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엄마아프지마세요호∼호∼

입력 2009-01-27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3


제게는 네 살 아들과, 세 살 딸아이가 있습니다. 이렇게 연년생으로 아이를 키우느라 제 아내는 집에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내고 있답니다. 하지만 맞벌이 못 해주는 게 늘 미안한지, 두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놓고 돈 벌어오겠다는 말을 가끔 합니다. 그러면 저는 “노(NO)!”라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집에 엄마가 있는 게 아이들한테는 참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저도 어릴 때, 수업 마치고 집에 갔는데 엄마가 안 계시면 괜히 마음이 불안했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장사를 하시기 때문에 엄마가 가끔 가게일 도우러 나가셔서, 집이 빌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 때의 그 공허한 기분을 알기 때문에 저는 아내더러 웬만하면 집에 있으라고 얘길 합니다. 제 목표가 우리 애들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키우는 겁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칭찬도 많이 해주고, 많이 안아주고, 뽀뽀도 많이 해줬습니다. 물론 잘못 하면 따끔하게 야단도 쳤지만, 기본적으로 사랑을 많이 줬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제 아내가 감기에 걸려 며칠씩 자리에 눕게 됐습니다. 저녁때부터 춥다면서 일찍 잠자리에 들더니, 다음날 아침에 열이 펄펄 끓어 일어나지도 못 했습니다. 저는 애들을 불러서 “얘들아. 아빠 지금 회사 가야 되는데, 오늘은 엄마 힘들게 하지 말고 얌전히 있어. 엄마 많이 아프니까 너희들이 힘들게 하면 안돼. 그리고 큰애는 동생 잘 보살펴줘야 한다. 네가 오빠니까 엄마 몫까지 잘 해줘. 아빠 얼른 갔다 올 테니까 조금만 참고 있어”하면서 출근을 했습니다. 애들도 “아빠 걱정 말고 회사 잘 다녀오세요.”라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출근을 해서도 계속 집 걱정이 돼서 오후에 전화를 해봤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받아서 좀 전에 병원 다녀왔고 지금은 괜찮다며 걱정 말라고 했습니다. 퇴근해서 와보니 아내는 아침과 똑같이 심하게 아파 보였습니다. 낮에 절 안심시키려고 아픈데도 괜찮다고 얘길 한 것 같았습니다. 병원에서 지어왔다는 약도 별로 신통치 않고, 아내는 오한이 난다며 이불 속에서 나오지도 못 했습니다. 저는 혼자 저녁 차려 먹고, 씻고 나와서 애들 방부터 가봤습니다. 저녁 늦은 시간이라 그런지 벌써 자려고 이부자리를 다 펴놓았습니다. 그런데 둘째는 잠들어 있는데 큰애가 안 보이는 겁니다. 이 녀석이 어디로 갔는지 찾다가 안방에 가봤더니 거기서 자기 엄마 발을 주무르고 있었습니다. 아내 말로는 벌써 한참 전부터 주무르고 있는데, 팔 아프다고 그만 하라고 해도 계속 주무른다고 했습니다. 제가 “우리 착한 아들 때문에, 아빠가 너무너무 자랑스럽다” 하면서 칭찬했더니 큰애가 웃으며 더 열심히 주물렀습니다. 제가 체온계 찾으러 거실에 나갔다 다시 들어왔는데, 이번엔 아들이 안 보였습니다. 아내가 “여보. 지금 우리 아들 이불 속에서 내 발에 입김 불어주고 있어. 내 발 따뜻하게 해준다고 호∼호∼ 열심히 불어주고 있어” 라고 했습니다. 제가 “이제 그만해. 엄마 발 많이 따뜻해졌으니까 얼른 나와” 했더니 “엄마 아프지 마세요” 하며 이마에 땀까지 닦으며 나오는 아들을 보면서 저는 너무 예쁘고 고마워 꼭 안아줬습니다. 사랑 많은 아이로 키우고 싶었는데, 정말 그렇게 잘 커준 것 같아 너무 고마웠습니다. 우리 두 아이들 앞으로도 따뜻하고 사랑 많은 사람으로 잘 커주길 바랍니다. 가족 소중한 줄 알고, 가진 것에 행복해 할 줄 알고 겸손하고 착한 사람이 되어 주길 소망합니다. 경기 군포 | 박윤오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