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자들 웃픈 농담 “수가 적으니 같은 차 타면 안 돼” (다수의 수다)

입력 2021-11-20 09: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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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JTBC 〈다수의 수다〉 영상 캡처

JTBC ’다수의 수다‘가 어디에서도 들을 수 없었던 법의학자들의 수다를 통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지난 19일 JTBC '다수의 수다'(연출 마건영, 박지예)에서는 죽음을 풀어내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법의학자의 진짜 정체부터 드라마와 다른 법의학의 현실, 그리고 대형 참사로 바라본 법의학의 중요성까지 일상에서 쉽게 만나볼 수 없는 법의학자 5인이 담담히 풀어낸 이야기는 MC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울림을 전했다.

이날 법의학자가 정확히 어떤 일을 하는지 묻는 유희열의 질문에 “의사의 전문 소견이 필요한 법정 사건 중 사망한 사람의 사인을 밝히는 것”이라며 쉽게 말해 “부검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홍일 법의병리학자는 답했다. 덧붙여 이호 법의병리학자는 “현재 국내 법의학자 수는 60여 명에 불과하다”라며 혹시 사고 나면 10분의 1이 없어지기 때문에 같은 차도 타지 않는다는 살벌한(?) 농담으로 웃음을 유발했다.

이어 김문영 법의병리학자는 법의학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로 “미국 드라마 ’CSI‘로 처음 법의학을 알게 됐다”며 그 뒤 법의학에 빠져 공대에서 의대로 진로를 변경했다고 해 MC들을 깜짝 놀라게 만든다. 이호 법의병리학자는 “1980년대 ‘故 이철규 열사 변사 사건’을 통해 처음 법의학을 접하게 됐다”라며 서로 다른 두 세대가 결과론적으로는 같은 길을 걷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법의학이 얼마나 매력적인 학문인지를 알려줬다.

배우로서 늘 궁금했던 점이 있었다며 말문을 연 차태현은 드라마처럼 실제 부검실 또한 어두컴컴한지 물었다. 이에 대해 법의학자들은 “실제 부검실은 전신을 확인해야 하기에 자연광처럼 밝은 상태에서 진행된다”라며 드라마를 통해 보여지는 부검 장면과 실제 부검은 다르다고 답해 궁금증을 해소 시켜줬다.

그런가 하면 실제 본인들이 겪었던 기억에 남는 사건의 이야기도 눈길을 끌었다. 먼저 법의인류학자 박대균은 ‘필리핀 연쇄 납치 사건’ 때 피해자 중 한 명의 시신을 직접 발굴해 왔던 적이 있다며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덕분에 범인이 무기징역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또 법치의학자 이상섭은 나라마다 사법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해외 협조가 쉬운 일은 아니라며 ‘라오스 비행기 사건’ 때 태국 경찰의 통제로 현장 출입도 불가능했던 고충을 토로했다.

더불어 대형 참사가 발생했을 시 법의학자의 역할 이야기도 이어졌는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 ‘세월호 참사’ 등을 예시로 들며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면 법의학자들도 ‘집단 사망자 관리단’이라는 팀을 꾸려 희생자의 시신 수습과 신원 확인을 담당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벌적 관점도 중요하지만 국가는 안전에 대한 관점도 바꿔야 한다”라며 계속해서 진상조사를 해야 하는 중요성을 알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이 밖에도 법의학자가 60명 밖에 안 되는 이유에 대해 봉급 문제를 꼽으며 법의병리학자 하홍일은 처음 법의학으로 진로를 정했을 때 교수님하고 국과수 원로분들에게 ‘돈이 많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웃지 못할 에피소드를 전했다. 그러자 법의병리학자 이호는 “우리 넉넉해 보이잖아요?”라며 어떻게든 후학 양성을 하기 위한 눈물겨운 사투를 펼쳐 모두를 폭소케 했다.

이처럼 ‘다수의 수다’는 죽은 환자를 대하는 의사이지만 누구보다 밝고 경쾌한 법의학자들과의 수다를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재미와 감동을 선사했다.

매주 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날것 그대로의 이야기와 그들이 아는 고급 정보를 이야기하는 JTBC '다수의 수다‘는 매주 금요일 밤 9시에 방송된다.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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