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강의실] 고속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USB의 라이벌 - IEEE 1394

입력 2011-04-08 14: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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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시스템은 다양한 장치들로 이루어져있다. 그리고 이러한 장치들을 연결하고 데이터를 주고받는 통로를 버스(bus)라고 한다. 버스는 장치의 특성, 혹은 컴퓨터의 종류에 따라 여러 가지 규격으로 나뉘는데 크게는 ‘직렬(serial)’ 버스 방식과 ‘병렬(parallel)’ 버스 방식으로 나뉜다. 직렬 버스는 한 번에 한 개(1bit)씩의 데이터를 전송하는 반면, 병렬 버스는 한 번에 여러 개(8bit, 16bit 등)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 따라서 성능이 같은 2개의 장치를 연결한 상태에서 동일한 종류의 데이터를 보낸다면 병렬 버스가 훨씬 빨리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하지만 병렬 버스 방식은 단점도 많다. 한 번에 많은 데이터를 보내기 위해 여러 가닥으로 이루어진 두꺼운 케이블을 사용하기 때문에 케이블의 구성이 복잡해지고 굵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소형화를 지향하는 컴퓨터의 발전 방향에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케이블이나 연결 단자의 가격을 낮추기가 쉽지 않으며, 케이블을 구성하고 있는 여러 가닥의 배선끼리 서로 간섭을 일으키기가 쉽기 때문에 케이블의 길이가 길어질수록 데이터가 변형되거나 전송 오류가 일어나는 빈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이유로 컴퓨터 개발자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병렬 버스를 직렬 버스로 대체하는 방안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대역폭(한 번에 보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제외하면 직렬 버스의 장점이 더 많기 때문이다. 특히 외장형 하드디스크나 스캐너, 캠코더와 같이 외부에 설치되면서 대용량의 데이터를 주고 받아야 하는 장치가 병렬 버스 방식을 사용한다면 불편하기 짝이 없다.

직렬 버스의 혁명, IEEE 1394의 등장

이러한 이유로 등장한 것이 바로 ‘IEEE 1394’ 규격이다. IEEE 1394는 사용 편의성이 우수한 직렬 방식의 버스이면서 데이터 전송 성능은 기존의 병렬 버스를 능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IEEE 1394는 본래 미국 애플사에서 1986년부터 ‘파이어와이어(FireWire)’라는 코드명으로 개발하던 규격인데, 이후 애플 외에도 소니, IB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의 업체들이 개발에 참여하게 되었고 1995년에 IEEE 1394라는 업계 표준 규격으로 정식 발표되었다.


1995년에 나온 첫 번째 규격인 IEEE 1394-1995는 100Mbps, 200Mbps, 그리고 400Mbps의 데이터 전송 모드를 지원했다. 당시 사용하던 병렬 방식 버스 중에서도 고속이라고 평가 받던 SCSI-2 규격의 최대 데이터 전송속도가 80Mbps 정도였으며 가장 많이 사용하는 직렬 방식 버스인 RS-232 규격은 불과 19.2kbps의 속도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최대 400Mbps의 데이터 전송이 가능한 IEEE 1394-1995는 그야말로 혁신이라고 할만했다.


그리고 2002년에는 데이터 전송 및 전원 공급 기능의 안정성을 개선한 IEEE 1394a-2000 규격이 등장해 기술의 완성도를 높였다. 참고로, 2011년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IEEE 1394 규격이 바로 IEEE 1394a-2000이며, 이는 ‘파이어와이어 400’ 혹은 ‘1394A’라고 부르기도 한다.

빠른 속도에 높은 편의성까지 갖춘 IEEE 1394

IEEE 1394는 데이터 전송 속도뿐 아니라 편의성 면에서도 이전의 직렬이나 병렬 방식 버스에 비해 우수한 점이 많다. 우선 가장 대표적인 장점이 바로 플러그앤플레이(Plug and play)를 지원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장치를 연결하는 즉시 별다른 설정이나 조작을 하지 않아도 곧장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핫 스와핑(Hot swapping) 기능을 지원하므로 전원이 켜진 상태에서도 장치를 연결하거나 분리, 혹은 교환이 가능하다.


또한 케이블 길이를 4~5미터까지 연장할 수 있으며, 한 대의 컴퓨터에 최대 63개까지 포트를 증설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연결 포트를 통해 자체적으로 기기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으므로 소비 전력이 7~8W 이하의 장치라면 별도의 외부 전원을 꽂지 않고도 동작이 가능하다. 다만, 내부적으로 6핀으로 이루어진 표준 IEEE 1394 포트가 아닌 4핀 규격의 미니 IEEE 1394 포트는 전력 공급이 되지 않고 데이터의 전달만 가능하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4규격과 6핀 규격의 IEEE 포트는 변환 젠더나 변환 케이블을 이용하면 서로 호환이 가능하지만 이 경우에도 데이터만 전송이 가능하고 전력 공급은 되지 않는다.



USB와 IEEE 1394의 경쟁구도

IEEE 1394의 전반적인 특성은 또 다른 방식의 외부장치 연결 버스 규격인 USB(Universal Serial Bus)와 유사하다. 포트와 케이블의 모양은 다르지만 두 규격 모두 직렬 방식이며 플러그앤플레이, 핫 스와핑 등의 기능이 동일하기 때문이다. 다만, 포트 모양이 다르고 최대 데이터 전달 속도에 차이가 난다. 1394A(IEEE 1394a-2000) 규격이 최대 400Mbps인데 비해 USB 방식은 1.0/1.1 버전의 경우 최대 12Mbps, 2.0 버전은 최대 480Mbps다. 등장한 시기도 비슷해서 두 방식은 한동안 직렬 버스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벌인 바 있다.


단순히 생각해 본다면 USB 2.0(480Mbps)의 최대 데이터 전송률 수치가 1394A(400Mbps)보다 높기 때문에 USB 2.0 규격이 기기가 1394A 규격의 기기 보다 우수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해보면 1394A 방식이 USB 2.0 방식에 비해 훨씬 빠르게 데이터 전송을 할 수 있다.

USB 방식은 기기간에 데이터를 주고받을 때 중간에 호스트(데이터 교환을 제어하는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호스트를 거치는 과정에서 상당한 속도 저하가 발생하기 때문에 USB는 사양 상의 최대 전송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IEEE 1394는 버스 간에 직접 적으로 데이터를 주고받으므로 최대 전송 속도를 쉽게 낼 수 있고 데이터 전송 도중 끊김이나 속도 저하 현상도 매우 적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IEEE 1394는 디지털 캠코더나 동영상 캡쳐 장비와 같이 대용량의 데이터를 끊김없이 전달해야 하는 장치에 적용하기가 유리하다.

시장에서 평가 받지 못한 ‘고성능’

이렇게 장점이 많은 IEEE 1394이지만 결국은 USB와의 보급률 경쟁에서 밀리고 말았다. USB는 별도의 라이선스 비용이 없다시피 하지만 IEEE 1394가 적용된 기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IEEE 1394를 개발한 업체들에게 상당량의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개발 업체간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서 라이선스를 얻는 과정도 상당히 복잡했다. 심지어 IEEE 1394는 일반적인 명칭 조차 통일되지 않았다. 애플에서는 ‘파이어와이어’라는 자사의 등록상표로 주로 부른 반면, 소니에서는 ‘아이링크(i-Link)’ 혹은 ‘S400’이라고 부르기도 하여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러한 이유로 IEEE 1394는 해당 규격의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업체들의 기기 외에는 그다지 쓰이지 않게 되었다. IEEE 1394이 적용된 대표적인 제품은 애플의 ‘아이팟’ MP3 플레이어나 ‘매킨토시’ 컴퓨터, 그리고 소니의 ‘핸디캠’ 캠코더나 ‘바이오’ 노트북 등이다. 이들 제품들에 적용된 IEEE 1394는 성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시장 전반적으로 IEEE 1394를 적용한 기기의 수가 적다 보니 호환성 면에서 불편하다는 단점을 떠안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IEEE 1394는 매우 제한된 용도로만 특화된 규격이라는 선입견이 시장에 자리잡게 되었으며 USB의 보급률이 폭발적으로 높아지는 가운데 IEEE 1394의 보급률은 지지부진하기만 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서 IEEE 1394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던 애플이나 소니도 2010년 즈음부터는 자사 제품에서 IEEE 1394를 생략하거나 주요 기능을 USB 위주로 사용하도록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2008년에 최대 전송률이 5Gbps로 향상된 USB 3.0이 나오면서 IEEE 1394의 최대 장점이었던 빠른 전송 속도도 빛이 바랬다.

IEEE 1394의 미래

하지만 IEEE 1394 역시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통해 성능을 향상시켜 온 것이 사실이다. 2002년에 최대 800Mbps 전송 모드를 지원하는 ‘IEEE 1394b-2002(파이어와이어 800, 혹은 1394B)’가 등장했으며 2008년에는 최대 1.6Gbps와 3.2Gbps 전송모드를 지원하는 ‘IEEE 1394-2008(파이어와이어 S1600, 파이어와이어 S3200)가 발표되어 USB 3.0과의 경쟁을 본격화하고자 했다.


지금까지 설명한대로 IEEE 1394는 보급률 면에서 크게 성공했다고는 보기 힘든 기술이다. 하지만 등장 당시, 이전까지는 생각할 수 없었던 강력한 성능과 편의성을 제공했으며 USB를 비롯한 여러 가지 경쟁 기술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고성능 버스 규격의 하나로서 평가 받으며 제한된 영역이나마 입지를 꾸준하게 지켜왔다. 2011년 현재, IEEE 1394의 전망이 장밋빛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성능 향상을 위한 개발자들의 노력과 적극적인 홍보가 더해진다면 미래는 달라질지도 모를 노릇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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