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을 받고 있는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에 대한 구속 영장을 청구했다. 17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2부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지난 9일 밤샘 조사를 벌인 지 8일 만이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2일 진행 예정이다.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영 차질이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검찰, 17일 구속영장 청구
김 위원장은 지난해 2월 SM엔터 인수를 놓고 하이브와 경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SM엔터 주가를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보다 높이는 시세조종을 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카카오가 2월 16∼17일과 27∼28일 총 2400억 원을 동원해 SM엔터 주식을 장내 매집하면서, 총 553회에 걸쳐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카카오는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도 받고 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은 지난해 11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김 위원장을 검찰에 넘긴 바 있다. 보완수사를 벌여 온 검찰은 이달 9일 김 위원장을 소환해 다음 날 오전까지 20시간 넘는 조사를 벌였다. 당시 김 위원장은 SM엔터의 주식 매수 안건은 보고 받았지만, 구체적 매수 과정 등은 보고 받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과 같은 혐의를 받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카카오 법인은 먼저 재판에 넘겨져 현재 1심을 진행 중이다.
●경영 전략 전반 차질 우려
카카오측 변호인단은 “김 위원장은 지난해 SM 지분 매수에 있어 어떠한 불법적 행위도 지시, 용인한 바가 없다”며 “영장 청구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향후 영장 심문 과정에서 이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구속 기로에 서면서 카카오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카카오는 3월 정신아 대표를 새로운 최고경영자(COE)로 선임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게임즈 등 주요 계열사 대표도 교체하면서 경영 쇄신을 꾀하고 있다. 하지만 사상 첫 총수 구속이 현실화 될 경우, 경영 전략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글로벌 빅테크와 국내 IT기업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인공지능(AI) 시장에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SM엔터 시세조종 의혹 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와 카카오 모빌리티 콜 몰아주기,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의혹 등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