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에이스팩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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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준혁에게 SBS 드라마 ‘나의 완벽한 비서’는 그 어느 때보다 부담이 큰 작품이었다. 장르물에서 주로 활약했던 그가 6년 만에 택한 로맨스 드라마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잘생김’이 기본 설정으로 포함된 이번 캐릭터를 시청자가 오롯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 우려됐단 게 그 이유였다.

그러나 그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드라마 성공은 물론 이준혁에게는 ‘새로운 로코킹’이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해줬다. 뜨거운 반응에 대해 이준혁은 “(인기를) 잘 실감하는 편이 아닌데, 평소에 칭찬을 안 하던 친구들까지 연락이 자주 온다.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했구나 싶다”며 웃었다.

O“한지민 존경해”

극 중 그는 완벽한 비서 유은호 역을 맡아 일만 잘하는 CEO 강지윤을 연기한 한지민과 설레는 로맨스 연기를 펼쳤다. 오랜만에 한 로맨스 연기가 낯설기도 했지만, 자타공인 ‘로맨스 장인’ 한지민 도움 덕에 자신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고 돌이켰다.

“(한)지민 씨는 대사를 기가 막히게 살리는 배우예요. 다소 비현실적인 대사도 지민 씨가 하면 납득이 되죠. 무엇보다 굉장히 성실해요. ‘훌륭한 연기’에 대한 정의는 시간에 따라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하지만 ‘현장에서의 성실함’이 정답이라는 건 언제나 바뀌지 않아요. 그런 면에서 지민 씨의 성실함을 보면 늘 존경심이 생겨요.”

여성 팬을 끌어모은 일등 공신인 뛰어난 외모에 대해서는 “매스미디어의 세뇌 효과가 통한 것”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스태프의 공이 커요. 연기는 제가 하지만 조명부터 카메라 각도, 메이크업, 의상까지 모든 사람이 만든 캐릭터죠. 저는 배우란 현장에서 비싼 소품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그 소품에 모두의 노력이 담긴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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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뒤늦은 인기? 실감 못해”

촬영 중 가장 힘들었던 건 ‘식단 조절’이었다. 소문난 대식가인 그는 “종영 이후 그간 못 먹었던 한을 풀고 있냐”는 질문에 “바로 작품에 들어가서 여전히 못 먹고 있다” 한숨을 쉬었다.

“먹어도 살이 안 찌는 배우들이 있는데, 저는 그것도 천부적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한) 지민 씨가 그래요. 촬영 전날에도 라면을 세 개씩 끓여 먹고 왔대요.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대적 박탈감까지 느낀다니까요. 과자를 좋아해서 너무 먹고 싶은데 못 먹으니까 최근 다이어트 단백질 과자를 여섯 박스나 주문했다니까요.”

주연작의 잇따른 흥행으로 데뷔 20년 만에 ‘대세’로 발돋움했지만 정작 그는 “지금 들뜨기에는 내 나이가 마흔둘”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당장 다음 일거리가 없을까 봐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건 감사하지만, 제게 이 일(연기)은 ‘오징어 게임’ 같은 거예요. 생존이죠. 그래서 (스타에 대한) 판타지 같은 것도 없어요. 그저 내 일, 내 직업을 앞으로도 꾸준히 하고 싶은 마음뿐이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