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넷플릭스 영화 ‘제 8일의 밤’이 공개됐다. ‘제 8일의 밤’은 7개의 징검다리를 건너 세상에 고통으로 가득한 지옥을 불러들일 ‘깨어나서는 안 될 것(그것)’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막기 위해 벌어지는 8일간의 사투를 그린 영화.
김태형 감독이 만들어낸 가상의 신화와 불교를 배경으로 한다. 인간의 욕망으로 '그것'이 깨어나며 기이한 사망사건들이 벌어진다.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그것이 8번째 인간에게 도달했을 때 세상은 지옥으로 변한다는 신화가 극의 바탕이다.
이성민은 극중 '그것'의 봉인이 풀리지 않도록 ‘지키는 자’의 운명을 타고난 박진수 역을 맡았다. 박진수는 과거 가족을 잃고 스님이 된 인물이다. 이승을 떠나지 못한 혼들의 천도를 지내야 하는 운명과 지키는 자의 운명을 외면한 채 속세로 떠났지만 결국 '그것'과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어두침침한 분위기, 괴이하게 말라비틀어진 시체, 부적과 주문. 그간 범죄, 의학,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왔던 이성민에게도 '제8일의 밤'의 설정은 다소 생소했을 터. 이성민은 그런 '제 8일의 밤'에 반가움을 느꼈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받은 무렵애 관심있는 분야가 있었어요. 유튜브를 보다 양자역학에 대한 강의를 봤어요. 그 강의를 보다 '우리가 본다는 게 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겼죠. 그런 부분이 '제8일의 밤'과 맞닿은 지점이었어요. 양자역학 관련 영상을 보다 금강경을 접하기도 했는데, 마침 시나리오에 금강경에 대한 내용이 있어 반가웠죠.
시나리오를 읽고 '우리가 눈으로 보고, 인지하는 것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우린 어떻게 보일까' 관심이 생겼어요. 내가 맡은 진수란 캐릭터가 그런 능력이 있어 호기심이 있었죠"
극중 진수는 일반적인 스님 캐릭터와 다르다. 도끼를 들고 산스크리트어를 외며 '그것'을 막기 위해 격투도 불사한다. 이성민은 실제 조계사 스님에게 구한 조언을 토대로 상상력에 의지해 연기했다.
"이런 장르의 영화를 평소 잘 보지 않았어요. 선호하는 장르가 아니에요. 공포나 오컬트 영화를 잘 못 보거든요(웃음). 이런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도 없었어요. 감독님이 많은 이미지를 보여주셨고, 준비한 자료를 보며 상상력을 키웠어요.
종로 조계사 스님을 두 세번 찾아가기도 했어요. 스님께서 퇴마 주문에 대해 조언도 해주시고 우리를 위해 기도를 해주셨죠"
퇴마 스님이라는 강렬한 연기를 선보인 이성민에게는 반전이 있다. 가톨릭 신자라는 것. 하지만 이번 작품을 준비하며 불교와 양자역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종교는 가톨릭이지만 부처님 말씀이 떠오르곤 해요. '제8일의 밤' 세계관을 생각할 때 '부처님은 모든 걸 다 아시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러다 보면 덧없다는 생각이 들죠. 영화 마지막에 성철 스님이 '생은 풀삭 같은 것'이라고 말해요. 인생은 길게 100년이지만 우주의 시각에선 찰나에요. 하루살이의 하루나 내 삶이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많이 겸손해졌죠"
이번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각인시킨 이성민. 그는 새로운 관심사와 코로나19 상황 속 현장 재개를 기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영화를 하고 나서 장르 영화에 관심이 생겼어요. 연기할 때 쾌감이 있더라고요. 현실의 연기와는 다른 판타지 연기에 매력을 느꼈죠.
코로나 때문에 지금은 영화 작업을 쉬고 있어요. 작업을 할 때 적당한 긴장이 연기의 원동력이에요. 영화를 위해 잘 먹고 규칙적인 생활을 해서요. 쉬고 있으니 몸도 아프고 건강도 안 좋아지는 거 같아요. 작품을 원활하게 만드는 환경이 되길 기원합니다"
동아닷컴 함나얀 기자 nayamy9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