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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 도중 전처의 이름을 부르는 남편, 돈을 쓰는 대가로 부부관계를 요구하는 남편, 열심히 일하는 남편에게 어린이집 하원 요청 전화를 하는 아내 등 매회 기막힌 사연으로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 결국 논란에 봉착했다. 지난 19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이하 ‘결혼지옥’)에는 남편을 아동학대로 신고했다는 아내가 오은영 박사를 찾아온 장면이 그려졌다. 아내의 전혼 자녀인 딸에 대한 양육관 차이로 인해, 결국 아동학대로 신고를 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렀다는 것.
논란이 된 것은 남편의 아동학대 내용은 아니다. 문제의 장면은 새아빠인 남편이 의붓딸을 대하는 모습이 시청자들에게 불쾌함을 자아낸 것. 이날 방송에서 남편은 딸아이와 놀던 중 꼭 끌어안고 주사를 놓는 장난을 쳤고, 아이는 “싫어요” “안돼요”라고 거부했다. 하지만 남편은 장난을 그치지 않았고, 아내는 “하지 말라고 하면, 하면 안 돼”라고 말렸다. 이에 대해 남편은 아이를 사랑해서 하는 애정 표현이라며 아내의 의견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장면은 여과 없이 그대로 방송에 노출됐고, 방송 이후 남편의 행동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시청자들은 ‘너무 자극적이다’ ‘누가 봐도 아동 성추행이다’ ‘작가, PD가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방송이 2차 가해나 다름없다’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시청자들은 MBC 홈페이지에 마련된 ‘MBC에 바란다’ 게시판을 통해 ‘결혼 지옥’ 프로그램 폐지와 더불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는 민원이 폭주하고 있다고 전해졌다. 나아가 부부에게 조언을 전달한 오은영 박사의 자질까지 의심받고 있는 상황.
앞서 오은영 박사는 제작발표회 당시 “부부를 다루는 건 잘 다뤄야 한다. 잘못 다루게 되면 서로 험담을 하며 끝나거나, 갈등을 다룬다는 게 쉽지 않다. 부부의 이야기는 양질의 내용을 담기 위해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시청자들에게 배울 점을 주려면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라며 “이혼 위기에 있는 부부들을 본격적으로 다루며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지 심도 있게 다룬 적은 없다. 타 방송에서도 좋은 내용이 많았지만, ‘오은영 리포트2’는 재밌지만, 현실을 반영하고 그 조언이 현실감 있게 또 우리 삶에 적용할 수 있으면서 정보와 데이터를 근거로 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하도록 열심히 준비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오은영 박사와 제작진의 의도는 완전히 빗나간 듯 보인다. 지난 19일 방송된 ‘결혼 지옥’만 봐도, 대가성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 현실감 있는 솔루션을 제공했다기보다 시청률이라는 목적만 좇는 자극성만 노렸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이에 더해 이번 사태가 발생한 후 제작진 측은 관련 장면만 다시 보기에서 삭제해버리고 어떠한 입장 표명도 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심지어 현재 ‘결혼 지옥’ 출연자의 행동이 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로 의심돼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사건이 접수돼 전담수사부서로 이송될 예정이라는 보도까지 나온 상황.
이렇듯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제야 ‘결혼 지옥’ 제작진은 21일 오후 입장을 밝혔다. “해당 영상이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재가공 및 유통되어 출연자 가족에게 상처가 되는 일을 막기 위해 영상을 먼저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해명하며 “제작진은 해당 가정의 생활 모습을 면밀히 관찰하고 전문가 분석을 통해 ‘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하였다”라고 의도를 밝혔다.
그러면서 “부부의 문제점 분석에만 집중한 나머지, 시청자분들이 우려할 수 있는 장면이 방영되는 것을 세심히 살피지 못했다. 해당 아동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하지 못하고 많은 분께 심려를 끼친 점, 다시 한번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방송에서 남편은 “사랑해서 한 애정 표현이었는데, 아이가 받아들일 때는 괴롭힘으로 받아들이는구나. 조금 서운하다”라고 토로했다. 하지만 시청자들에게 남편의 행동이 애정 표현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오히려 불쾌함만 초래했다. 제작진의 의도가 어떤 방향이었건, 앞으로 문제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동아닷컴 최윤나 기자 yyynn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