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희 영화음악 감독·영화 ‘와일드 씽’ 속 최성곤(오정세), 사진제공|본인·롯데엔터테인먼트

이진희 영화음악 감독·영화 ‘와일드 씽’ 속 최성곤(오정세), 사진제공|본인·롯데엔터테인먼트


[스포츠동아 이승미 기자] “영화계가 대중음악계에 독을 탔다”는 말이 있을 만큼, 요즘 케이팝을 뒤흔드는 유행가는 아이돌의 신곡이 아닌, 영화 속 노래가 손꼽히고 있다. 영화 ‘와일드 씽’에서 극 중 발라드 가수 최성곤(오정세)이 부른 ‘니가 좋아’다. 한물간 가수들의 좌충우돌 재기 여정을 그린 영화에서 ‘니가 좋아’는 SNS 챌린지 열풍과 함께 밈(Meme)으로도 확산하며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다.

‘니가 좋아’는 평생 대중가요를 쓴 적 없는 이진희 영화음악 감독의 손에서 탄생했다. 최근 스포츠동아와 만난 이 감독은 ‘미성의 대명사’인 서태지의 ‘너에게’를 참고해 아날로그적 감성을 극대화했다는 작곡 비화를 밝혔다. 

작사도 도맡았다. ‘니가 착해서 좋아, 예뻐서 좋아’처럼 관객의 폭소를 자아내는 직설적인 가사가 그의 작품이다. 이 감독은 시적이고 은유적인 기존 발라드 문법을 비틀고 싶었다며 “처음부터 ‘홍보용 밈’이나 ‘챌린지’가 가능하도록” 직관적 장치를 심어둔 것으로 이 전략이 제대로 통한 듯하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최성곤을 연기한 오정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노래를 만드는 것이었다. 이 감독은 오정세의 노래방 가창 영상을 분석해 최적의 음역을 찾아낸 후,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일명 ‘이지 리스닝’ 스타일의 노래로 설계했다.

노래의 대성공을 이 감독은 가창자인 배우 오정세의 공으로 돌렸다. 그는 녹음 당시 긴장한 오정세를 위해 맥주 한 캔을 건네기도 했다며 “녹음을 무사히 마친 후 무알코올 맥주였음을 알게 됐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메인 타이틀곡인 만큼 케이팝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작곡가가 작업해주길 바랐다”며 “혼성그룹 싹쓰리의 ‘다시 여기 바닷가’를 작곡한 심은지 작곡가는 1990~2000년대 레트로 감성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어 적임자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영화음악 감독으로 활동하며 처음으로 대중가요가 예상치 못한 사랑을 받는 경험을 하게 됐지만, 그의 음악 철학은 여전히 분명하다. 그는 “지금은 꿈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가장 좋은 영화음악은 영화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 음악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영화를 가장 단단하게 뒷받침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와일드 씽’은 개봉 2주 만에 100만 관객 돌파를 앞둔 상황. ‘러브 이즈’와 이 감독이 쓴 ‘니가 좋아’는 국내 대표 대중음악 순위표인 멜론 핫100(17일)에서 각각 60위와 63위에 올랐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