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이히&뮌헨체임버오케스트라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41)는 - 본인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 ‘지한파’로 불려 마땅하다. 1950년에 창단되어 반세기가 넘도록 독일 뮌헨을 대표하는 체임버 오케스트라로 인정받고 있는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를 2006년부터 이끌고 있는 그는 독창적인 공연 프로그래밍으로 이름이 높다.
독일 음악출판협회가 주는 ‘최고의 공연 프로그램상’을 두 차례나 받았으니 그의 공연이 매 회 구름관객을 몰고 다니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실제로 이 오케스트라는 리브라이히를 영입한 이후 1년 만에 정기연주회 티켓 판매율이 40% 이상 높아졌다고 하니, 빈 객석 앞에서 망연자실해 하는 유사 단체들은 리브라이히를 벤치마킹하고 볼 일이다.
리브라이히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그것도 ‘남측’과 ‘북측’에 고른 인연을 맺고 있다. 그가 한국 음악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은 지난 2002년.
독일문화원과 독일 학술교류처가 마련한 ‘코리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융에 도이치 필하모닉과 함께 브루크너 교향곡 8번을 남북한에서 동시에 연주했다.
물론 이 정도에서 그친다면 굳이 그에게 ‘지한파’란 친근감을 표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는 독일 학술교류처 객원교수 자격으로 평양을 다섯 번이나 방문했다.
평양의 윤이상 협회에서 강의를 했고, 본인 말로 4년을 그곳에서 보냈다. 2005년에 발매된 ‘평양 크레센도’란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그가 평양에서 강의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지난해 1월, 리브라이히는 ECM에서 뮌헨 체임버와 함께 한 첫 CD를 냈다. 이 음반은 하이든과 윤이상을 커플링한 것이었다. 윤이상의 열렬한 추종자인 리브라이히는 이번 내한 공연에서도 윤이상의 ‘실내교향곡 1번’을 들려줄 계획이다. 왜냐고? 리브라이히의 답변은 “윤이상의 작품 중에서도 가장 ‘윤이상다운 작품’이기 때문”이다. 유럽적인 모습에서 벗어나 윤이상의 한국적인 어법이 전면에 부각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지한파 지휘자’ 리브라이히와 뮌헨 체임버 오케스트라는 윤이상과 함께 하이든도 들려준다. 그의 교향곡 45번. 통칭 ‘고별’로 불리는 스탠더드 넘버. 그는 ‘교향곡 창시자로서의 하이든’에 지나치게 비중을 둔 나머지 그의 ‘어마어마하게 독특한’ 음악적 아이디어를 외면하고 있는 음악계의 풍토에 정면으로 반발한다.
그나저나 리브라이히는 통영국제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선임돼 2011년부터 3년간 활동을 하게 됐다고 하니 한국과의 인연은 갈수록 질겨지는 느낌이다.
이번 공연은 그가 품은 한국에 대한 생각과 이해, 한국으로부터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모조리 풀어놓는 각별한 무대가 될 것만 같다. 하이든과 윤이상도 궁금해 할 것 같다.
3월 31일 8시|LG아트센터|문의 02-2005-0114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