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K팝 그룹 BTS는 ‘다이너마이트’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게임 속 캐릭터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처음 공개했다.
#구찌 신상을 입은 힙스터 아바타들이 피렌체의 구찌 빌라 정원을 거닐며 패션을 뽐낸다.
‘다음 세대의 인터넷’ 또는 ‘다음 세대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라 불리는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다. 메타버스는 가공·추상(메타)과 현실세계(유니버스)의 합성어다. 가상현실(VR)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개념으로, 아바타를 활용해 가상공간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와 알파세대(2011년 이후 출생한 세대) 사이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시장 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2025년 메타버스 관련 산업 규모가 2800억 달러(약 316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다음 세대 인터넷 시장을 잡기 위한 글로벌 기업들의 소리 없는 전쟁이 치열하다.
美 10대, 로블록스에 열광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서비스는 ‘로블록스’다.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새로운 형태의 SNS에 가깝다. 아바타를 만들어 입장하면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게임과 콘텐츠를 즐길 수 있고, 직접 만들어 판매할 수도 있다. 유저들이 가상의 세계에서 소통하면서 더불어 경제활동까지 하는 셈이다. 현재 로블록스의 이용자는 1억5000만 명, 하루 이용자는 4000만 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미국 16세 미만 청소년의 55%가 가입했을 정도로 인기다. 로블록스는 이런 성과를 바탕으로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했다. 시가총액은 약 38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한다.
‘언리얼엔진’으로 유명한 에픽게임즈의 글로벌 인기 게임 ‘포트나이트’도 메타버스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게임 내 ‘파티 로얄’이라는 공간이 눈길을 끈다. 이용자들은 이곳에서 함께 영화를 보거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BTS가 ‘다이너마이트’ 안무버전 뮤직비디오를 처음 공개한 것도 바로 이 파티 로얄에서다.
그 밖에 ‘모여라 동물의 숲’과 ‘마인크래프트’ 등도 인기다. 마인크래프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어린이날 캐릭터로 등장한 서비스이고, 동물의 숲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선거 유세를 한 서비스다.
제페토, 명품 구찌도 러브콜
미국에 로블록스가 있다면 한국엔 네이버의 손자회사 네이버제트가 운영하는 ‘제페토’가 있다. 얼굴인식과 증강현실(AR), 3D 기술을 활용해 꾸민 아바타로 소셜 활동을 즐길 수 있는 플랫폼이다. 제페토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 세계 10~20대들의 놀이터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2월 기준 제페토의 글로벌 가입자 수는 2억 명을 넘었다. 특히 해외 이용자 비중이 90%, 10대 이용자 비중이 80%에 이른다. 지난해 5월 분사한 네이버제트는 나이키, 디즈니 등 글로벌 지적재산권(IP) 사업자들과 활발한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엔 주 소비층이 MZ세대로 바뀌고 있는 명품 ‘구찌’와도 손을 잡았다.
한류 플랫폼으로도 각광받고 있다. JYP로부터 약 50억 원, 빅히트와 YG로부터 1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네이버제트는 각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의 IP를 제페토 내에서 콘텐츠화 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김대욱 네이버제트 공동대표는 “전 세계적 메타버스 트렌드 속에서 제페토 이용자들에게 더 차별화된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향후에도 다양한 글로벌 IP와의 지속 가능한 협업을 통해 무궁무진한 가상 세계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학교 입학식도 가상에서
통신사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메타버스 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SK텔레콤이다. SK텔레콤은 VR 플랫폼 ‘점프VR’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버추얼 밋업 기반 ‘소셜월드’를 갖추고 있다. 버추얼 밋업은 아바타를 만들어 가상공간에 최대 120명까지 동시 접속해 컨퍼런스나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모임을 갖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다. 현장감을 높이기 위해 가상공간에 대형 스크린이나 무대, 객석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용자는 취향에 따라 얼굴, 머리모양, 복장 등을 선택해 나만의 아바타를 만들고 가상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지난 2일 순천향대학교가 SK텔레콤과 함께 한 신입생 입학식이 대표적 예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는 “입학식에 메타버스를 활용한 것은 단순히 팬데믹 때문만은 아니고, 커뮤니케이션의 확장이자 인식의 전환, 새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메타버스가 더 유용하게 활용되려면 공간만이 아니라 그 안에 담겨질 콘텐츠 역시 진화하고,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타들의 IP를 활용한 엔터테인먼트 팬덤 플랫폼도 메타버스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 올해 초 서비스를 시작한 엔씨소프트의 ‘유니버스’도 그 중 하나다. 네이버의 ‘브이라이브’와 통합하는 빅히트의 ‘위버스’도 메타버스로의 발전 가능성이 있다.
가상공간을 더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특수 시각효과 기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영화 ‘승리호’로 유명한 위지윅스튜디오는 최근 컴투스로부터 4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이달 초 메타버스를 새 사업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컴투스 관계자는 “위지윅스튜디오는 최근 메타버스 분야까지 확장해 가고 있는 우수한 기술력과 폭넓은 비즈니스 스펙트럼, 강력한 IP 파워 등을 토대로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기업이다”고 투자 배경을 설명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