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쩍벌남’해도해도너무하네요

입력 2009-01-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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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렇게 직접 사연을 남기는 이유는 어제 저녁 있던 일 때문입니다.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그 안에서 벌어졌던 천태만상을 얘기해보고 싶습니다. 저는 7호선을 주로 이용하는데 요즘 영어공부를 한창 하고 있는 중이라서 영어책을 보면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맞은 편 앉아 계시는 아주머니께서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통화를 하고 계셨습니다. 저는 그 소리가 듣기 싫어서 이어폰을 꽂고 음악소리를 높여서 영어공부에 집중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목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통화 내용이 제 귀까지 다 들렸습니다. 요즘 자기 아이는 어디 학원에 보내는데 성적이 어떻게 올랐고, 남편은 매일 게으르기만 한데 어쩌고저쩌고… 아무 소리 못하고 가만히 듣고 있자니 너무 괴로웠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좀 조용히 통화하시면 안 되겠느냐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마침 제 옆에 앉아 계시는 아저씨께서 “아주머니, 지하철이 뭡니까, 공공장소잖아요. 통화 하실 거면 좀 작은 목소리로 하시면 안 됩니까? 지금 여기 사람들이 말을 못해서 가만히 있는 거지 다들 불편해 하는 거 안 보이세요?”라면서 말을 하셨습니다. 그러자 아주머니께선 금세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변해서 ‘당신이 무슨 상관이야. 나 아주 불쾌해’라는 표정으로 다음 역에서 내려버렸습니다. 저는 ‘이제야 집중 좀 해서 책을 보겠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젠 또 다른 좌석에 앉아있는 학생 하나가 딱딱 소리를 내면서 껌을 씹고 있었습니다. 그 소리가 또 어찌나 크게 들리던지, 본인이야 습관적으로 아무렇지 않게 소리를 내는 거겠지만 그 소리야말로 전화통화 하는 소리 버금갈 정도로 참 거슬렸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뭐라고 말은 못하고 몇 번 눈치를 주고는 말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또 무슨 일이래요? 한쪽에선 휴대전화로 DMB TV를 보고 있는데, 이어폰도 안 끼고 자기 집 안방인 것 마냥 보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사람들이 어쩜 하나같이 그런지…거기다 다음 역에서 타서, 제 옆으로 와 앉은 아저씨는 아주 있는 대로 힘껏 다리를 벌려 앉는 ‘쩍벌남’ 이었습니다. 모처럼 공부 좀 해보겠다는데 왜 이렇게 안 도와주시는지… 정말이지 어제 탄 지하철은 정말 말 그대로 최악이었습니다. 공공장소에서는 지켜줘야 하는 최소한의 매너가 있는 법입니다. ‘나 하나 그런다고 뭐 무슨 일 있겠어?’하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가는 거, 정말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게다가 누가 뭐라 그러면, 자기가 한 행동은 전혀 생각 안하고 화내고 소리부터 지르는 것! 이것도 문제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남을 배려하는 사회가 돼서 모두들 기본적인 매너는 지키는 사람들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서울 금천 | 이은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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