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밈이 변하니?”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은 더 이상 ‘애들의 말장난’이 아니다. 단순한 인터넷 놀이문화를 넘어 콘텐츠의 흥행을 결정짓는 강력한 도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초 ‘꽁꽁 얼어붙은 한강 위로 고양이가 걸어 다닙니다’를 시작해 수많은 밈이 대중문화를 넘어 정치, 경제, 사회까지 휩쓸며 ‘소통의 윤활유’가 됐다. ‘밈’을 모르면 대화가 안 된다는 소리다.

밈은 인터넷 특성에 따라 재생산 과정을 거치며 빠르게 등장하고 빠르게 사라진다. 지난해에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밈이 탄생했다 퇴장했다. 

살을 에는듯한 추위만 돌아오면 ‘꽁꽁 얼어붙은 한강 고양이’가 해마다 재생산되는 것처럼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는 ‘밈’이 있다.

O“밈이 될 거면 맞다이로 들어와, 세상에 밈이 너무 많아”
지난해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하이브와 어도어 민희진 대표 간 극심한 갈등이 드러나는 과정에서 “맞다이로 들어와” “개저씨” 등 필터링 없는 키워드가 나오며 ‘맞다이로 드루와~’ 등 다양한 ‘밈’이 만들어졌다.

O“올해도 럭키비키잖아”
‘원영적 사고’로도 통칭되는 ‘럭키비키’는 ‘초초초긍적인 사고방식’을 일컫는 말이다. 

인기 그룹 아이브 멤버 장원영이 한 유명 빵집에서 빵을 사려고 줄을 섰다 하필 자기 앞에서 빵이 떨어지자 실망하지 않고 “덕분에 갓 나온 따끈한 스콘을 살 수 있어 좋다. 역시 난 럭키비키야” 자랑하면서 생겨난 말이다. 럭키는 행운(Lucky), 비키는 장원영의 영어 이름 비키(Vicky)다.

O‘T라 미숙해’
배우 김성철이 2018년 드라마에서 부른 ‘티라미수 케이크’가 뒤늦게 SNS에서 화제를 모으자, 성격유형지표(MBTI) 가운데 논리적이고 객관적 정보를 중시하는 ‘T’ 성향 사람들을 ‘티라 미숙해’라고 재치있게 놀리는 ‘언어유희’로 발전했다. 

덕분에 김성철은 때아닌 유명 베이커리 브랜드 모델까지 꿰차는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밈’은 영국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1976년 ‘이기적 유전자’에서 처음 쓴 말로, 그리스어 모방(mimeme)과 유전자(gene)의 합성어다. 문화적 행동 양식이 마치 DNA처럼 번식해 타인에게 복제되고 전달된다는 의미이다. 시대가 바뀌며 움직이는 짧은 동영상 등 ‘움짤’ 등으로 변형돼 인터넷 유행어로 사용되고 있다. 케이(K)팝 가수들의 노래나 춤을 따라 하는 챌린지(Challenge) 형태도 ‘밈’이라는 큰 카테고리로 묶이고 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