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 스튜디오빌
이명세와 장항준, 노덕, 김종관 감독이 어니스트 헤밍웨이 단편 소설 ‘살인자들’을 각각 자신만의 시선으로 재해석한 4편 단편 영화를 한데 묶은 ‘더 킬러스’에서 심은경은 때로는 뱀파이어 바텐더의 미스터리함을, 때론 납치 사건의 피해자가 느끼는 극한의 공포감을 스크린에 생생히 그린다.
심은경은 영화를 23일 극장에 걸기 앞서 가진 인터뷰를 통해 “도전적인 연기를 펼친 이번 작품이 내 연기 인생의 전환점이자 나침반이 됐다” 힘줘 말했다.
○“20년 넘게 하는 연기, 여전히 애증의 존재”
그는 여러 감독과 함께 호흡한 이번 작품을 통해 “연기 외연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했다. 특히 역동적 움직임을 통해 이야기를 진행하는 실험적 작품, 이명세 감독의 ‘무성 영화’를 통해 “움직임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깨달았다 했다.
“배우는 몸을 자연스럽게 쓸 줄 알아야 해요. 그래서 발레 또는 무용을 배우는 이들도 있죠. 저는 몸의 균형을 잡기 위해 펜싱을 배웠어요. 이명세 감독과는 리허설도 정말 많이 했어요. 반복적인 리허설을 하다 보니 전체적인 그림을 볼 수 있게 되더라고요.”
11살 아역 배우로 시작해 벌써 20년 넘도록 연기하고 있지만 아직도 배울 것이 가득하다는 그는 “연기는 내게 애증의 대상이다”며 웃었다.
“어렸을 때는 연기가 뭔지 쉽게 이야기할 수 있었는데 갈수록 어려워져요. 너무 어렵고 미워서 ‘내가 왜 아직도 내가 이걸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연기할 때는 정신 없이 빠져들어요. 소심한 성격을 고치려 어린 시절 다녔던 연기학원에서 처음 느낀 그 짜릿함도 아직 잊지 못하죠.”
○“노력의 중요성 알게 해준 일본 활동”
6년 만 새 한국 영화를 선보이기 앞서 심은경은 영화 ‘동백정원’과 ‘블루 아워’, ‘백만 번 말할 걸 그랬어.’, ‘군청 영역’, ‘7인의 비서’ 등 일본 작품에 잇달아 주연하며 활약했다. 지난 2020년에는 ‘신문 기자’로 일본 아카데미에서 여우주연상까지 받았다.
“2018년부터 일본 소속사와 계약하고 2~3년간은 준비하는 기간이라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좋은 작품들이 먼저 저를 찾아와 줬어요. 일본 작품들을 할 때는 대본 번역본을 먼저 읽고 그 다음 일본어 대본을 달달 외웠어요. 잊고 있던 연습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죠.”
큰 상을 받게 해준 영화 ‘신문 기자’부터 이번 ‘더 킬러스’까지 “운명처럼 다가오는 작품들이 있다” 말한 그는
“운명 같은 걸 믿지 않는 내게도 굳이 하려 하지 않아도 결국 내 것이 작품들이 있다. 그런 작품을 계속 만나게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