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출근시키고 큰 아이는 유치원에 보내 놓고, 아침 신문을 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던 때였습니다. 신문을 펼쳐들자마자 밑으로 톡 하고 떨어지는 게 있었는데, 대형 할인마트 고객감사 할인행사 전단지였습니다. 눈이 번쩍 뜨일 정도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좀 이른 시간이긴 했지만, 친정집 식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같이 할인마트에 가보자고 했습니다. 큰 언니는 멀리 광주에 있으니 어쩔 수 없었습니다. 둘째 언니는 마침 휴무라서 나올 수가 있었습니다. 셋째 언니는 아침잠이 많아서 힘들어했지만, 제가 선물이 와르르 쏟아진다고 꼬셔서 겨우 겨우 저희 세 사람이 모일 수가 있었습니다.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셋째 언니네 5살, 4살 된 아이들, 3살 된 우리집 막내딸 지민이까지 이렇게 여섯 명이 우르르 몰려갔습니다. 우리 식구들만 해도 북적댈 할인마트가 그 이른 아침 시간인데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아이들 손을 잡고, 그 많은 사람들 틈을 이리 저리 비집고 다니면서 물건을 보러 다녔습니다. 사람도 많고 아이들도 있다보니 몇 군데 보지도 않았는데 금세 진이 빠졌습니다. 너무 힘드니까 우선은 그 할인마트 안에 있는 햄버거 가게에 가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갔습니다. 그 때 아이들이 자꾸만 놀이방에서 놀다가자 졸라대기 시작하는 겁니다. 할 수 없이 놀이방에 들러 한 30분 놀아줬고, 햄버거 가게에 가서 먹을 만한 음식들을 주문해놓고 기다렸습니다.
그 사이 둘째 언니와 셋째 언니는 화장실에 간다고 했습니다. 멀리 언니들이 화장실에서 다녀오는 모습을 보는데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드는 겁니다. 괜히 알 수 없는 이 허전함, 가만히 제 주변을 돌아봤더니 세상에나!! 막내 지민이가 안 보이는 겁니다. 조카들한테 지민이 어디 갔냐고 물어봤더니, “지민이는 이모가 계속 손잡고 다녔잖아요. 우리는 우리끼리 꼭 손잡고 다녔어요” 라고 하는 겁니다.
저만치 오고 있는 언니에게도 소리를 지르며 “언니∼ 우리 지민이 어딨어? 화장실 갈 때 같이 간 거 아니야?”하고 물었더니 언니들도 “지민이는 네가 계속 데리고 다녔잖아! 왜? 지민이 없어?” 이러는 겁니다. 저는 혹시 몰라서 아까 그 놀이방 쪽으로 뛰어갔는데, 지민이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어린 게 엄마 찾아 울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니까 그때부터 머리가 지끈거렸습니다. 속은 까맣게 타들어갔고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옆에서 언니는 분명히 뭐라 뭐라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정말 아무 소리도 들리지가 않았습니다. 저는“아휴∼ 우리 지민이 어떡해∼ 우리 딸 어떡해∼” 하면서 할인마트를 뛰어다녔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찾다 못 찾고 언니들이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해야 할 것 같다고 그랬습니다. 저도 모르게 엉엉 소리 내서 울고 말았습니다. 그 때, 한 아주머니께서 아주 차분한 목소리로, “지금 찾는 애가 그 까만 원피스 입고, 목소리 큰 여자애 맞죠?”라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다급하게 “어머∼ 우리 지민이 아세요? 아줌마 우리 딸 보셨어요?” 하고 여쭤봤더니 그 분이 “그 애 어찌나 큰소리로 울어대던지, 직원이 와서 방송실로 데려갔어요. 아까부터 계속 방송이 나오는 것 같던데…”라고 했습니다.
마침 방송으로 “나이는 세살, 까만 원피스를 입고 있는 한지민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 보호자께서는 2층 방송실로 와주세요” 하는 안내 멘트가 마트 전체에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그 전에도 수없이 방송이 나왔는데, 저희 식구들 모두 정신이 없어서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 했던 겁니다. 그렇게 방송실로 뛰어올라가 봤더니, 우리 딸이 두 눈에 눈물방울이 그렁그렁 걸려서는 앉아 있더군요. 제가 “지민아∼” 하고 불렀더니 이 녀석이 막 달려와 제 가슴에 꼭 안겼습니다. “엄마! 보고 싶었어!” 이러면서 지민이가 또 울어댔습니다. 어찌나 미안하고 안쓰럽던지, 그 소동을 치르고 나니까 배가 고팠습니다. 시간을 보니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이었습니다. 요즘처럼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세일도 많이 하고, 여름 성수기엔 피서지마다 사람도 많습니다. 우리 딸 또 잃어버리지 않게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딸이 없으면, 배도 안 고프고, 기쁘지도 않고, 살아갈 의미가 없습니다.
서울 중랑|박정하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