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서복' 위해 체중감량"
공유 "욕설 연기, '동갑내기' 후 처음..통쾌"
"식단 조절 4개월, 기헌의 예민함 됐죠"
“처음 대본을 보고 ‘넌 왜 살아?’라는 질문이 떠올랐어요. 촬영이 끝나고 나서도 아직 답은 찾지 못했죠”공유 "욕설 연기, '동갑내기' 후 처음..통쾌"
"식단 조절 4개월, 기헌의 예민함 됐죠"
20년차 배우 공유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삶의 의미에 대한 질문은 영화 ‘서복’을 만나며 시작됐다.
지난 12일 영화 ‘서복’이 언론에 공개됐다. ‘서복’은 인류 최초의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극비리에 옮기는 생애 마지막 임무를 맡게 된 정보국 요원 기헌(공유 분)의 특별한 동행을 그린 작품. 극중 공유는 시한부 삶을 선고받은 민기헌 역을 연기했다. 시한부와 영생을 사는 복제인간의 동행을 통해 삶의 의미에 대한 주제의식을 담은 영화다.
공유는 ‘도가니’ ‘82년생 김지영’에 이어 ‘서복’을 택했다. 세 작품 모두 사회 문제나 윤리 등 관객에게 메시지와 질문을 던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제 필모그래피의 공통점은 대본을 접했을 때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던 작품들이에요. 선택들이 왜 이렇게 쌓였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고민하게 만드는 영화에 같이 동참하고 싶어요. 저는 잡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인 거 같아요. 나이에 맞게 세상에 돌아가는 것과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에 대한 고민을 하지만 아무도 안 알아줬죠. ‘서복’은 나라는 사람을 고민하게 만드는 힘이 있었어요”
복제인간은 한국 영화에서 거의 다뤄지지 않았던 주제다. 여기에 ‘서복’은 SF적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를 확장했다.
“시나리오를 받고 ‘왜 이런 숙제를 주지?’하는 생각이 들어서 출연을 거절했었죠.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다가 ‘내가 연기하기엔 너무 큰 얘기다’라는 겁이 나서 거절했어요. 감독님께서 다시 한 번 연락해주셔서 자세한 얘기를 들었어요.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이야기지만 잘 만들어졌을 때 관객들에게 뭔가를 던질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저를 고민에 빠트린 점이 좋았죠”
시한부의 삶을 사는 기헌은 마약성 진통제를 달고 살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인물. 눈과 볼이 푹 꺼진 그의 얼굴에선 생기라곤 찾아볼 수 없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통증 때문에 늘 예민하고 감정적이다. 공유는 체중감량을 감행하며 민기헌의 삶을 준비했다.
“4개월 정도 체중 관리를 했어요. 음식 조절을 할 수밖에 없었죠. 죽어가는 사람이고 피폐한 사람인데 얼굴이 통통해지면 안 됐거든요(웃음). 못먹으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어요. 촬영장에서 사람들과 어울리지 않고 자제했어요. 혼자 있는 게 기헌에게 맞는 일이었죠. 기헌에게 좋은 과정이었어요”
예민하고 감정적인 기헌은 종종 욕설을 하며 분노를 표출한다. 그동안 반듯하거나 매너 있는 역할을 소화해온 공유의 욕설 연기는 낯설게 느껴졌다.
“극중 욕설이 세네 번 나오죠? 욕설 연기가 거의 처음이에요. 아주 어렸을 적 ‘동갑내기 과외하기’ 말고는 한 적이 없어요. 통쾌했죠. 욕을 하면 안 될 거 같은 캐릭터는 답답함이 있어요. 위급하거나 흥분하면 인간은 욕을 할 수밖에 없는데 말이에요. 욕은 표현의 도구에요. 하나의 제약이 풀린 거 같아 시원했어요”
6개월간 민기헌의 삶을 산 공유. 그에게 ‘서복’은 어떤 인상을 남겼을까.
“영화가 남긴 질문이요? 어렵네요. 군대에 있는 보검이에게 물어보고 싶어요(웃음). 기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서복을 봤어요. 처음에 대본을 보고 ‘넌 왜살아?’라는 실문이 생각났어요. ‘왜 살고 싶을까’는 질문을 던지는데 할 말이 없었죠. 말문이 막혔죠. 명확하게 무슨 얘기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그게 시작점이었어요. 당황스럽지만 재밌었어요.
영화 한 편을 찍고, 보고 답을 찾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거 같아요. 감히 답을 찾았다고 말씀을 못 드리겠어요. 예상하건데 죽기 직전까지도 모를 수 있을 거 같아요. 죽기 전에라도 깨우치고 눈을 감는다면 복인 거 같아요.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 배우가 되겠습니다”
사진|매니지먼트 숲 제공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