 역사 왜곡 논란을 불러 모았다. 극중 태종이 환시와 환청에 사로잡혀 백성들을 학살했다는 설정도 불만을 샀다. ‘고조선과 발해 등 한국의 고대사가 중국 역사’라는 논리를 핵심으로 한 중국 측의 ‘동북공정’과 관련짓는 시선까지 나왔다.

이에 제작진은 잇따라 사과 및 해명하며 일부 장면을 삭제하고, 재결방과 함께 내용 재정비를 약속했다. 하지만 논란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광고 줄줄이 등 돌리기
24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조선구마사’ 방영 이틀 만인 이날 오후까지 접수된 관련 민원만 3900여건에 달한다. 8.9%(이하 닐슨코리아)로 시작한 시청률은 23일 6.9%까지 곤두박질쳤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관련 비판글이 잇따라 오르고 있다.

급기야 드라마 광고와 제작을 지원한 기업이 이를 거두고 있다. 이날 현재 삼성전자, 에이스침대, LG생활건강 등 협찬과 제작 지원 업체들이 광고 편성 중단을 결정하거나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촬영장소 제공 등 드라마 제작 지원에 나선 전남 나주시 등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를 철회했다.

일부 시청자는 대본을 쓴 박계옥 작가가 전작인 tvN ‘철인왕후’로 비슷한 논란에 휩싸인 점, 최근 중국 콘텐츠 제작사인 항저우쟈핑픽처스유한공사와 집필 계약을 맺은 점 등을 들어 “박 작가의 작품을 더 이상 보지 않겠다”는 불매운동을 제안하고 나섰다.

“중국의 ‘문화 동북공정’에 동조?”
여기에 최근 중국 측의 ‘문화 동북공정’ 움직임이 심화하는 분위기 속에서 적절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국홍보 전문가인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24일 SNS를 통해 “이미 중국 누리꾼들이 웨이보를 통해 ‘당시 한국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드라마 장면을 옹호하기 시작했다”며 “최근 중국이 한복, 김치, 판소리 등을 자신의 문화라고 주장하는 동북공정을 펼치는 와중에 또 하나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처럼 쏟아지는 비판에 제작진은 결국 문제가 된 장면을 삭제하고 29·30일 방송을 결방한 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방송한 1·2회의 다시보기 서비스도 중단했다. 제작진은 24일 “일부 의복 및 소품이 중국식이라는 지적과 관련해 이를 사전 인지하지 못한 것은 명백한 실수”라며 “향후 방송에서 해당 부분을 최대한 수정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중국 자본 투입 의혹에 대해서는 “100% 국내 자본 드라마”라고 선을 그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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