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때녀’ 편집 조작 재차 사과 “스포츠 정신 담을 것” [종합]

입력 2022-01-05 22: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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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골 때리는 그녀들’ 제작진이 방송 화면을 통해 ‘조작 방송’(득점 순서 편집)을 다시 한번 사과했다.
제작진은 5일 ‘골 때리는 그녀들’(약칭 ‘골때녀’) 방송 화면에 “‘골때녀’를 아껴준 시청자 여러분에게 득점 순서 편집으로 실망은 안긴 점 깊이 사과한다. 앞으로는 스포츠 정신에 입각한 예능 프로그램답게 출연진 열정과 성장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자막을 송출했다.

뒤이어 등장한 ‘골때녀’ 캐스터이자 진행자 이수근과 배성재도 사과했다. 이수근·배성재는 “금일 본방송에 앞서서 시청자 여러분에게 이것만은 꼭 약속하고자 한다”며 “지난 연말에 시청자 여러분의 따끔한 질책과 충고를 잘 새겨듣고 다시 한번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번 일 발판삼아 조금 더 발전하는 계기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청자 여러분이, 특히 축구 팬들이 요구하는 개선사항을 우리가 귀담아 듣고 반영할 예정이다. 믿고 지켜봐 주길 바란다”며 “우리 두 사람도 경기를 지켜 보는 또 하나의 시청자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스포츠 정신에 입각해 방송 제작에 참여할 수 있도록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2일 방송된 ‘골때녀’ 속 FC 구척장신과 FC 원더우먼 경기에서 편집 조작이 일어났다. 당시 3대 0에서 3대 2, 4대 3을 오가는 끝에 6대 3으로 아슬아슬한 추격전 끝에 FC 구척장신이 승리를 거두는 형식으로 방송됐다. 문제는 스코어 보드였다. 실제 경기 흐름을 보여주던 스코어 보드에서는 방송에서 표기된 점수 차와 달랐던 것. 실제 경기에서는 FC 구척장신이 5대 0으로 경기를 끌고 가다 5대 3으로 세 골을 허용하고, 6대 3으로 경기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를 두고 온라인에서 논란이 일었다. 그러자 제작진은 지난해 12월 24일 “‘골때녀’ 방송 과정에서 편집 순서를 일부 뒤바꾸어 시청자들에게 혼란을 준 점 사과한다. 지금까지의 경기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방송된 내용과 다르지 않다고 하더라도, 일부 회차에서 편집 순서를 실제 시간 순서와 다르게 방송했다. 제작진 안일함이 불러온 결과였다. 이번 일을 계기로 예능적 재미를 추구하는 것보다 스포츠의 진정성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고 사과했다.

이어 “땀 흘리고 고군분투하며 경기에 임하는 선수 및 감독님들, 진행자들, 스태프들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이 없도록 편집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 향후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 시청자 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했다.

하지만 논란은 커질 대로 커졌다. 배성재와 김병지가 입을 열면서 논란은 점입가경으로 치달았다. 먼저 배성재는 “아연실색했다. 내가 기억한 스코어와 달랐는데, 내 목소리가 들어있었다. 예고에 쓰이는지, 어느 경기에 쓰이는지도 모르고 기계적으로 읽었다. 그 부분이 편집이나 흐름 조작에 사용될 거라곤 상상 자체를 할 수 없었다”며 “내가 멘트를 녹음한 것도 맞다. 뇌를 거치지 않고 읽은 건 내 뼈아픈 실수다. 내 인생에서 이런 일이 일어난 게 충격적이다. 책임을 피할 생각도 없다”고 눈물을 보였다. 오랫동안 스포츠 중계를 해왔던 배성재이기에 스포츠 정신이 훼손되는 편집 조작에 괴로움을 토로하는 듯했다.

반면 김병지는 재미를 위한 편집이었다고 평했다. 김병지는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로 PD님이나 스태프들이 재밌게 구성을 한 것뿐이지, 경기 중 ‘골 먹어줘’ 식의 조작은 없었다. 우리는 단순히 편집이라고만 생각했지, 조작이라고는 생각 못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시청자 원성이 쏟아지자, 김병지는 재차 “정말 죄송하다. 다만, 난 ‘골때녀‘를 예능이 담긴 스포츠로 봤다”며 “우리도 지금까지 있었던 과정과 내용을 알지 않겠나. 그런데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그런 부분이 ‘편집에 의해 재미있게 해도 된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했다.



결국 SBS는 제작진 징계 및 교체를 발표하고 쇄신에 나섰다.
SBS는 지난해 12월 27일 공식입장문을 통해 “환골탈태하겠다. 당사는 ‘골 때리는 그녀들’ 편집 논란과 관련해 책임 프로듀서(CP) 및 연출자(담당 PD)를 즉시 교체하고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며 “자체 조사 결과 시즌 1, 2 모든 경기의 승패 결과 및 최종 스코어는 바뀐 적이 없음을 확인하였으나, 일부 회차의 골 득실 순서가 실제 방송된 내용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리 예능 프로그램이 재미라는 가치에 우선 순위를 둔다고 하더라도 골 득실 순서를 바꾸는 것은 그 허용범위를 넘는 것이다. 이에 책임 프로듀서 및 연출자를 교체해 제작팀을 재정비하고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골때녀’는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의 성원 속에 성장했음을 잊지 않겠다. 여자 축구를 향한 출연진 진심을 잊지 않겠다. 2022년 새해에는 더욱 진정성 있는 스포츠 예능으로 거듭나 시청자 여러분께 돌아오겠다”며 “‘골때녀’에 출연한 선수, 감독 및 진행자들의 뜨거운 열정과 시청자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점 다시 한번 사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방송을 통해 다시 한번 사과했다. 하지만 ‘골때녀’에 대한 진정성은 이제 지켜볼 일이다. 말뿐인 스포츠 정신일지, 아니면 보여주는 진정한 스포츠 정신일지는 제작진에 달렸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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