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불을 원하는 자, 모두 이리로 오라.”

서바이벌 예능 애청자들을 ‘과몰입’하게 만든 넷플릭스 ‘데블스 플랜: 데스룸’(이하 ‘데블스 플랜2’)이 막을 내렸다.

2023년 방송된 시즌1에 이어 시즌2로 돌아온 ‘데블스 플랜’은 다양한 직업군의 플레이어가 7일간 합숙하며 최고의 브레인을 가리는 두뇌 서바이벌 게임. 이번 시즌은 총 12부작으로 구성됐으며 5월 6일부터 20일까지 3주에 걸쳐 순차 공개됐다.

하지만 종영 이후에도 시청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여운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 이가운데 동아닷컴이 화제의 중심에 선 플레이어, 카이스트 출신 모델 최현준을 만났다.

민소매 노출(?) 에피소드부터 예상치 못한 부상 투혼까지 방송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다양한 비하인드를 들려준 최현준. ‘불안핑’을 벗고 본연의 ‘사랑둥이’로 돌아온 그와 함께 ‘데블스 플랜2’의 여정을 되짚어봤다. 이하 일문일답.


[DA:인터뷰①]에서 이어집니다.


Q. 게임에 굉장히 적극적인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게임동으로도, 감옥동으로도, 감옥동 히든 스테이지 입구로도 가장 먼저 돌진하는 플레이어였다.

A. 너무 신나 있었다. 바닥을 뜯었는데 맨홀 뚜껑이 나오는 게 말이 안 되지 않나. 굉장히 값비싼 ‘방 탈출’을 하는 느낌이라 흥분한 것 같다. 재밌는 발언도 했는데 편집되어서 아쉽다. 맨홀 뚜껑을 열면서 다같이 좋아하는 장면만 담겼는데 하늘을 보면서 ‘피디님 저희 1화에서 발견해서 어떡해요’라고 외쳤다. 아무도 뭐라고 안 하는데 하하. 초반에 발견해서 재밌었다.


Q. 탈락한 이승현 씨에 이어 두 번째로 감옥동 히든 스테이지에 도전했다. 가위바위보를 통해 도전자로 선정됐을 때 마냥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A. 상식적으로 히든 스테이지에 들어가기 이른 시점이라고 생각했다. 목숨을 걸 만큼 절박한 상황인지도 모르겠고, 감옥에 몇 번 더 와도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감옥에 올 때마다 사람 수가 줄어드니까 생존 확률은 떨어지겠지만 아직까지는 많으니까 확률적으로 그랬다. 그런데 히든 스테이지는 들어가면 살거나 죽는 것 반반이니까 이르다고 생각했다.

세돌이 형님이 바람을 넣으셔서 모두가 홀려버렸다. 일단은 들어가야 하는구나 싶었다. 마치 베블런 효과(가격이 오르는 데도 불구하고 수요가 증가하는 효과)처럼 다들 홀려서 가위바위보를 했는데 내가 걸렸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싶었다. 이겼지만 안 좋았다. 다음날 탈락할까봐 불안해서 먼저 자버렸다.


Q. 감옥동 히든 스테이지에 어떤 게임이 있을지 예상했나.

A. 승현이가 가기 전부터 과연 안에 뭐가 있을지 이야기를 엄청 많이 했다. 하린이는 무조건 ‘기사의 여행’이라고 했고 세돌이 형과 저스틴 형은 끝까지 아니라고 했다. 의견이 팽팽했다. 승현이가 들어간 이유는 ‘기사의 여행’을 다 외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승현이가 탈락하면서 나와 세돌이 형, 저스틴 형은 ‘기사의 여행이 아니구나’ 확신했다. 그런데도 하린이는 끝까지 ‘기사의 여행’인 것 같다고 하더라.

우물 안에서 사실 너무 예상치 못한 게 나와서 처음 5분은 날렸다. 생각한 것과 너무 달랐고, 승현이가 탈락한 전사도 있어서 공포감이 극대화됐다. 연타로 와닿아서 제정신으로 문제를 풀지 못했다.


Q. 힘들었던 것만큼 성공했을 때 짜릿함이 더 컸을 것 같다.

A. 실제로도 긴박했다. 물속에 들어가서 열쇠를 가지고 나올 때 한 번에 성공하지 못했고 두 번 들어갔다. 처음에 초록색 불빛을 보고 들어가서 끄집어냈는데 조명이었다. 자세히 보면 옆에 조명이 둥둥 떠 있다. 모르고 조명을 억지로 빼내면서 손에 흉터가 생겼다. 흐릿하지만 지금도 남아 있다. 영광의 상처라고 생각한다. 당시에는 제정신이 아닌 상태여서 열쇠인 줄 알고 조명으로 막 두들겼다. 그러다 한 번 더 물속에 들어가서 열쇠를 가지고 나왔다.


Q. 히든 스테이지를 성공해 피스 보상을 받고 생활관으로 이동하면서 현준 씨의 플레이가 더 두각을 드러냈다.

A. 감옥동과는 이질이 생겼고, 생활동은 이미 공고해서 못 들어가니까 외로이 남겨진 느낌이랄까. 특별히 활약하지 않더라도 눈길이 쏠리고 부각이 된 것 같다. 심리적으로도 소외감을 느끼고 불안했다 보니까 화면에도 잘 투영이 되어서 시청자에게 전달된 것 같다. 하나의 플레이어보다는 ‘간절한 인간’으로 보였던 것 같다.



Q. 생활동도 감옥동도 아닌 경계선에 있는 플레이어 같았다. 메인매치 ‘의심베팅’에서 최현준-세븐하이-손은유 연합 구도였지만 세븐하이 씨가 현준 씨를 탈락시키려고 블러핑한 게 3주차 리뷰에서 공개되기도 했고.

A. 몰랐다. 나쁜 사람들(농담)! 세븐하이 형과는 전혀 유대가 없었다. 적으로 생각했다. 둘(정현규-윤소희)의 피스가 우리 셋(최현준-세븐하이-손은유)이 합친 것보다 많으니까 안 되겠다 싶어서 같이 한 것이다. 만약에 은유 누나였으면 내가 배신할지 말지 고민했겠지만 세븐하이 형이었기 때문에 배신하고 보낼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당시의 나는 누구하고도 특별한 관계이지 않았다. 승현이와 츄가 너무 보고 싶었다. 그들과는 끈끈했다. 둘이 가고 나니까 진짜 침울해지더라. 보고 싶었다.


Q. 끝까지 경계에 홀로 있었다. 감옥동에서 생활동으로 이동한 유일한 플레이어였다.

A. 정말 무서운 룰이다. 두뇌 서바이벌을 빙자한 거대한 사회실험 같았다. ‘빈익빈 부익부’를 깨고 올라오는 건 로또(감옥동 히든 스테이지 보상)를 맞지 않는 이상 힘들지 않나. 나를 제외하고는 한 명도 없어서 안타까웠다. 영화 ‘설국열차’가 많이 생각났다. 감옥동은 꼬리칸, 생활동은 앞쪽칸 사람들을 상징하는 느낌이었다. 나는 꼬리칸에서 문을 부수고 앞쪽칸으로 왔지만, 동화되진 못하고 이질적인 모습이 너무 비슷했다.

‘데블스 플랜’은 정말 하나의 작품이다. 서바이벌에만 초점을 두면 비난 혹은 좋은 프레임이 씌워지는데 시청자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다. 나중에 모든 감정이 가라앉은 후 영화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작품성이 있는 명작일 것이다. 계층 간 차이, 극적으로 뚫고 갔을 때의 괴리감과 이질감, 견제 등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었다.



Q. 마지막 메인매치 ‘의심베팅’에서 정말 치열했다. 세븐하이 씨의 블러핑으로 탈락 위기를 맞은 후에는 셔츠까지 벗고 민소매로 전의를 불태웠는데.

A. 스트레스도 받고 더워서 벗었다. 민소매만 입으려는 생각은 없었고 재킷을 걸치고 있으려고 했다. 그날 생활동에서 현규 형이 ‘현준이 드러내려고 하는 거야?’ 물어봐서 아니라고 했는데 진짜 벗어버려서 웃겼다. 예쁘게 입고 있으려고 했는데 셔츠가 두껍기도 하고 여름이라 더웠나 보다.


Q. ‘의심베팅’에서 세븐하이 씨가 윤소희 씨를 1등으로 만들고 장렬하게 탈락하면서 게임의 판도를 완전히 뒤집었다. 옆에서 플레이를 지켜보면서 어땠나.

A. 참 멋있고 똑똑하다고 생각했다. 빌런을 가장한 주인공 아닌가 싶다. 첫 화부터 의심베팅 전까지 그 형이 빌런인 줄 알았다. 매일 소리 지르고 눈도 크게 뜨니까 빌런인가 싶었는데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다. 희생정신과 판을 뒤집겠다는 집념이 정말 멋있었다. 오래 생각하고 라운드를 끌다가 마지막에 나온 수였다. 멋있는 형이다. 잘생기기도 했고.


Q. 세븐하이 씨의 희생 플레이와 더불어 현준 씨가 정현규-윤소희 연합과 함께하는 플레이가 나왔다. 방송을 보면서 조금은 걱정도 됐을 것 같다.

A. 방송이 나오고 나서 걱정됐다. 내가 바로 칼 찌르고 가버린 게 됐으니. 방송 기준으로 말씀드리면 인정한다. 나도 왜 그러는지 모르게 나왔더라. 의중을 모르게, 죄책감 없이 하는 사람으로 나와서 나도 안타깝고 보기 싫었다.

하지만 사실 풀스토리는 그게 아니다. 맨 처음에는 현규 형과 이야기했다. 은유 누나가 탈락한 후 현규 형이 ‘세븐하이 형보다는 너를 살리고 싶다’고 하더라. 나에게는 좋은 거니까 그러기로 했다. 지루한 필승법이지만 5라운드마다 피스를 1개씩 내야 하니까 피스를 돌려 나눠가지면서 세븐하이 형님을 말려 죽이는 전략이었다. 그러려면 70라운드까지 해야 하더라. 현규 형이 ‘현준아 미안하다. 세븐하이 형님 피스가 너보다 많기 때문에 너를 말려 죽이는 게 더 빠르다’고 하더라.

팽 당해서 짜증나 있었다. 하필 그 타이밍에 현규 형과 소희 누나는 세븐하이 형에게 가서 정보를 막 보여줬다. 세븐하이 형은 안 봤다고 하더라. 나는 그걸 모르니까 나와의 딜을 깨고 ‘셋이 공모했구나’ 싶어서 반감이 강해졌다. 셋이서 피스를 노나 먹으면서 나를 보낼 줄 알았는데 세븐하이 형이 갑자기 나를 의심하더라. 어이가 없었다. ‘왜 나를 의심하지?’ 싶어서 죽더라도 콜 해봐야겠다고 해서 콜을 했고 세븐하이 형이 봐준 건지 몰랐다. ‘현준이 빨리 죽여 버리자’하고 부른 줄 알았는데 내가 따버렸다. 그래서 현규 형에게 다시 가서 내 피스가 더 많아졌으니 원래 계획대로 하라고 설득한 것이다. 극적인 상황 연출을 위해서는 필요하니까 나쁘지 않았다. 게임이니까 괜찮다. 그런데 욕먹을 거라고는 예상했다.


[DA:인터뷰③]로 이어집니다.

정희연 동아닷컴 기자 shine2562@donga.com
사진제공|고스트에이전시-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