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서울 광화문 일민미술관 6층 신문박물관에서 ‘뽈은 둥글다’ 전시를 감상하고 있는 관람객들. 신문을 통해 한국 스포츠 130년의 기록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국제대회 명장면 전시…기사작성 체험도
방학을 맞은 아이들 데리고 가볼만한 깨알전시를 소개한다. ‘뽈은 둥글다’라는 제목의 전시다. ‘신문 속 공 이야기’라는 부제를 갖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152 일민미술관 내 신문박물관 PRESSEUM(관장 김태령)에서 17일 전시 오픈했다.
공이나 볼이 아닌 ‘뽈’이다. 신문박물관 박물관팀 주연우 연구원은 “과거에는 외래어 표기를 된소리 그대로 쓰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현대식으로, 그리고 말의 맛을 살리기 위해 ‘뽈은 둥글다’라고 제목을 정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크게 세 섹션으로 나뉘어 있다. 첫 번째 섹션은 ‘최초의 스포츠 전문기자’. 1921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1920∼30년대에 국내 최초의 스포츠 전문기자로 왕성하게 활동했던 인물이다.
‘이길용’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일은 저 유명한 일장기 말살사건일 것이다. 1936년 8월 9일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부문에서 우승한 손기정 선수의 사진을 동아일보에 게재하며 유니폼의 일장기를 지운 사건이다. 이 일로 이길용은 일제에 의해 강제투옥 당해야 했다.
이 섹션은 구한말 이후 도입된 체육의 전파과정을 보여주는 기록들을 전시하고 있다. 모두 이길용 기자가 신문, 잡지에 쓴 글들이다. 이 기록들은 한국 스포츠 초창기의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1930년 4월2일부터 16일까지 14회에 걸쳐 연재한 ‘조선야구사’는 당시 보기 드문 체육관련 기획시리즈 기사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국내 야구도입의 시기를 두고 1904년과 1905년 주장이 아직까지도 팽팽히 맞서고 있는 가운데 이길용은 ‘조선야구사’를 통해 한국야구는 황성기독교청년회의 미국 선교사인 질레트가 청년회원들에게 야구를 가르치면서 처음 시작됐다며 한국야구의 기원을 1904년으로 명시했다.
두 번째 섹션은 ‘결정적 순간의 뽈’.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비로소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했다. 이 섹션에서는 불리한 신체조건, 열악한 훈련환경 속에서도 기세등등한 활약을 펼친 한국 대표선수들의 ‘결정적 순간’을 보여준다. 제21회 몬트리올 올림픽 여자배구 준결승에서 강스파이크를 날리는 한국 주장 이순복(1976.7.31), 제13회 멕시코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 수비수를 피해 드리블하는 김주성(1986.6.23), 한국 월드컵 사상 첫 골을 넣은 뒤 무릎을 꿇고 기뻐하는 박창선(1986.6.3) 등 국민의 가슴을 뜨겁게 만들었던 스포츠사의 명장면들을 돌아볼 수 있다. 스포츠동아의 전신격인 ‘주간 스포츠동아’도 전시돼 있다.
마지막 섹션인 ‘내 인생의 뽈’은 아이들이 ‘뽈’을 만드는 이벤트와 직접 스포츠기사를 작성해 보는 체험코너로 마련됐다.
아이들에게 한국 스포츠의 130년 역사와 신문의 가치, 역할을 알려줄 수 있는 알찬 전시다. 10월 28일까지 일민미술관 내 6층 신문박물관에서 전시한다. 이왕이면 아빠의 동행을 권하고 싶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