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소리의 봄…“만날 만날 봄 인듯 살 수 있을 것 같아”

입력 2025-04-04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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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리. 사진제공 | 넷플릭스

문소리. 사진제공 | 넷플릭스

문소리는 애순의 중년과 노년을 연기하며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관한 생각이 바뀌었다 했다. 애순에게 수많은 날들이 “봄”이었던 것처럼, 문소리에겐 애순이가 극중 쓴 시처럼 “만날 만날 봄인 듯 살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애순이 관식을 떠나보내며 ‘그런 복은 내리 안 와’, ‘힘들었던 적은 있지만 외로웠던 적은 없다’, ‘수만 날이 봄이었더라’고 말해요. 누구나 살면서 어려울 때도 있고, 힘든 날도 있잖아요. 또 어떤 사람은 자기 삶을 부정하잖아요. 애순은 자기 인생을 봄날로 기억하고, 그렇게 말할 수 있다는 게 참 대단한 거 같아요.”

문소리는 극중 문학소녀의 사랑스러운 모습부터 생활력 강한 엄마 모습까지 고된 세상에도 따뜻한 마음 변치 않는, 여린 애순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하지만 정작 그에겐 “미적분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인생의 깊이를 한 인물로 표현하는 게 ‘미션’처럼 어려웠죠. 지금 우리로는 엄마들의 20대를 상상하기 어렵잖아요. 그 괴리를 줄여 잘 전달하고 싶었어요. 우리도 인생의 봄·여름에는 휘황찬란했다가 가을·겨울이 되면 평범한 엄마가 되잖아요. 특별한 것 없어 보이는 엄마 안에도 ‘요망진 소녀’ 애순이의 본질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문소리는 애순을 연기하며 자신의 어머니인 “이향란 여사가 떠올랐다”고 했다. 1952년생인 어머니와 1951년생 애순이가 여러 모로 닮아서다.

“어머니는 포장마차 장사하며 목숨 걸고 저를 키웠어요. 애순이처럼 일찍 결혼해 없는 살림에도 부족함 없이 길러주셨죠. 제가 첫딸이라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이었지만, 부족함 없이 자랐던 것 같아요. 자식을 키우느라 일생 노력하신 부모님이 떠올라 눈물이 나더라고요.”

극중 애순에게 인생의 선물이자 세상인 금명이 있던 것처럼 문소리에게도 딸이 있다. 딸이 ‘재미있게 봤다’는 말에 세상을 다 얻은 듯했다. 이처럼 문소리는 ‘보통의 엄마이자, 보통의 딸’이었다.



“애순의 대사 중에 ‘암만 손주여도 내 딸 진을 너무 빼게 하면 밉지’라는 게 나와요. 가장 마음에 남더라고요. 애지중지 키운 딸을 그의 자식이 힘들게 하면 아무리 예쁜 손주라 해도 미울 것 같아요. 저희 엄마도 제 딸에게 비슷한 말씀을 했어요. 손녀를 사랑하시면서도 ‘너희 엄마 너무 힘들게 하지 마라. 우리 딸 너무 힘들면 나도 속상하다’고요.”

그런 어머니도 문소리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 하나 “술 좀 줄여라”다. 연예계에서 ‘한 술’하는 문소리는 최근 신동엽 유튜브 ‘짠한 형’에 출연한 이후 “신기하게 딱 끊었다”고 했다.

“속된 말로 그땐 정말 ‘꽐라’됐어요. 스무 살부터 30년간 마신 술을 딱 끊었다니까요. 진짜 사랑하고 헤어진 다음 미련도 없는 느낌이에요. 방송 후 동엽 씨한테 전화했어요. ‘너는 내 인생의 이창동 감독급’이라고요. 엄마, 아빠 다음으로 중요한 사람이 됐죠.”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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