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 잡스 죽는다카더라, 아니면 말고~”

입력 2011-02-17 18: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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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 병세 악화돼 6주밖에 못 산다?

애플 창립자 스티브 잡스의 시한부설이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소문의 근원지는 북미 주간지 내셔널 인콰이어러(national enquirer).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최신호에 스티브 잡스로 추정되는 여윈 중년 남성의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게재했다.

사진 속의 남성은 입고 있는 옷이 헐렁할 정도로 수척한 모습을 하고 있다. 또한 머리카락 숱도 매우 적어 항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처럼 보인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이 사진은 2월 8일 스티브 잡스가 캘리포니아에 있는 스탠포드 암 센터로 향하는 길에 부인과 아침 식사를 하러 나선 모습을 찍은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이 사진을 본 의사들의 말을 인용해 잡스의 병세가 심각하다고 전했다. 제롬 스펌버그(Jerome Spunberg) 박사는 “잡스의 췌장암이 재발해 스탠포드에서 화학요법 치료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고, 게이브 머킨(Gabe Mirkin) 박사는 “잡스는 암 말기에 접어들었다. 병으로 인해 극단적인 근위축증(muscle wasting)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30파운드(약 60kg) 이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고 설명했다. 사무엘 제이콥슨(Samuel Jacobson) 박사도 “사진으로 봐서는 6주밖에 남지 않은 것 같다”고 의견을 밝혔다.

잡스는 지난 1월 중순 병가를 냈다. 그는 애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건강 문제로 인해 이사회에 병가를 신청했다.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병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많은 국내외 언론들은 췌장암이 재발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잡스는 2004년 희귀 췌장암 수술을 받은 바 있다.


사진 한 장 보고 6주 진단이 가능해?

충격적인 소식임에도 불구하고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달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 애플 주식이 크게 출렁였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이는 사진을 게재한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전형적인 슈퍼마켓 타블로이드이기 때문일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

슈퍼마켓 타블로이드는 미국의 슈퍼마켓 가판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흥미 위주의 주간지를 말한다. 표지에는 자극적인 제목이 뒤덮고 있으며, 내용을 살펴 보면 “그렇다고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통신’이 대부분이다. 일부 타블로이드들은 황당무계한 내용을 다루기도 한다. 이를테면 힐러리 클린턴이 외계인을 입양했다거나 에이브러햄 링컨이 알고 보니 여자였다는 기사가 버젓이 표지를 장식한다.


이번에 스티브 잡스의 6주 시한부설을 다룬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판매 부수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표적인 슈퍼마켓 타블로이드다. 다만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아예 근거가 없는 내용을 싣지는 않는다. 가끔 엄청난 특종을 터트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하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의 불륜 스캔들을 제일 먼저 보도한 곳도 바로 내셔널 인콰이어러다.

하지만 ‘아니면 말고’ 식의 기조는 다른 주간지와 같다. 파파라치로부터 구입한 사진을 바탕으로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쳐 쓴 기사도 상당수다. 일례로 2010년 5월 안젤리나 졸리와 브래드 피트 사이에서 태어난 쌍둥이가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주장한 일을 들 수 있다. 내셔널 인콰이어러가 근거로 내세운 것은 다름아닌 쌍둥이의 최근 사진 한 장. 동그란 얼굴에 깊게 처진 눈이 다운증후군의 증상과 비슷하다는 설명이었다.


그 동안 내셔널 인콰이어러는 많은 유명 인사들의 사망 예고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타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09년 4월에는 오프라 윈프리(Oprah Winfrey)가 3년 내에 죽을 것이라고 보도했고 8월에는 영화배우 크리스티 앨리(Kirstie Alley)가 4년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근래 들어서는 췌장암으로 사망한 영화배우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를 제외하고 사망 예언이 들어맞은 적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번 스티브 잡스 사망설의 근거도 사진 두 장이 전부다. 그나마도 뒷모습만 찍힌 사진이라 스티브 잡스 본인인지 확인할 수도 없다. 더구나 “6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진단한 의사들의 말도 온전히 믿을 수 없다. 사진 속에 나타난 뒤통수만 보고 병명과 진행 단계를 맞추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의 공개 스케줄을 살펴보면 의심은 더욱 짙어진다. 블룸버그통신은 스티브 잡스가 17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업인 초청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췌장암 말기 환자로서는 소화하기 힘든 일정이다.


걸러 듣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

내셔널 인콰이어러의 정체(?)를 알고 있는 언론관계자들이라면 이번 소식을 단순한 루머로 여기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일반 대중들은 루머를 진실로 받아들일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로 해당 기사의 댓글을 살펴보면 성급한 추모글을 올리는 누리꾼들을 쉽게 살펴볼 수 있다.

스티브 잡스의 병세가 심상치 않음은 여러 곳에서 감지할 수 있지만,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사실은 없다.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까지 혼란에 빠트리지 않도록 루머를 걸러 듣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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