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돌고돌아온내귀한자전거

입력 2009-01-29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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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저녁 늦게 돌아온 고등학생 큰아들이 배가 고프다고 했습니다. 시간을 보니 벌써 저녁 9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부엌에도 먹을 게 별로 없고, 그래서 얼른 포장마차 가서 떡볶이와 호떡을 사와서 먹자고 했습니다. 다들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날씨가 쌀쌀하고 추웠기 때문에 누가 나갔다 올지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이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으며 자기가 다녀오겠다고 했습니다. ‘역시 가장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남편이 조금 멋있어 보였답니다. 잠시 후 남편은 정말 김이 모락모락 나는 떡볶이와 호떡을 사 가지고 돌아왔고, 저희 가족은 야참으로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다음날 아침. 제가 신문 가지러 밖에 나와 봤는데 못 보던 자전거 한 대가 있는 겁니다. 저희 집에는 자전거가 세 대 있는데, 두 대는 우리 것인데 나머지 한 대가 못 보던 자전거였습니다. 가끔 작은 아들친구들 중에 우리 마당에 자전거 맡기고 가는 친구들이 있어서, “얘, 못 보던 자전거가 한 대 있는데… 네 친구 중에 맡기고 간 애 있니?” 하고 물어봤습니다. 그 말에 작은아들, 큰아들, 남편까지! 온 가족이 나와서 자전거를 확인해봤습니다. 그런데 다들 모르는 자전거라며 이상해했습니다. 그 때, 어제 남편이 자전거 타고 나갔다 온 게 생각나서 혹시 남의 자전거 바꿔 타고 온 거 아니냐고 남편한테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그런가? 아닌 거 같은데…” 하면서 고개를 갸웃갸웃 했습니다. 저는 “내가 봤을 땐 당신 밖에 없어. 당신이 바꿔 타고 들어온 거 맞는 것 같은데? 잘 생각해 봐” 하니까 남편은 끝까지 “잘 모르겠다. 그냥 모르는 척 타고 다니자”며 무책임한 소리를 했습니다. 결국 남편은 출근하고, 애들은 보충수업 받으러 학교 갔습니다. 오후 늦게 포장마차 찾아가서 혹시 자전거 바뀌었다는 사람 없었냐고 물어봤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없었다고 했습니다. 저는 제 연락처를 남기고 돌아왔는데, 이틀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전 다시 가서 확인했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포장마차 아주머니가, “혹시 자전거 얘기하세요? 사실 며칠 전에 우리 집 손님이 자전거 잃어버렸다고 파출소에 신고했는데…”라고 말해주셨습니다. 얼른 파출소에 가봤더니 어떤 중학생이 신고해놨다며 그 학생을 불러줬습니다. 저희는 그 날 상황을 설명하고, 일부러 가지고 간 게 아니라고 말해줬습니다. 그리고 자전거를 보여줬더니 자기 게 맞다며 얼른 타고 가버렸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저희 자전거가 그 학생한테도 없었다는 겁니다. ‘누가 가져 간 걸까?’ 자전거가 없어서 그나마 학교가 가까운 둘째 아들만 걸어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아들 생각에 하루라도 빨리 자전거를 찾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느 날! 하루는 제가 볼일이 있어 제 친구 아파트에 갔습니다. 거기 자전거 보관소에 많이 본 자전거 한 대가 서 있는 겁니다. 한눈에 봐도 저희 자전거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경비실에 물어봤더니 벌써 며칠 째 주인 없이 버려져 있다며 가져가 쓰려면 쓰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혹시 몰라서 또 제 연락처를 남겨 놓고, 그 낡은 자전거를 가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 새 자전거에 녹슨 곳도 많고, 많이 낡아버렸습니다. 기름칠하고 잘 닦아서 요즘은 저희 둘째 아들이 잘 타고 다닙니다. 저희 가족 야참 한번 사 먹으려다가 귀하디 귀한 저희집 자전거만 수난 당했습니다. 어쨌든 다시 찾게 되어 다행입니다. 경북 영덕 | 이정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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