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 권모술수 주종혁=흥행술사 “연기, 즐기고파” [DA:인터뷰]

입력 2022-08-29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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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마다 눈에 띄는 캐릭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현실을 반영한 캐릭터라면 더욱 그렇다. 공감하거나 반감을 사거나. 오묘한 감정은 캐릭터를 연기한 배우에게로 이어지고, 낯선 얼굴이라면 호기심은 더 높아진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연출 유인식, 극본 문지원)에서 권민우 역을 오롯이 연기한 배우 주종혁이 그런 경우다.

주종혁이 분한 권민우는 자폐 스펙트럼을 지닌 우영우(박은빈 분)를 견제하는 인물. 자폐 장애를 지닌 우영우를 경쟁상대로 만나 배려와 역차별에 대한 현실적인 사회적 갈등을 단편적으로 보여줬다. 밉상이지만, 미워할 수 없는 대상으로 가장 현실에 부합한다는 캐릭터다. 덕분에 권민우를 연기한 주종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수혜자 중 한 사람으로 꼽힌다.

“이렇게 잘 될 줄 몰랐어요. 이런 작품에 함께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영광스러워요. 좋은 작품을 일찍 만났어요. 운이 좋았죠. 현장도 너무 좋았어요. 모든 배우와 스태프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8개월을 함께한 것 같아요.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주종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대중적인 배우로 거듭났다. 덕분에 평소보다 많은 연락을 주변에서 받는다. 그중에서도 가족과 동료 선·후배들 연락은 주종혁에게 큰 응원과 힘이 된다.

“아직 현실에서 크게 인기를 체감하지 못했어요. 그나마 한 달에 한 번 정도 통화하는 부모님 연락이 요즘 자주 와요. 포털 사이트에 작품 관련 기사가 올라오면 그걸 보내주세요. 아버지는 요즘 선글라스까지 끼고 다니시더라고요. (웃음) 선배들 연락도 왔어요. 한효주, 안보현 선배가 잘 보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냈더라고요. 친구 사이인 김지은 배우도 자기 일처럼 기뻐하며 응원해줬어요. 인기를 가장 크게 체감할 때는 영화 시사회 현장이에요. 제가 포토월에 서니 많은 분이 크게 함성을 질러주셨어요. 얼떨떨하고 민망하더라고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큰 웃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인기 요인은 따뜻한 스토리에 살아 있는 캐릭터도 한몫하지만, 작품 내에서 각 캐릭터가 유기적으로 완성한 앙상블에 있다. 그만큼 배우들 호흡이 좋았다는 이야기. 주종혁 역시 배우들 호흡을 최고로 꼽았다.


“배우들마다 연기 스타일이 달라요. 그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너무 다른 데 하나가 되는 상황이 재미있어요. 합이 정말 좋았어요. 자신만의 연기를 각자가 하는데, 그게 캐릭터에 투영되고 녹아들더라고요. 순간순간 아이디어도 많았어요. 다들 너무 연기를 잘해서 제가 보고 배우는 게 많았어요. 특히 박은빈 배우에게 감사해요. 리허설을 먼저 물어봐 주고, 아이디어도 제시해줘요. 촬영 후에도 꼭 피드백을 공유하면서 서로 가장 좋은 합을 찾으려고 했어요. 좋은 배우들을 만나 즐거웠던 현장입니다.”



이렇다 할 악역이 없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권모술수’ 권민우가 단연 ‘욕받이’ 캐릭터다. 주인공 우영우를 견제하고 시기 질투하는 인물이기에 시청자들에게 미움을 살 수밖에 없다. 덕분에 주종혁 역시 의도치 않은 ‘욕받이’가 됐다고.

“권민우는 어떻게 보면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가 아닐까 싶어요. 다른 캐릭터들이 판타지에 가깝다면, 가장 현실에 부합해요. 현실에 있을 법해 오히려 크게 욕을 먹는 포인트가 아닌가 싶어요. ‘저런 사람 꼭 있다’ 같은 반응이요. ‘권모술수’라는 별칭은 신기해요. 평소에 써 본 적도 없는 단어인데 입에 착 붙어요. 권민우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아요. 욕도 먹는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보단 오히려 별칭까지 생긴 지금에 감사해요. 연기하는데도 방향성을 잡을 수 있어 좋았어요.”


2015년 독립 영화 ‘몽마’로 데뷔해 조연, 단역을 가리지 않으며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은 주종혁은 최근 흥행작에 연이어 출연하며 ‘흥행 메이커’로 통한다.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 ‘D.P.’, ‘검은태양’, ‘유미의 세포들’ 시리즈, ‘해피니스’ 그리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까지 출연하는 작품마다 좋은 성적을 거뒀다.

“저도 신기해요. 좋은 작품들에 연이어 출연할 기회를 얻어 행복해요. 며칠 전에 ‘해피니스’ 안길호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비결이 뭐냐고 하세요. 하하하. 제가 딱히 한 게 없는데 작품들이 잘 되니 감사해요. 작품은 역시 좋은 감독님을 만나야 잘 되나 봐요. (웃음) 지금은 권민우 마음으로 감독님들에게 좋은 점수를 받고 싶네요. 감독님들 감사합니다.”

배우가 흥행작을 만나 이름을 알리면 꿈이 커지기 마련이다. 캐릭터에 대한 욕심, 주인공에 대한 야망. 하지만 주종혁은 초심을 지키고 싶다. 즐기고 싶다는 마음.

“연기를 늦게 시작했어요. 막연하게 연기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그래서인지 조급함은 없어요. 독립영화만 하면서 이번 생을 보내도 행복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그만큼 연기라는 작업이 즐거워요. 연기 욕심도 사실 없었어요.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즐기고 싶었죠. 제가 상업적인 작품에 출연하게 될 줄도 몰랐고요. 그런데 지금의 소속사와 만나고 좋은 작품에도 계속 출연하니 욕심이 조금 생겨요. 좋은 작품에서 제가 또 빛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요. 그래도 즐기고 싶은 초심은 계속 가져가고 싶어요. 즐기는 연기는 노력해서 되는 게 아니니까요.”

주종혁은 진지함과 천진난만함을 넘나든다. 이런 그의 매력은 다음 작품 속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든다.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어요. 늘 그렇듯 여러 작품 오디션을 보고 있어요. 감독님들 확답을 기다리는 작품도 있고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라는 평생 잊지 못할 작품을 만나 행복했어요. 이제 또 다른 작품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때 같아요. 권민우로 기대 이상으로 사랑과 미움을 받아 얼떨떨하지만,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요.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준비를요. 더 좋은 모습으로 즐거운 연기를 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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