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수 트리샤 페이타스가 한국어 가사로 이뤄진 곡 ‘사랑해’를 발매했다. 뮤직비디오에도 한국어가 가득한 간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진캡처|뮤직비디오 ‘사랑해’

미국 가수 트리샤 페이타스가 한국어 가사로 이뤄진 곡 ‘사랑해’를 발매했다. 뮤직비디오에도 한국어가 가득한 간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사진캡처|뮤직비디오 ‘사랑해’


[스포츠동아 장은지 기자] 글로벌 팝시장의 언어가 국적과 계급장을 떼고 하나의 ‘교차점’으로 수렴하고 있다. 바로 한글이다. 

팝이란 장르의 글로벌 표준을 세운 서구권은 물론 제이(J)팝의 자존심으로 대변되는 일본, 동남아시아에서 급부상 중인 베트남 등 다수 문화권에서 우리 말을 활용한 노래를 선보이는 ‘이례적’ 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한글이 전 세계 팝 시장의 ‘새로운 음악적 공통어’, 이른바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로 자리잡는 모양새다.

링구아 프랑카는 서로 다른 모국어를 가진 이들이 소통하기 위해 사용하는 제3의 공통어를 일컫는 개념. 중세 시대에는 라틴어가, 현대에는 영어가 그 권위를 지녀왔다.

이러한 문화적 현상은 최근 여러 글로벌 아티스트의 행보에서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미국의 인기 유튜버이자 가수인 트리샤 페이타스는 얼마 전 2분 4초 길이의 노래를 온전히 한국어로만 채운 타이틀곡 ‘사랑해’를 발매했다. ‘사랑해, 사랑해 천 번을 말해도 부족해’라는 후렴구 가사가 인상적인 이 곡은 SNS에서 ‘케이(K)팝보다 한국어 가사가 더 많은 노래’로 크게 회자되고 있다.ㅅ

치바 유우키의 ‘안녕하세요’, 세븐디나이트의 ‘괜찮아’ 등 해외 아티스트가 후렴구에 한국어를 활용하는 모습이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캡처 | ‘안녕하세요’ 뮤직비디오

치바 유우키의 ‘안녕하세요’, 세븐디나이트의 ‘괜찮아’ 등 해외 아티스트가 후렴구에 한국어를 활용하는 모습이 속속들이 포착되고 있다. 사진캡처 | ‘안녕하세요’ 뮤직비디오

후렴이나 일부에만 한국어를 감각적으로 삽입하는 사례도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흔히 2000년대 가요와 오늘날 케이팝에서 영어를 활용하는 방식을 떠올린다.

귀에 꽂히는 후렴이나 훅(반복된 가사) 등에 영어를 배치함으로서 소위 ‘패션 언어’로 활용하던 작법이 역전된 듯한 느낌을 주며, 과거 음악 시장에서 영어가 주던 ‘멋과 힙함의 지위’를 오늘날 한글이 대체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잇따른다.

연초 일본 유명 랩 가수 치바 유우키가 한국어 후렴구를 품은 ‘안녕하세요’를 내놔 자존심 강한 일본 힙합의 심장부에서 신드롬을 연출했다. 한국의 유명 프로듀서 릴모쉬핏이 프로듀싱한 이 곡은 제목처럼 “안녕하세요”가 곡 전반에 반복되며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오카네 카세구”(돈을 벌어) 가사로 유명한 매건 디 스탤리언의 ‘마무시’와 ‘팀 도모다치’ 등 전작으로 일찌감치 SNS 챌린지 열풍을 이끈 치바 유우키는 ‘안녕하세요’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외국 아티스트가 우리 말 가사가 담긴 노래로 글로벌 메가 히트를 기록한 일도 있었다.

베트남 랩 가수 세븐디나이트는 지난해 ‘베트남판 쇼미더머니’인 ‘랩 비엣’에 출연, ‘괜찮아 딩딩딩딩딩’이라는 가사로 유명한 ‘괜찮아’(콤 싸오 카)를 불러 SNS 알고리즘을 장악했다. 이 노래는 케이팝 아이돌이 대거 가세해 챌린지 열풍으로도 이어졌다. 에스파 멤버 카리나의 ‘괜찮아’ 챌린지는 유튜브 기준 조회수 685만 회를 기록하는 등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케이팝 안팎에서도 우리 말이 음악적 ‘링구아 프랑카’가 되고 있는 일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음악적 뿌리도, 생리도 모두 다른 지역에서 한국어를 ‘흥행 치트키’로 선택하는 일이 흔해졌다”며 “케이팝이 글로벌 대중문화의 새로운 공통어이자 거대 플랫폼으로 완전히 공인됐음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짚었다.


장은지 기자 eun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