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 정재영 “중국어 대사 머리에 쥐나…김윤석과 호흡? 없어야 했다” (종합)[DA:인터뷰]
배우 정재영이 중국어 연기의 부담감에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정재영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인터뷰에서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해전은 지문으로만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드라마만 봐도 마지막에 먹먹하더라. ‘이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구나’ 싶어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정재영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영화는 당분간은 영화로서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데, 같이 참여했다는 것으로 배우로서 큰 의미가 있으니까. 작품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와 영화계에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재영이 함께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2014년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지난해 726만명이 관람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합류한 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정재영이 맡은 캐릭터는 명군 수군 도독 진린 역으로 모든 대사를 명나라 말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
정재영은 “막막하더라. 내가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자칫 코미디가 되면 어떡하지 싶었다”며 “서울 사람이라 사투리 연기도 되게 어려운데 명나라 말이라니. 계속 배우고 익혀도 표현의 한계가 있지 않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어설프게 하면 안 되니까, 우리나라 관객들도 중국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알아듣지는 못해도 어색하거나 어설프다는 것은 느끼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여섯 달 전부터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 지금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중국어 준비 기간을 떠올리며 “태어나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 때”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 녹음해서 익혔고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듣고 외웠다. 발음도 나름대로 노력했고 저녁에는 ‘삼국지’ 같은 중국 사극도 보곤 했다. 나중에는 지겨워서 촬영 끝나고 지금까지도 안 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귀가 열리진 않았다고.
정재영은 현장에서도 감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말을 최소화했고 작품 특성상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말 자체를 모르니까 현대어인지 고어인지도 몰랐지만 사성(발음의 높낮이)도 있으니까 신경 쓸 게 많았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찍으면서도 속상했고 스스로가 안타까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히려 액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800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땀 흘리며 임했다.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나도 액션신을 찍긴 많이 찍었는데 촬영분의 10분의1 정도 나온 것 같다. 칼싸움은 예전에 ‘신기전’(2008)에서 지겹도록 했는데 그게 남아 있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재영은 “오히려 호흡이 없어야 했다”고 말해 흥미를 자아냈다. 명나라 장군이라는 역할 특성상 김윤석이 한국말로 하는 대사들을 이해하고 곧장 호흡을 맞춰선 안 됐기 때문. 정재영은 “현대물이었으면 호흡을 주고받는 게 중요한데 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캐릭터상 한국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설정인데 오히려 내가 알아듣고 반응하다 보니까, 반응을 안 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호흡이 없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주 만났는데 작품에서는 처음이었다. 현대물도 아니고 이순신 장군님의 역할이다 보니까 현장에서도 그런 느낌이 났다. 갑옷을 입고 수염을 붙이고 뒷짐을 진 그 믿음직하고 고뇌에 찬 모습이 고스란히 영화에 나온 것 같다. 7년 임진왜란 전쟁의 마지막에 다다른 장군님의 모습을 김윤석 형님에게서 고스란히 느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더불어 김한민 감독에 대해서는 “작품으로는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설렁설렁 하는데 현장에서는 엄청 디테일하시다. 시선과 대사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집중력을 가지고 하시더라. 이래서 이런 작품을 찍으실 수 있구나 싶었다. CG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찍어야 하니까 생각할 게 너무 많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학자 느낌이 나더라. 이순신 감독님에 대한 지식과 사랑이 어마어마하다. 성이 ‘이 씨’였으면 후손인가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10년 동안 3부작으로 끈기 있게 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극찬했다.
정재영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구현한 노량대전을 강력 추천하며 “대한민국 기술 만세다. ‘한산: 용의 출현’ 때도 그랬지만 물 CG가 제일 어렵다는데 이 정도 퀄리티로 100분 가까이 나오는 장면을 표현하다니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기대 이상의 장면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이순신의 마지막을 언급하며 “연출이 좋았다. 북소리까지 더해져 여운이 복합적으로 밀려오더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조심스럽게 ‘천만의 꿈’이 언급됐다. 전 시리즈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노량: 죽음의 바다’도 1000만의 기대감이 있는 터. 정재영은 “너무 좋다. ‘실미도’(2003) 이후 ‘1000만’ 해본지 20년 됐다. ‘꿈은 이루어진다’지 않나”라면서도 “공약은 고민해 보겠다. 예전에도 공약을 걸고 마음의 준비까지 다 했는데 안 될 때도 있었기에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 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
배우 정재영이 중국어 연기의 부담감에도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합류한 이유를 밝혔다.
정재영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인터뷰에서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해전은 지문으로만 나와 있는 상태였는데 드라마만 봐도 마지막에 먹먹하더라. ‘이 시리즈에 마침표를 찍는구나’ 싶어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고백했다.
정재영은 “작품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이순신 장군님의 영화는 당분간은 영화로서 마지막이지 않을까 싶은데, 같이 참여했다는 것으로 배우로서 큰 의미가 있으니까. 작품 자체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와 영화계에 큰 의미가 있겠다 싶었다”고 털어놨다.
정재영이 함께한 ‘노량: 죽음의 바다’는 임진왜란 발발 후 7년, 조선에서 퇴각하려는 왜군을 완벽하게 섬멸하기 위한 이순신 장군의 최후의 전투를 그린 전쟁 액션 대작이다. 2014년 1761만명을 동원하며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지난해 726만명이 관람한 ‘한산: 용의 출현’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막상 합류한 후에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정재영이 맡은 캐릭터는 명군 수군 도독 진린 역으로 모든 대사를 명나라 말로 소화해야 했기 때문.
정재영은 “막막하더라. 내가 그 느낌을 살릴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자칫 코미디가 되면 어떡하지 싶었다”며 “서울 사람이라 사투리 연기도 되게 어려운데 명나라 말이라니. 계속 배우고 익혀도 표현의 한계가 있지 않다. 하지만 보는 눈이 많으니 어설프게 하면 안 되니까, 우리나라 관객들도 중국 영화를 많이 봤기 때문에 알아듣지는 못해도 어색하거나 어설프다는 것은 느끼기 때문에 최소한 그 정도는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대여섯 달 전부터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는데 생각보다 너무 힘들더라. 지금도 생각하면 머리에 쥐가 난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중국어 준비 기간을 떠올리며 “태어나서 공부를 제일 열심히 한 때”라고 표현했다. 그는 “다 녹음해서 익혔고 다른 배우들의 대사까지 듣고 외웠다. 발음도 나름대로 노력했고 저녁에는 ‘삼국지’ 같은 중국 사극도 보곤 했다. 나중에는 지겨워서 촬영 끝나고 지금까지도 안 보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럼에도 귀가 열리진 않았다고.
정재영은 현장에서도 감을 잊지 않기 위해 한국말을 최소화했고 작품 특성상 애드리브도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말 자체를 모르니까 현대어인지 고어인지도 몰랐지만 사성(발음의 높낮이)도 있으니까 신경 쓸 게 많았다.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 찍으면서도 속상했고 스스로가 안타까웠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오히려 액션은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재영은 “800명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피땀 흘리며 임했다. 한국 사람들 정말 대단한 것 같다”며 “나도 액션신을 찍긴 많이 찍었는데 촬영분의 10분의1 정도 나온 것 같다. 칼싸움은 예전에 ‘신기전’(2008)에서 지겹도록 했는데 그게 남아 있어서 크게 힘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과의 호흡은 어땠을까. 정재영은 “오히려 호흡이 없어야 했다”고 말해 흥미를 자아냈다. 명나라 장군이라는 역할 특성상 김윤석이 한국말로 하는 대사들을 이해하고 곧장 호흡을 맞춰선 안 됐기 때문. 정재영은 “현대물이었으면 호흡을 주고받는 게 중요한데 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캐릭터상 한국말을 전혀 못 알아듣는 설정인데 오히려 내가 알아듣고 반응하다 보니까, 반응을 안 하는 연습을 해야 했다. 호흡이 없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적인 자리에서는 자주 만났는데 작품에서는 처음이었다. 현대물도 아니고 이순신 장군님의 역할이다 보니까 현장에서도 그런 느낌이 났다. 갑옷을 입고 수염을 붙이고 뒷짐을 진 그 믿음직하고 고뇌에 찬 모습이 고스란히 영화에 나온 것 같다. 7년 임진왜란 전쟁의 마지막에 다다른 장군님의 모습을 김윤석 형님에게서 고스란히 느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더불어 김한민 감독에 대해서는 “작품으로는 처음이었다. 평소에는 설렁설렁 하는데 현장에서는 엄청 디테일하시다. 시선과 대사 하나하나 디테일하게 집중력을 가지고 하시더라. 이래서 이런 작품을 찍으실 수 있구나 싶었다. CG까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찍어야 하니까 생각할 게 너무 많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웬만한 학자 느낌이 나더라. 이순신 감독님에 대한 지식과 사랑이 어마어마하다. 성이 ‘이 씨’였으면 후손인가 생각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10년 동안 3부작으로 끈기 있게 하신 것 아닌가 싶다”고 극찬했다.
정재영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구현한 노량대전을 강력 추천하며 “대한민국 기술 만세다. ‘한산: 용의 출현’ 때도 그랬지만 물 CG가 제일 어렵다는데 이 정도 퀄리티로 100분 가까이 나오는 장면을 표현하다니 존경스럽다”고 강조했다. 기대 이상의 장면으로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아는 이순신의 마지막을 언급하며 “연출이 좋았다. 북소리까지 더해져 여운이 복합적으로 밀려오더라”고 전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조심스럽게 ‘천만의 꿈’이 언급됐다. 전 시리즈가 모두 흥행에 성공했고 언론시사회 이후 호평이 이어지면서 ‘노량: 죽음의 바다’도 1000만의 기대감이 있는 터. 정재영은 “너무 좋다. ‘실미도’(2003) 이후 ‘1000만’ 해본지 20년 됐다. ‘꿈은 이루어진다’지 않나”라면서도 “공약은 고민해 보겠다. 예전에도 공약을 걸고 마음의 준비까지 다 했는데 안 될 때도 있었기에 조심스럽다. 그래도 한 번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노량: 죽음의 바다’는 20일 전국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들을 만난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롯데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