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계량기 자료사진.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수도계량기 자료사진. 기사와는 무관한 사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서도 전선·교량 동판 절도 잇따라
구리 가격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일본 전역에서 수도계량기 등 금속 부품을 노린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 빈집 골라 수도계량기 ‘싹쓸이’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요미우리신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일본 각지의 공영 공동주택에서 빈집에 설치된 수도계량기가 무더기로 도난당하는 피해가 지난 4~5월 잇따라 확인됐다.

지난 4월 22일 효고현 히메지시 하나다초 오가와에 있는 현 운영 공공임대주택 ‘히메지 하나다 철근주택’ 5개 동에서 수도계량기 29개가 사라진 사실을 시 직원이 발견했다. 피해액은 약 16만 엔(약 154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틀 뒤에는 히메지시 내 시영주택 두 곳, 총 7개 동에서 수도계량기 126개가 도난당한 사실이 추가로 확인됐다. 피해액은 약 70만 엔(약 675만 원) 상당이다.

고베·아카시·히메지 등 효고현 내 3개 도시에서 도난당한 수도계량기는 모두 194개에 달한다.

수도계량기를 떼어내면 물 공급이 끊겨 입주자가 있는 경우 피해 사실을 곧바로 알아차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범인들은 장기간 비어 있는 공공임대주택을 노렸고, 실제로 도난당한 수도계량기도 모두 빈집에 설치돼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히메지시 관계자는 “접착테이프로 막아놓은 우편함이 빈집을 식별하는 표시로 이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효고현 아카시시와 고베시 니시구에서도 각각 수도계량기 30개와 9개가 도난당하는 유사한 피해가 확인됐다. 모두 공영주택의 빈집이었다.

효고현 경찰 관계자는 “자동 잠금장치가 없고 수도계량기를 한꺼번에 훔칠 수 있는 공영주택이 범행 표적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피해는 효고현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4월 하순까지 시즈오카현에서는 최소 640개, 가나가와현에서는 455개의 수도계량기가 도난당했다. 이들 지역에서도 공동주택의 빈집이 주로 표적이 된 것으로 전해졌다.


● 1년 새 60% 오른 구리값…황동 계량기 노렸다

수도계량기 절도가 급증한 배경으로는 구리 가격 상승이 꼽힌다. 수도계량기는 구리와 아연을 섞은 황동으로 만들어진다.

일본 대형 비철금속 업체 JX금속이 공개한 국내 구리 거래 기준 가격은 지난 4월 1t당 약 214만 엔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약 60% 오른 수준으로, 5년 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상승했다.

구리는 전선과 통신망, 전력 설비 등에 폭넓게 사용된다. 최근에는 생성형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센터와 전력망 투자 증가로 구리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구리 가격 상승을 배경으로 절도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공영 공동주택의 수도계량기 보관함은 검침 편의를 위해 대부분 잠금장치가 설치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히메지시 관계자는 “두 달에 한 번씩 검침해야 해 자물쇠를 설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도난을 막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한국서도 전선·교량 동판 절도 잇따라

한국에서도 구리 등 금속 제품을 노린 절도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1일 전북 무주에서는 폐건물 8곳에서 전선을 잘라 훔친 뒤 내부 구리를 판매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훔친 전선에서 구리를 분리해 1㎏당 약 1만9000원에 판매하고, 약 3600만원의 수익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4월에는 전국을 돌며 교량에 설치된 동판을 훔친 30대 2명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됐다. 이들은 전국 22개 시군을 돌며 교명판과 교량 설명판 등 동판 416개를 훔친 뒤 고물상에 판매해 약 2000만원의 범죄수익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금과 가상자산, 유류, 전자부품 등 가격 상승 폭이 큰 품목을 노린 강·절도와 장물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6월 말까지 집중단속을 벌이고 있다.

피해 규모가 크거나 여러 지역에 걸쳐 발생한 사건에는 시도경찰청 광역수사단을 투입하고, 장물의 처분·유통 경로도 집중적으로 추적할 방침이다.

황수영 기자 ghkdtndud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